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익숙한 듯 낯선...눈부신 봄날의 한강 피크닉

2024. 5. 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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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한강공원으로 떠나는 짧은 여행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윤슬로 빛나고 신록이 우거진 강변은 세상 편안한 쉼터가 되어 있었다. 서쪽의 강서한강공원에서부터 동쪽의 광나루한강공원까지, 모두 11개나 되는 한강공원에는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다. 너무나 익숙한 곳에서 발견하는 뜻밖의 새로움들이다.
봄의 한가운데로 성큼 들어선 시기. 이제부터 한강의 전성기가 시작된다. 그동안 보고도 다가서지 못했다면, 알고도 느껴보지 못했다면 이제 한강을 만나러 가보자. 완연한 봄을 지나고도 두 계절을 더 만끽할 수 있는 서울 최고의 여행지 한강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강서한강공원-난지한강공원-망원한강공원-양화한강공원
양화지구한강공원
한강의 서쪽 끝에 있는 강서한강공원(서울 강서구 방화동 47)은 방화대교와 행주대교 사이에 있다. 다른 한강공원과는 달리 강변이 초지와 습지, 모래톱으로 덮여 있어 물가까지 다가갈 수가 없다. 대신 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습지생태공원을 관찰할 수 있도록 관찰로와 전망대 등을 갖춰놓았다. 시민들이 쉴 수 있는 나무그늘이나 잔디 공간이 적은 편이지만 그만큼 한적하고 조용하다. 37만㎡ 규모 갈대밭과 버드나무 군락이 어우러진 습지는 이색적 풍광을 제공한다.
자연관찰로 강변 조류전망대는 철새뿐 아니라 인근 풍경까지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전망대다. 전망대에 오르면 강 건너 덕양산과 행주산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가 진 뒤에는 방화대교 경관 조명이 더해져 화려하고 멋진 야경이 펼쳐진다. 강서한강공원에서는 현재 조각 순회전인 견생조각전 ‘한강 조각으로 빚다’가 펼쳐지고 있고, 5월18일부터 6월8일까지 4주간 매주 토요일에는 ‘책 읽는 한강공원’ 프로그램이 가족피크닉장에서 진행된다. 그밖에도 ‘절대미각 콘테스트’(5월18일), ‘멍스널 컬러 테스트’(5월25일), 선셋 요가·필라테스(6월8일) 등이 매주 새롭게 준비된다.
난지한강공원, 강서한강공원 다리
강서한강공원 전경
강 건너에는 난지한강공원(서울 마포구 한강난지로 162)이 있다. 한강공원 중 특히 캠핑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과거 쓰레기 매립지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난지한강공원은 바비큐와 페스티벌이 있는 파라다이스이며, 공원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색적인 생태공원이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으로 조성된 이곳은 강변 구역과 강북강변로 건너편 노을공원 그리고 하늘공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강변에는 난지캠핑장이 있고 그곳에서 연결 브릿지와 통로를 건너면 하늘공원까지 갈 수 있다.
그 사이에 자리한 메타세쿼이아길도 최고의 경관 산책로로 꼽힌다. 난지한강공원에서는 수시로 뮤직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오는 6월엔 피크페스티벌(6월1일~2일), 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6월15일~16일) 등이 이어진다. 난지한강공원 상암선착장에 ‘와이키키마켓’이라는 핫플이 생겼다. 캠핑장을 이용하지 않고서도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곳인데 길게 이어진 웨이팅 끝에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노을 명소 망원한강공원(서울 마포구 마포나루길 467)은 난지한강공원 바로 옆. 홍대거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늘 젊은 청춘들로 넘쳐난다. 특히 해질 무렵, 망원 선착장에는 수많은 이들이 일몰 순간을 함께 한다. 양화대교 그리고 그 뒤 성산대교 아래로 서서히 사라지는 붉은 해의 모습에 탄성이 나온다.
난지한강공원의 핫플이 된 와이키키마켓, 서울함 공원, 선유도공원은 정수장을 재생한 곳이다.
망원한강공원
망원한강공원의 특별함은 ‘서울함 공원’이 조성돼 있다는 것. 1984년부터 2016년까지 대한민국 바다를 지킨 1,900톤급 호위함 ‘서울함’과 고속정 ‘참수리호’, 잠수정 ‘돌고래’ 등 퇴역 함정 3척을 보존해 안보 체험 시설로 꾸몄다.
