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대만의 기술 정책을 모방해야 한다

2024. 5. 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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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설명│

①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4월 1일(현지시각) 11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마 전 총통은 앞선 2023년 3월 중국 당국의 초청을 받아 후난성에 있는 조부 묘소를 찾아 중국 땅을 밟은 적이 있다. 1949년 국·공(국민당·공산당) 내전에서 국민당이 패해 대만으로 쫓겨간 이후, 대만 전현직 총통으로는 처음 중국을 방문한 지 1년여 만에 다시 중국을 찾은 것이다. 마 전 총통은 이번 11일간의 방중 기간,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했다. 시 주석은 회동에서 “양안 (兩岸·중국과 대만)의 동포는 같은 중국인으로서 풀지 못하는 매듭이 없고 논의하지 못하는 문제도 없다”며 양안 교류·협력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 전 총통과 시 주석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로, 두 사람은 마 전 총통이 현직이던 2015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첫 양안 정상회담을 연 바 있다. 필자들은 시진핑·마잉주 회담이 양안의 역사·문화적 유대를 강조했다고 평가하며, 중국이 대만의 기술 정책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들은 “대만 정부는 경제적 역동성을 계속해서 촉진하고 있다”면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30%를 부동산 부문이 차지해, 중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취약해졌다”고 평가한다.

사진 셔터스톡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대만 총통을 지내고, 전현직 대만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2023년) 중국 본토를 방문했던 마잉주가 4월에 중국을 다시 찾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포함한 11일간의 방문은 양쪽의 역사적, 문화적 유대를 강조한다. 또 중국 정부가 대만으로부터 배우고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다시 주목하게 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대만은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작은 섬이지만, 경제적으로는 그 규모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980~2008년 대만의 연평균 실질 GDP 성장률은 6.8%로, 2% 미만인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훨씬 높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성장세가 둔화했지만, 비교적 빠르게 안정화됐다. 현재 대만의 GDP는 8030억달러(약 1090조3130억원)로 전 세계 22번째로 크다. 구매력평가지수(PPP·Purchasing-Power Pari-ty)를 적용한 1인당 GDP로는 전 세계 14위다. PPP를 기준으로 한 대만의 1인당 GDP는 2023년 7만3000달러(약 9910만원)로, 1980년 3500달러(약 480만원)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

대만은 주식시장도 활황을 누리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대만증시 시가총액은 GDP의 241.4%로, 중국(61.3%), 한국(114.4%), 일본(146.6%), 심지어 미국(158.4%)보다 훨씬 높았다. 대만 1001개 상장사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4.6배로, 중국 기업들(9.08배)보다 훨씬 높았다.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제조 산업을 지배하며, 전 세계 반도체의 60% 이상을 공급한다. 고급 반도체 칩의 90% 이상을 생산한다. 이 중 대부분은 TSMC가 생산하며, TSMC의PER은 26.34배로 특히 높다. 중국 7대 기술 기업(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CATL·BYD· 폭스콘·샤오미)의 평균 PER는 17.70배다. 중국 7대 기술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총 9718억9000만달러(약 1319조6320억원)인데, TSMC 한 회사의 시가총액은 7184억달러(약 975조4440억원)에 달한다.

앤드루 셩 홍콩대 아시아 글로벌 연구소 연구원 전 홍콩 증권선물위원회 회장

대만이 글로벌 기술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 차례의 석유 파동 이후 1980년대 대만 경제는 구조적인 도전에 직면했다. 중국 시장이 개방되면서 대만의 저임금 경쟁 우위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1988년 대만, 홍콩, 싱가포르, 한국에 대한 ② 특별 무역 혜택을 종료하기로 한 것도 대만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1971~80년 연평균 26%이던 수출 증가율이 1981~90년 9.44%로 낮아졌다.

당시 대만은 장징궈(蔣經國) 총통 아래에서 경제 자유화, 국제화, 체계화를 기반으로 한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었다. 외환 통제를 완화하고, 은행을 민영화하고, 외국 은행이 대만 내에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또 기초 연구와 기술 혁신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1980년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신주과학단지를 설립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600여 개의 통신, 광전자 공학, 정밀 기계, 생명공학 기업이 신주과학단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이테크 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대만의 노력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1984년, 대만의 전자 제품 수출액은 66억달러(약 8조9600억원)에 달해 섬유 수출액(61억달러)을 앞질렀다. 1989년, 대만은 전 세계 개인용 컴퓨터의 25%를 생산했다. 그리고 몇십 년도 안 돼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을 지배하게 되었다.

오늘날 대만 정부는 경제적 역동성을 계속해서 촉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만의 ③ 산업 혁신 조례(Statute for Industrial Inno-vation)는 세제 혜택, 정부의 직접 투자, 관련 근로자 교육 지원과 같은 조치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시에 대만은 신중한 재정 및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5%로, OECD 평균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3월 기준, 대만의 외환보유액(5681억달러·약 771조3660억원)은 중국, 일본, 스위스,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샤오 겅 홍콩 국제금융연구소 소장현 홍콩 중문대 선전금융 연구소 연구위원

대만의 경험은 중국에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의 금융화’다. 위험을 회피하는 은행 시스템보다 주식시장의 위험 자본에 의해 기술 투자 자금이 조달되도록 한 것이다. 대만에서는 이런 과정이 기술 발전과 주식시장 상승의 선순환을 이끌었다. 2003년 4월 1일부터 2024년 4월 1일까지 대만가권지수는 연평균 8.5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주가지수의 연평균 상승률(3.77%)보다 훨씬 빠른 상승 속도다. 미국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의 연평균 상승률 10%에 약간 못 미친다.대만과 유사한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는 것은 중국의 시급한 우선 과제가 되었다. 현재 중국 GDP의 무려 30%를 부동산 부문이 차지한다. 이로 인해 중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취약해졌다. 부동산 시장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위축되는 경향이 있으며, 중국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은 부동산 손실을 상쇄하고 미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지만, AI 투자는 신기술에 고위험 포지션을 취할 수 있는 주식시장을 필요로 한다.

대만은 중국에 영감을 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 대만 기업가들은 중국 제조업과 소매업 분야 개선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양쪽 모두에 큰 혜택을 가져다주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기술 협력은 대만 기업에 대규모 시장 접근을 제공하고, 중국은 절실히 필요로 하는 ‘혁신의 금융화’를 진전시킬 수 있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① 2008~2016년 8년간 대만 총통을 지냈다. 재임 기간 중국과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발효하는 등 양안 협력을 확대해 왔다. 1950년 홍콩에서 태어나 1952년 대만으로 이주했다. 대만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타이베이 시장(1998~2006년)을 거쳐 총통에 올랐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92 공식’을 지지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

② 미국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일반특혜관세제도(GSP·Generalized System of Preferences)를 운용한다.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을 장려한다는 목적에서 마련한 제도다. 수혜국은 특정 품목을 무관세 또는 낮은 관세율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 미국은 1988년 대만, 홍콩,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 4개 신흥 국가를 GSP 수혜국에서 제외했다. 4개국이 미국을 상대로 큰 무역 흑자를 누리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③ 대만입법원은 2023년 1월 ‘대만형 칩스법’이라고 불리는 산업 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대만 경제부는 이에 근거해 2023년 8월 ‘기업의 미래 지향적 혁신 연구·개발 및 첨단 공정 장비 지출에 대한 투자감면방법(대만형 칩스법 시행규칙)’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대만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공급망 핵심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 투자액의 25%, 첨단 공정용 설비 투자액의 5%를 당해 연도 법인세에서 감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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