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술맛`은 살리고 `도수`는 죽였다… 기술 자부심 비결은?

이상현 2024. 5. 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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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대신 오크통에 12년 숙성한 보리 증류원액으로 블랜딩
14.9도 최저 도수·저칼로리로 숙취없이 개운한 소주 탄생
대전광역시 서구에 소재한 선양 제조공장에서 공병 세척 과정이 진행 중인 모습. 선양소주 제공
대전광역시 서구에 소재한 선양 제조공장에서 소주 주정주입 및 병마개 타전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선양소주 제공
소주 라벨 부착 장면. 선양소주 제공
가정용 소주가 상자에 포장되는 모습. 선양소주 제공
오크통 저장소. 선양소주 제공
대전광역시 서구에 소재한 선양소주 공장 전경. 선양소주 제공
선양 제품 모습. 선양소주 제공

"최근 소주 제조사들은 다음날 개운한 술을 찾기 위해 15도 미만의 저도수 제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선양소주는 시중에 판매되는 소주 중 가장 낮은 도수인 14.9도로 칼로리도 가장 낮습니다. 2009년 생산해 12년 이상된 보리 증류원액을 블랜딩해 도수는 낮아졌지만 술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죠."

지난 13일 대전광역시 서구에 소재한 선양 제조공장에서 만난 임소영 경영지원팀 과장은 이같이 말했다.

선양소주는 충청도 일원 33개 소주회사가 모여 1973년 설립한 금관소주가 모태로, 지역 기반의 향토기업이다. 주요 제품 브랜드로는 선양을 비롯해 이제우린, 린21, 사락 등이 있다. 선양소주 공장은 대둔산 자락 약 3만5000여평의 부지에 위치해 있다.

그는 "일반적으로 소주 도수를 낮추기 위해 물을 섞게 되면 소위 물 비린내 라고 하는 잡내가 나게 된다"며 "하지만 선양은 보리 증류원액을 활용해 낮은 도수에도 소주 맛은 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 과장의 안내로 선양의 공장 전반을 직접 둘러봤다. 희석식 소주 공정은 주정입고, 희석, 제성, 병입포장, 출고 순으로 이뤄진다.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던 곳은 병을 세척하는 '세병 장치'가 있는 공간이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초록색 소주병을 표준화병이라고 부르고 그 외 백색·스카이블루·투명병은 비표준화병으로 분류되어 있다. 보증금이 붙어있는 소주병은 재사용병이다.

임 과장은 "우리 브랜드의 소주병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의 소주병도 공용할 수있어 표준화병을 공용화병 이라고도 부른다"며 "유리병은 잘 사용하면 10회 정도 재사용이 가능한데, 통상 5~6번 정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세병장치는 80도 이상 고온에서 세척되며, 약 25분동안 2만병의 세척이 진행된다.

이어 "기름이 들어가거나 담배꽁초가 한 개라도 들어가면 그 병은 사용이 불가하다"며 "세병장치는 80도 이상 고온에서 세척되며, 약 25분 가량 시간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둘러본 공간은 공병검사기 였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일렬로 늘어선 공병 위로 주황색 불빛이 쉴새없이 깜빡이며 세척과 파손여부 등을 검사한다고 한다.

그는 "여기서 세척이 되지 않은 병이 발견되면 그 병은 다시 세병 장치로 이동하여 재세척되고, 깨진 병은 사람이 직접 확인하여 검사 후 깨졌다고 판단하면 폐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둘러본 설비는 제품검사기가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소주에 들어간 이물질을 2㎜까지 검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날 둘러본 공장은 1호 라인과 2호 라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호 라인은 1분에 600병을, 2호 라인은 700병씩 생산이 가능하다. 1일 생산량은 8시간 기준으로 1호 라인이 28만병, 2호 라인이 33만병 등 하루 61만병 생산이 가능하다.

1호라인과 2호라인 다음 우측라인에는 640㎖의 페트병 소주가 생산되고 있었다. 페트병 소주는 코로나19 기간동안 가장 잘 팔린 제품이다. 임 과장은 "보통 소비자가 집에서 술을 먹을 때 2병 정도를 먹는데, 병 소주 2병을 먹기에는 다소 부담이 있다 보니 집에서는 용량도 적당하고 처리하기 쉬운 페트병 수요가 코로나19 기간동안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짧은 공장 투어를 마치고 사락의 원액을 숙성하는 지하 오크저장고에 들어가봤다. 지하 1층 깊이의 저장고에 들어가니 막걸리 냄새 같은 곡주의 향이 지하실을 뒤덮고 있었고, 제조년월이 붙어있는 오크통이 겹겹이 쌓여있었다.

그는 "오크통에서 2년간 숙성 후 20년 이상 보관중인 보리증류원액과 2009년 생산해 10년 이상된 보리증류원액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사락"이라며 "맛을 내며 섞는 과정인 블랜딩을 거쳐 프리미엄 오크주로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숙성실이 지하인 이유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습도와 온도 조건 때문"이라고 답하면서 "새로운 오크통을 넣을 때는 소형리프트를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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