망원한강공원에서 양화대교를 건너면 양화한강공원(서울 영등포구 노들로 113)이 있고, 그 사이에 선유도공원이 있다. 양화한강공원은 선유도공원과 한몸이다. 선유도로 가기 위해서는 양화대교 중간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거나 양화한강공원에서 선유도공원까지 이어진 보행 다리 ‘선유교’를 이용하면 된다. 아치형으로 만들어진 선유교에서는 한강의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선유도는 선유봉이 사라지고 한때 정수장으로 쓰이다가 도시재생사업으로 재탄생한 공원이다. 한강 변천사와 도시 개발의 역사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곳이기도 한데, 정수장 시설이 있던 콘크리트 기둥들은 식물로 뒤덮이고 주변에는 수생식물들과 나무들이 빽빽이 자라고 있다. 그야말로 공원 전체가 포토존이다.
여의도한강공원-이촌한강공원-반포한강공원-잠원한강공원
양화한강공원과 선유도를 잇는 선유교
뿌리벤치, 스크롤-흐르는 이야기, 인라인스케이트장, 반포 해치카
여의도한강공원(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330)은 여의도에서 오아시스 같은 쉼터로 사랑받는다. 또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아 직장인과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인근 밤섬과 샛강 등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생태학습장 및 자연친화형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고 수상무대, 수상분수, 빛의 폭포, 요트마리나 등의 수상 이용 시설들도 마련되어 있다.
여의도한강공원의 특별한 이벤트도 있다. 반포한강공원과 함께 펼쳐지는 ‘밤도깨비야시장’이다. 밤이면 열렸다가 아침이면 사라지는 마켓 이벤트인데 특히 여의도에서 열리는 야시장은 ‘월드나이트마켓’으로 먹거리, 다양한 핸드메이드 상품을 판매하는 다문화 체험시장이 특색이다. 6월22일까지 매주 토요일엔 ‘책 읽는 한강공원’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촌한강공원(서울 용산구 이촌로72길 62)은 중랑천교와 원효대교 사이 강변 북단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을 따라 갈대, 억새, 유채꽃, 달맞이꽃, 코스모스가 철 따라 피어 산책과 조깅코스로 자주 이용된다. 또, 청소년광장과 X-게임장, 농구장, 테니스장, 우드볼 경기장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일일 농촌체험 공간으로 활용되는 자연학습장도 만들어져 있는데, 특별히 눈길을 끄는 건 공원 곳곳에 설치된 대형 조형물들이다. ‘한강예술공원’이란 이름이 붙은 이곳에는 ‘스크롤-흐르는 이야기’(모토엘리스티코), ‘뿌리벤치’(이용주) 등 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한 작품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반포한강공원 달빛무지개 분수
반포한강공원(서울 서초구 신반포로11길 40)은 동작대교를 건너거나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를 건너면 닿는다. 새로 생긴 한강공원의 명물 ‘해치카’(관광차)를 타고 반포한강공원으로 편하게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동작역 2번출구 앞에서 작고 귀엽게 생긴 해치카를 타면 반포한강공원을 거쳐 잠원한강공원까지 갈 수 있다. 해치카는 10인승 미니버스로 주중에는 오후 2~8시,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산책하듯 천천히 다니는 해치카 안에서는 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서래섬엔 연초록 유채가 한 뼘 크기로 자라있다. 유채꽃축제가 열리는 5월 하순경까지 성큼성큼 자라 샛노란 꽃을 피우게 된다. 동작역을 떠난 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아 해치카는 반포한강공원에 도착한다. 반포한강공원의 특징은 일 년 내내 펼쳐지는 이벤트. 6월23일까지 매주 일요일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가 잠수교와 달빛광장 일원에서 펼쳐지며, 6월2일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한 100여 척의 보트가 대규모 수상 퍼레이드 쇼를 펼치는 ‘한강 보트퍼레이드’가, 6월9일에는 한강 선셋을 배경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잠수교 선셋 요가’가, 그리고 6월16일에는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의 ‘게릴라 콘서트’가 펼쳐진다. 또, 러닝 페스티벌 ‘한강 런 페스타’도 6월23일에 열린다.
서래섬 유채밭, 세빛섬
반포한강공원은 낮보다 밤이 좋다. 반포대교와 잠수교에서 거대한 무지개분수가 화려한 물줄기를 뿜어대고, 달빛광장에서는 한강달빛야시장이 펼쳐진다. ‘달빛무지개분수’는 시원하게 펼쳐진 시티뷰와 로맨틱한 음악이 어우러지며 한강의 밤을 낭만으로 적셔놓는다. 570m에 이르는 반포대교의 양측, 총 1,140m에 380개 노즐을 설치해 수중펌프로 끌어올린 한강물을 약 20m 아래 한강 수면으로 떨어뜨리는 분수다. 서울의 새로운 밤 문화, ‘한강달빛야시장’은 야시장이란 이름에 걸맞게 맛있는 먹거리는 물론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고,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프리마켓, 품질 좋은 핸드메이드 상품까지 만날 수 있다.
