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어닝 서프라이즈’ 봇물에도 신용도는 ‘강등’, 왜?

조문희 기자 2024. 5. 20. 11: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형 증권사 위주 ‘깜짝 실적’ 보였지만 중소형 증권사는 ‘적자’ 못 벗어나
PF 구조조정 본격화에 2분기 전망도 ‘부정적’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마무리된 가운데, 증권가에선 대형사 위주로 '어닝 서프라이즈'가 줄을 이었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 가운데 실적 컨센서스(전망치)가 집계된 6개사는 모두 예상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증권가를 휘감았던 '위기설'이 무색해진 분위기다.

중소형 증권사로 초점을 좁히면 사정은 다르다. 당국이 당장 다음 달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겠다고 예고한 터라, 대규모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다수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추가 강등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시민이 한국거래소 홍보관 앞을 지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1조 클럽' 넘보는 대형사 vs 적자 못 피한 중소형사

20일 국내 10대 증권사 실적을 종합하면, 이들 10개 증권사는 1분기 합산 2조285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1분기 증권업 불황이 예상됐지만,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초부터 '밸류업' 등으로 증권시장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실적 방어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는 1분기 영업이익 381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어난 것으로, 시장 예상치를 34% 상회하는 깜짝 실적이었다. 한국금융지주는 올해 실적 1조원 이상을 달성해 '1조 클럽'에 입성하는 시나리오도 그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 2705억원으로 전년 대비 4% 감소했지만, 컨센서스(에프앤가이드 집계) 대비로는 25% 크게 늘었다. 이밖에 NH투자증권은 276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고 컨센서스를 21% 뛰어넘었다. 삼성증권(3316억원), 키움증권(3377억원), 대신증권(730억원) 등도 1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20~50%가량 크게 상회했다.

그러나 중소형 증권사들은 아쉬운 실적을 냈다. 현대차증권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49% 줄어든 131억원에 그쳤다. 신영증권도 44% 내린 447억원이었다. 하이투자증권과 SK증권, 상상인증권은 적자를 냈다. 10위권 밖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전년 동기보다 1분기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IBK투자증권, 한양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이 유일하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건물 ⓒ 시사저널 박정훈

지난해 충당금 대거 쌓았는데도 "부족하다"…신용등급 '빨간 불'

증권가 전반에 대한 신용 등급 전망은 줄줄이 강등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최근 국내 증권사 다수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다올투자증권, SK증권 등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사인 하나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이 강등됐다. 대부분 PF 부실화에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 적립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해외 신용평가사의 기준은 더 까다롭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월 국내 '톱(TOP)2'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리기도 했다.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되면 신용등급 자체도 강등될 위험성이 크다.

업계에선 다음 달부터 본격화하는 부동산 PF 사업장 구조조정 여파로 신용도 줄 강등이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당국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비교적 고위험 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 증권사 중심으로 손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중소형 증권사에서만 1조원 가량의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평가한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부실징후 PF 사업장에 대해 충분히 충당금을 적립했다면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이후에도 영향이 제한적이겠지만, PF 위험 노출액의 질적 수준이 낮고 이에 대한 충당금 적립 수준도 낮은 증권사라면 2분기부터 건전성 지표가 크게 떨어져 영업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개별 증권사의 실적 점검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