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닌가요?"…날로 늘어나는 청소년 온라인 도박

박건영 기자 2024. 5. 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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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 군(17·가명)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와 가정에서 소위 '모범생'으로 분류되는 학생 중 한 명이었다.

황선하 충북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은 "청소년기 도박은 친구 관계 또는 학교 생활에 큰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예방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찰과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청소년 도박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예방 교육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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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안돼…적발건수 5년 새 두 배↑
충북경찰, 웹툰공모전·교육영상 제작 등 예방대책 추진
ⓒ News1 DB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충북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 군(17·가명)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와 가정에서 소위 '모범생'으로 분류되는 학생 중 한 명이었다.

그랬던 이 군의 인생은 도박을 접한 이후로 180도 뒤집혔다.

처음엔 수중에 있는 용돈으로만 재미 삼아 시작했는데, 운 좋게 큰돈을 딴 이후엔 깊숙이 빠져들었다.

점점 소액 도박이 성에 차지 않기 시작하면서 친구와 선배들에게 돈을 빌려 한 번에 수십만원 씩 배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돈을 거는 족족 모두 잃으며 빚이 1500만 원까지 불었다.

돈을 빌려준 친구와 선배는 매일 빚 독촉을 했고, 학교에선 '문제아' 신세로 전락했다. 가정에서도 빚을 갚아주지 않으면 학교에 나가지 않겠다고 협박하며 부모와 하루가 멀다고 갈등을 빚었다.

결국 이 군은 모든 것을 잃은 뒤에야 도박 치료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이 군처럼 최근 온라인 도박의 늪에 빠지는 청소년 사례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청소년 도박 중독의 위험성은 심각 수위에 도달했지만, 제대로 된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경찰의 사이버 도박 단속 실적을 통해 청소년 도박의 실태를 짐작해 볼 수 있는데, 최근 몇 년간 적발된 청소년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청소년 사이버 도박 범죄 검거 건수(만 14세 이상)는 2019년 72명에서 2023년 171명으로 2.3배 늘었다.

학생들이 주로 하는 온라인 도박은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서 적발과 단속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도박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소년들은 10초 이내에 승패가 결정나는 '바카라', '파워볼' '달팽이 레이싱' 등의 단순한 도박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청소년들은 사이버 도박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놀이 문화'의 한 종류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충북경찰청과 도교육청, 세종충북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가 공동 제작한 청소년 도박 예방 교육영상.(충북경찰청 제공).2024.05.20./뉴스1

문제는 청소년들의 사이버 도박이 2차 범죄로 이어지기가 쉽다는 점이다.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절도, 사기, 공갈 등의 범죄를 서슴지 않는 것은 물론 어린 나이에 불법 사채까지 손을 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는 청소년의 도박 범죄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예방과 교화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성인보다 비교적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에게 도박의 위험성과 폐해를 더욱 근본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진 세종충북 도박문제 예방치유센터장은 "청소년 도박 문제를 근본적으로 뿌리뽑기 위해선 청소년 스스로가 도박을 문제로 인식하게끔 교육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물론 심각한 문제를 가진 청소년들에게는 어느 정도 법적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부분엔 동의하지만, 치료 또는 개선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역시 이런 추세에 맞춰 예방과 교화에 방점을 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충북경찰청은 청소년 사이버 도박 근절을 주제로 한 웹툰 공모전을 진행해 우수 작품 3개를 선정, 청소년 도박의 폐해를 알리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도 교육청, 세종충북도박문제 예방치유센터와 함께 사이버도박 예방 교육영상을 제작해 전국의 학교에 교육자료로 배포했다.

황선하 충북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은 "청소년기 도박은 친구 관계 또는 학교 생활에 큰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예방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찰과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청소년 도박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예방 교육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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