반포한강공원에서 걸어서 잠깐이면 잠원한강공원(서울 서초구 잠원로 221-124)에 닿는다. 두 공원 사이에 걷기 좋은 길이 있다. 거대한 플라타너스 길은 예쁘고 멋지다. 누구든 이곳에서 카메라를 켜면 멋진 인생샷을 건질 만하다. 잠원한강공원은 규모가 크지 않다. 곳곳에 누에 조형물이 놓여있는 자연학습장과 어린이놀이터 등 시설도 소박하다. 대신 조용하고 한적해 아이들과 한나절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한 곳이다.
뚝섬한강공원-잠실한강공원-광나루한강공원
뚝섬한강공원
영동대교를 건널 때마다 뚝섬유원지 쪽, 자벌레 모양의 구조물이 유난히 눈에 띈다. ‘뚝섬자벌레’란 별명의 이 건물은 뚝섬한강공원(서울 광진구 강변북로 139)의 랜드마크인 복합문화공간 ‘서울생각마루’다. 뚝섬유원지역 3번 출구와 곧바로 연결된 이곳은 서가가 있는 독서 공간과 카페가 마련되어 있고, 테라스 휴식공간도 있다. 누구든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며, 대화도 할 수 있다.
뚝섬한강공원의 또 다른 랜드마크는 음악분수. 하루 5~10회, 음악과 함께 가동하는 음악분수는 어린이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설로 건너편 제2롯데월드와 잠실종합운동장을 배경 삼아 인증샷 찍기에 최적이다. 오리배 타기와 즉석라면 또한 뚝섬한강공원을 찾는 이유가 된다. 뚝섬한강공원에서는 5월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된다. 본 행사는 일주일이지만 이후에 10월 초까지 상설전시가 이어진다.
(위로부터)광나루한강공원, 잠실한강공원, 자벌레 모양의 복합문화공간 서울생각마루, 잠실한강공원 노을
잠실대교 아래에는 멋진 야경 뷰가 있다. 물줄기가 수중보를 타고 흐르는 풍경은 수중보의 기능과는 상관없이 한강을 찾는 사람들의 눈을 쉬어가게 해준다. 거대한 잠실대교 아래 조성된 잠실한강공원(서울 송파구 한가람로 65) 산책의 백미가 되어주는 곳이다.
잠실대교에서 청담대교까지 이어지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는 명품 코스로 꼽힌다. 다른 한강공원과는 달리 강변과 한강 사이가 탁 트여 있어 그냥 앉아 있거나, 물멍을 하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휴식처다. 올림픽공원, 롯데월드, 잠실종합운동장 등 문화와 체육시설 인프라가 잘 갖춰있어 체험과 휴식을 함께 즐기기에 적합하다. 한강불빛공원 가운데 하나인 드론라이트쇼도 이곳에서 펼쳐진다. 1,000대의 드론이 한강의 밤하늘을 무대로 펼치는 드론쇼는 매혹적인 한강의 밤을 선물한다. 올 상반기 모두 다섯 차례 진행되는 잠실한강공원에서의 드론라이트쇼는 5월18일 밤 8시, 단 한 차례가 남아있다.
광나루한강공원
“11곳의 한강공원 가운데 어느 한강공원에서 쉬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광나루한강공원(서울 강동구 암사동 659-1)이라 답할 것이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뱃놀이와 각종 수상레저 활동이 금지되어 있다. 해서 물이 맑고 공기 또한 청정하다.
한강 상류로부터 유입된 토사가 퇴적되어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래톱과 대규모 갈대 군락지로 자연 한강의 모습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고, 북쪽 아차산의 푸르른 자연과 2km에 이르는 한강둔치 갈대밭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한강공원 중 가장 동쪽에 위치해 한적하고 조용한 것도 장점. 대중교통이 다소 불편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깨끗하고 한적한 공원으로 만든 요인이다.
천호대교 아래에서는 수시로 인디 뮤지션들의 버스킹 공연이 펼쳐진다. 무대 뒤로 펼쳐진 교각은 인증샷의 배경이 되고, 바로 옆 광진교는 그 모습 자체로 명소가 된다. 천호대교부터 강변을 따라 암사생태공원까지 가는 길 또한 최고의 산책로다.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0호(24.5.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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