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530e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배터리로만 73㎞ 주행

박진우 조선비즈 기자 2024. 5. 20. 11: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BMW 530e. 사진 박진우 기자

BMW는 8세대 신형 5시리즈에 여러 동력계를 얹고 있는데, 모두 전기 동력을 활용한다. 전기 동력의 개입 비중에 따라 마일드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 등으로 구분한다. 이제 내연기관을 단독으로 활용하는 5시리즈는 세상에 없다. 자동차의 전동화(전기로 움직이는 것) 전환 속도가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고, BMW는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반(半)전기차로 불린다. 전기 동력 비중을 일반 하이브리드차보다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내연기관의 힘으로 충전하는 일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배터리와 달리, 콘센트를 통해 외부 전기 충전이 가능하다. 플러그를 꽂는다고 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5시리즈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7세대부터 적용됐다. 최근 출시한 8세대 신형에도 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들어간다. 530e를 시승했다.

BMW 8세대 신형 5시리즈는 동력계에 따라 내·외관 디자인이 달라지지 않았다. 외모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의 성격이 서로 조금씩 다른 것과 비슷하다. 이는 새로운 플랫폼 CLAR 적용으로 가능했던 일인데, 보통 동력계는 그 특성과 작동 원리에 따라 크기나 무게, 형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통상 동력계가 다르면 내·외관도 조금씩 바뀌기 마련이다. 그러나 BMW는 5시리즈의 내·외관 디자인을 어떤 동력계를 쓰든지 모두 통일했다. 이는 제품군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BMW가 추구하는 한 제품에서 각 동력계의 장점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철학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다른 5시리즈처럼 전면 그릴은 닫혀있다. 5시리즈 최초 전기차 i5와 동일하다. 액티브 셔터라는 기능을 적용했는데, 주행 중 엔진 열을 식혀야 할 때 그릴이 열리면서 차가운 공기를 받아들인다. 하단에도 그릴이 들어가는데, 역시 필요할 때만 열리고 닫힌다.

BMW의 상징적인 키드니(kidney) 그릴(그릴 모양이 콩팥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 둘레엔 조명이 들어가 인상이 또렷하다. 과거 BMW 디자인인 샤크 노즈(상어코 디자인)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새로운 느낌과 향수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또 외관 곳곳에 과거를 연상케 하는 레트로풍 디자인이 가미됐는데, 촌스럽지 않다. 미래 지향적인 요소를 담아내고 있다.

BMW 530e. 사진 박진우 기자

이 차 크기는 길이 5060㎜, 너비 1900㎜,높이 1515㎜, 휠베이스(앞바퀴 중앙과 뒷바퀴 중앙 사이 거리) 2995㎜다. 구형과 비교해 차가 커져서 육중한 느낌을 준다. 무게는 2125㎏이다. 내연기관 5시리즈는 무게가 1905㎏인데, 배터리 장착으로 200㎏ 정도 무겁다.

CLAR 플랫폼의 특징에 따라 어떤 동력계든 배터리는 차량 하부 모두 똑같은 위치에 넣는다. 배터리가 작은 하이브리드차나 배터리가 큰 전기차나 마찬가지다. 동력용 배터리가 없는 내연기관차는 배터리 장착 공간을 비워둔다. 이때 장점은 모든 차의 실내 공간을 동일한 크기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트렁크 공간도 배터리에 침해받지 않고 어떤 동력계든 같은 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내연기관 5시리즈와 530e의 외관상 다른 점은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한 충전구 유무다. 차 뒤쪽에 들어간 주유구와 구분하기 위해 차 앞쪽에 전기 충전구를 두고 있다. 530e는 18.7㎾h(킬로와트시)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한다. 외부 충전을 통해 배터리를 가득 채우면 최대 73㎞를 달릴 수 있다. 구형(43㎞)보다 주행거리가 62% 늘었다. 그런데 차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거리는 90㎞를 훌쩍 넘는다. 국내 인증이 워낙 까다로운 탓인데, 실제 주행 가능 거리는 더 길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수도권 거주자의 하루 통근 거리는 20.4㎞다. 때문에 530e의 배터리를 모두 채웠을 경우 이론상으로 3일 정도는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출퇴근이 가능하다. 회사와 집에서 모두 전기차 충전이 가능하다면 단거리 주행에서는 기름을 쓸 일이 없다. 기름을 태우지 않으면 배출가스도없기 때문에 그만큼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530e의 하이브리드 동력계는 가솔린 엔진보다 전기모터에 더 많은 동력 비중을 두는 느낌이다. 가솔린 엔진의 최고 출력이 190마력인데, 전기모터의 최고 출력도 이와 비슷한 180마력이다. 전기모터는 물리적인 특성상 저속에서 엔진보다 동력을 내는 속도와 힘이 더 세다. 그렇게 보면 530e는 엔진을 보조하는 전기 동력이 아니라 전기 동력을 보조하는 엔진이라는 말이 적당해 보인다.

가속 페달을 밟아 출발할 때는 전기차 i5를 탔을 때와 같은 느낌이다. ‘우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앞으로 나가는데, 귀로 속도가 느껴지는 묘한 재미가 있다. 배터리에 전기가 남아 있는 한 530e는 전기를 우선해 달리기 때문에 도심에서는 엔진의 개입 정도가 작다. 엔진 소리도 최대한 억제돼 있어 엔진이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기 힘들다.배터리도 커지고, 연료통도 커졌다. CLAR 플랫폼의 장점이다. 이 효과로 구형보다 긴 751㎞를 달릴 수 있다. 높은 성능을 내는 스포츠 모드로 주행 모드를 바꾸면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전기 동력에 엔진 힘이 더해지니 치고 나가는 가속감이 상당하다.

전기차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었기 때문에 전기차를 탈 때 느낌과 상당히 유사하다. 전기차 특성 중 하나인 회생제동을 530e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앞 차와 거리를 측정해 회생제동의 정도를 차가 스스로 조절한다. 앞 차와 거리가 멀면 강한 회생제동이, 가까우면 약한 회생제동이 걸린다.

달리는 능력은 내연기관 5시리즈와 비슷하다. 속도를 낼 때는 충분히 내고, 감속해야 할 지점에선 정확하게 속도를 낮춘다. 직선 또는 곡선주로에서 차의 운동성이 떨어지는 아쉬움 같은 건 없다. 본래 BMW 5시리즈가 가진 역동적인 느낌을 잘 살렸다. 과속방지턱을 넘나들 때는 매우 부드러운 느낌을 낸다.

효율은 복합 기준 15.9㎞/L다. 전기모터 단독으로 시속 14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충전 등 여러 이유로 아직 전기차가 불편하다면 530e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전기차처럼 타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고, 전기차에 거부감이 있다면 충전을 따로 하지 않고 내연기관차처럼 타면 된다. 가격은 기본 모델 8920만원, M 스포츠 패키지 9220만원이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