배우 조진웅의 ‘진웅’은 아빠의 이름이었다…의미를 알면 함부로 지을 수 없는 ‘이름’ [전문기자 칼럼]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4. 5. 2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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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얽힌 고백 하나.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000억 대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조진웅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단 한 번도 아버지 존함으로 활동하는 걸 후회해본 적 없다. (아버지의 이름을 빌린 만큼) 최소한의 것들은 지키며 살아오고 있다"고.

이런 걸 보면 '이름, 함부로 짓지 말라'는 옛말, 틀린 게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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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드맨 포스터.
이름에 얽힌 고백 하나. 나는 ‘익수’가 아니라 ‘민수’가 될 뻔 했다. 부친께서 작명가에게 받아 든 이름을 할아버지께 내밀었는데, 대뜸 노(No)를 하셨단다. ‘니은(ㄴ)’ 받침이 너무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는 것. 살벌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대쪽같은 강렬함도 갖춰야 한다며, 받침 ‘ㄱ’이 들어갔고, 결국 ‘익수’가 됐다. 돌아보니, 운명 자체가 이름 따라 흘러온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최근 극장가에서 조용히 막을 내린 영화가 있다. 배우 조진웅이 주연을 맡은 데드맨이다. 스토리는 이렇다. 재력가들에게 명의(이름)를 빌려주고 돈을 받는 바지 사장이자 40대 가장 이만재.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000억 대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감독은 영화 ‘괴물’의 시나리오를 쓴 하준원씨다. ‘이름’을 소재로 삼은 것도 흥미롭지만, 기자가 놀란 건 캐스팅이다.

배우 조진웅씨의 본명은 조원준이다. ‘진웅’이라는 이름은 부친의 함자다. 부친에 존경심을 담아, 아예 부친의 이름으로 배우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진웅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단 한 번도 아버지 존함으로 활동하는 걸 후회해본 적 없다. (아버지의 이름을 빌린 만큼) 최소한의 것들은 지키며 살아오고 있다”고.

이런 걸 보면 ‘이름, 함부로 짓지 말라’는 옛말, 틀린 게 하나 없다.

여행가도 마찬가지다. ‘네이밍’ 만큼 중요한 게 없다. 이름을 찾아 목숨을 거는 데드맨 만큼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강렬한 홍보효과를 내기도 한다.

생일도 생일케이크 조형물.
전라남도 완도에 가면 생일도라는 섬이 있다. 이 섬은 모든게 ‘생일’이다.

우선 섬 마을의 이름. 인구 800명 남짓. 465가구가 살고 있는 이곳 주민들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착해 ‘갓 태어난 아이와 같다’ 고 해서 ‘생(生)일(日)’이다.

생일도 선착장(서성항)엔 놀랍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케이크 조형물이 있다. 높이 5.8m짜리 케이크는 버튼을 누르면 생일 노래까지 나온다. 생일도가 이 멋진 네이밍의 마케팅을 놓칠리 없을 터. 생일을 맞이한 관광객이 생일도를 찾으면 특산물 줄기미역을 선물로 준다.

생일도가 있는 완도는 요즘 수식어로 ‘완도풀! 완도’를 민다. 이곳을 방문했던 외국인들이 너무 좋다며 ‘원더풀(Wonderful)’ 대신 ‘완도풀’이라는 말을 썼는데, 이걸 끌어온 거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완도, 완도풀이다. 해양치유센터 시설까지 갖추고, 치유의 섬으로 거듭나고 있다.

가장 긴 이름의 호텔 중 하나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름 때문에 곤란을 겪는 여행 포인트다. 대표적인 게 호텔 이름이다. 외국계가 상륙하면서, 이게 장난이 아니다. 메리어트호텔만 봐도 그렇다. 서울 동대문 호텔은 ‘JW(제이더블유)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이고 여의도 호텔은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여의도’다. 각각 17자와 18자나 된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SSB 호텔도 있다.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알로프트’ 호텔까지 4개다. 이렇게 써 놓고도 어디가 어딘지 헷갈릴 정도. 호캉스 예약 한번 하려면, 메리어트 역사까지 찾아봐야 할 판이다.

이름 때문에 ‘욱’해서 칼럼까지 쓰는 걸 보니 ‘익수’라는 이름의 강렬함이 아직 영향을 미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참에 다시 ‘민수’로 개명이나 할까.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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