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실명 환자, 서울대병원서 '유전자 치료'로 새 희망 찾아

박정렬 기자 2024. 5. 20. 14: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대병원은 망막색소변성을 앓고 있는 30대 환자 A씨(여성)와 B씨(남성)가 '럭스터나' 유전자 치료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지난달 말에 퇴원했다고 20일 밝혔다.

박규형 교수는 "이번 유전자 치료는 젊은 나이에 실명으로 진행하는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들에게 시력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첫 번째 유전자 치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는 향후 다른 유전변이에 의한 유전성 망막질환 연구 및 치료제 개발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정렬의 신의료인]
서울대병원 안과 박규형·윤창기 교수
30대 환자에 럭스터나 유전자 치료 적용
"시력 회복의 기회…획기적 전환점 될 것"
럭스터나 유전자 치료 수술 중인 서울대병원 박규형(사진 가운데), 윤창기(사진 왼쪽) 교수./사진=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은 망막색소변성을 앓고 있는 30대 환자 A씨(여성)와 B씨(남성)가 '럭스터나' 유전자 치료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지난달 말에 퇴원했다고 20일 밝혔다. 각각 법적인 실명 상태와 시력 저하에 처해 있었던 두 환자는 이번 치료로 시각 기능 회복의 가능성을 얻었다. 의료계에서는 유전자 변이에 의한 다양한 유전성 망막 질환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망막색소변성과 레버 선천성 흑암시증은 망막과 망막색소상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100가지 이상의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광수용체 세포의 기능 저하로 인해 시력을 잃게 되는 유전성 질환이다. 주로 유소년기나 청년기에 증상이 시작돼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한다. 자칫 30~40대의 젊은 나이에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인구 3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성 망막 질환은 야맹증과 시야 협착을 초래한다. 중심 시력과 전체 시야 손실이 한꺼번에 찾아와 황반변성과 같은 눈 질환보다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종전에는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다행히 지난 2월 럭스터나라는 치료제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 선택지가 크게 확대됐다.

럭스터나는 전체 환자의 1% 이내가 앓는 RPE65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망막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다. 치료제를 담은 바이러스를 직접 눈에 주입해 망막세포에 정상적인 RPE65 유전자의 복사본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1회 치료로 장기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소위 ' 원샷(One shot) 치료제'다. 2017년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실린 3상 임상시험 결과 시 기능 호전 효과가 입증됐고 이후 경과 관찰 연구에서도 개선된 시력이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규형·윤창기 교수가 럭스터나 유전자 치료 수술 과정에 유전자를 망막에 주입하고 있다./사진=서울대병원


환자 A씨와 B씨의 수술은 안과 박규형, 윤창기 교수가 집도했다. 두 명 모두 일주일간에 걸쳐 양안에 유전자 주입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퇴원 후 두 환자 모두 시각적 향상을 경험하는 등 긍정적인 회복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며 "6월 초 내원해 시 기능에 관한 여러 검사를 통해 추가로 상태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3년간 치료 가능성을 타진하며 건강보험 적용을 기다리던 와중에 안타깝게 법적 실명에 이르렀다는 A씨는 "매일 시력이 저하되는 것을 느끼면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기억에 없는 어린 나이부터 시력 저하로 고통받던 B씨는 "시력 저하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야맹증으로 인해 밤에 활동하는 것은 특히 어렵다"며 "이번 치료로 남들처럼 생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안과 박규형, 윤창기 교수


서울대병원은 RPE65 돌연변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고도의 유전자 검사 시스템, 시야 광역이 측정 장비, 저시력자의 암순응 시력을 측정하는 다중 휘도 운동성 검사(Multi-Luminance Mobility Test, MLMT), 콜드체인 시스템 등 필수 의료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는 국내 유일한 의료기관이다. 박규형 교수는 "이번 유전자 치료는 젊은 나이에 실명으로 진행하는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들에게 시력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첫 번째 유전자 치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는 향후 다른 유전변이에 의한 유전성 망막질환 연구 및 치료제 개발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