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서정진의 2024년을 기록하다

뉴욕·워싱턴D.C.(미국)=김명룡 바이오부장 2024. 5. 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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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8일(현지 시각) 미국 뉴저지의 한 호텔에서 미국 각지역 책임자들과 화상전략회의를 하고 있다. 이 호텔의 하루 숙박비용은 180달러 정도다. /사진=이상봉, 방진주 PD

이것은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의 고단한 미국 영업현장에 대한 기록이다. 2024년 자산 10조원 이상을 보유한 서 회장이 왜, 어떻게 미국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만 적으려 한다. 먼 훗날 우리나라가 진정한 글로벌 바이오강국이 됐을때, 그의 치열한 노력이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 그의 모습은 영상으로도 담았고, 앞으로 머니투데이 채널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서 회장은 "2024년에는 미국 영업에 직접 나서겠다"고 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이 유럽에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는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해야 회사가 한단계 더 도약할 것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그 현장을 기록하고 싶다고 청했다. 어떤 미디어도 하지 못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이오산업 전체에 대한 애정을 항상 숨기지 않는 그였기에 그의 마음을 알려야겠다는 욕심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며칠간 그를 따라다닐 기회를 얻었다.

지난 17일 뉴욕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는 그가 한국을 떠난 지 3개월이 다 된 시점이었다. 그의 일정은 아직은 젊은 기자가 따라가기 버거울 만큼 쉼 없이 이어졌다. 아침에 조찬미팅으로 주요 의사들을 만나고, 낮엔 환우회 관계자를 만나고, 저녁엔 주요 의사들과 만찬을 했다. 조찬이나 만찬 자리에선 상대방과 대화하느라 제대로 식사도 못 하기 일쑤였다.

숙소에 돌아와선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셀트리온 직원들과 전략회의를 진행했다. 그야말로 숨 쉴 틈 없는 일정의 무한반복이다. 미국에 온 이후 주말에도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을 정도로 강행군을 이어왔다고 했다. 하루 수면 시간이 5시간도 안 되니 쪽잠을 자가며 일정을 소화한다고 했다.

"몸무게가 8kg이나 빠진 걸 보니 힘이 들긴 해요. 하도 말을 많이 하다 보니 목이 많이 아파요. 단기간에 미국 전 지역을 오가다 보니 쉴 틈이 없어요. 한국에 가면 일단 실컷 자고 싶어요. 걷기 운동도 많이 하고 싶고요."

재벌총수지만 그는 영업에서만큼은 철저한 '을'의 마인드로 접근한다. "제 몸 컨디션에 따라 스케줄을 정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시기에 가야 해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건강을 챙길 상황이 아니에요."

서 회장은 1957년생이다.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재산도 많다. 셀트리온은 연매출 2조원이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런데도 그는 주로 머무는 호텔은 뉴저지에 있는 하루 180달러짜리 호텔이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내내 맴돌았다.

"만일 저의 생이 7년이 남았는데 이렇게 일해 셀트리온이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오르는 것과 앞으로 30년을 편하게 지내는 것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전자를 택할 거에요. 지금처럼 하면 셀트리온이 세계 10위안에 들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셀트리온이 성공하면 우리 바이오산업도 함께 성장할 거고 그럼 우리나라 전체가 부유해질 거에요. 제가 지금 열심히 하는 이유에요."

셀트리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나 유럽 의약품청(EMA)에 바이오약품 허가를 받아, 바이오 불모지 한국을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지금 당연히 여기는 이들 기관과의 협력이 셀트리온 같은 선구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서 회장의 계획대로라면 세계 최대의약품 시장 미국에서 한국 제품이 큰 규모로 팔릴 것이고 그런 것이 당연시되는 날이 올 것이다. 다만 지금 누리는 당연함이 누군가의 간절한 노력 덕분이었단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는 서 회장에 빚을 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다. 서정진의 2024년을 기록한다.


뉴욕·워싱턴D.C.(미국)=김명룡 바이오부장 drag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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