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구하라, '단톡방 이상하다' 해… 버닝썬-경찰 유착 취재 도움 줘"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24. 5. 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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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고 구하라, 최종훈. BBC 코리아 다큐멘터리 캡처

연예계를 넘어 사회적 사안으로 커진 '버닝썬 게이트' 당시 고(故) 구하라가 버닝썬-경찰 유착 관계 취재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BBC 뉴스 코리아는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불법 촬영을 보도한 스포츠서울 박효실 기자와 버닝썬 게이트를 집중 취재한 SBS 연예뉴스 강경윤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다큐멘터리와 기사를 19일 공개했다. 보도에는 여성 아이돌 그룹 카라(KARA) 멤버였던 구하라가 '버닝썬 게이트' 취재 당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승리-정준영-최종훈 등이 속한 단체 대화방에 나오는 '경찰'의 존재가 "가장 풀리지 않는 문제"였다는 강경윤 기자는 "구하라라는 존재가 등장해 그 물꼬를 사실 터 준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훈과 평소 친한 사이였고, 승리와 정준영과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는 구하라는 이들이 휴대전화를 보고 '게네 거기에 진짜 이상한 거 많아요'라고 강 기자에게 말했다.

고인의 친오빠인 구호인씨는 구하라가 연습생 때부터 오래 알고 지낸 최종훈에게 '네가 알고 있는 것을 강 기자에게 말해라'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구하라와 최종훈이 스피커폰으로 통화할 때 곁에 있었다는 구씨는 구하라가 최종훈에게 '그대로 기자님한테 얘기를 해' '내가 도와줄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맨 윗 사진 왼쪽부터 정준영, 승리, 맨 오른쪽은 최종훈. BBC 코리아 다큐멘터리 캡처

이로 인해 '정준영 단톡방'에 나오는 '경찰총장'(경찰청장의 오기)은 실제로 존재하는 경찰 윤규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강 기자는 '저도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이지 않나'라며 취재를 도와준 구하라를 가리켜 "굉장히 용기 있는 여성"이라고 했다. 리벤지 포르노란 이별 후 보복 목적으로 유포하는 전 연인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의미한다.

구하라 역시 교제하던 남성 연인 최종범씨에게 불법촬영 당한 피해자로서 재판을 진행했는데, 당시 폭행 장면이 담긴 CCTV도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다. 구호인씨는 최씨가 구하라에게 '연예계 생활을 끝나게 해 주겠다'라고 협박했으며, 꿈이었던 가수라는 직업을 잃을까 봐 불법촬영 사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게 두려웠던 구하라가 제발 그러지 말라고 무릎을 꿇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에는 정준영과 최종훈에게 집단 강간을 당했던 피해자 중 정준영의 대구 팬 사인회에 갔던 팬이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방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그 시기에 승리-정준영-최종훈 무리와 만난 적이 있는데 혹시 자신이 찍힌 불법촬영 동영상도 있는지' 연락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클럽 버닝썬에서 다양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은 성폭행·물뽕(물에 타서 먹는 마약)·경찰관 유착 의혹 등을 내사한 바 있다. 여러 방송에서 본인이 클럽 버닝썬을 운영하고 있다고 과시한 승리는 '버닝썬 게이트'가 터지자 "실질적인 클럽의 경영과 운영은 제 역할이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정준영과 최종훈에게 집단 강간당한 피해자 중에는 정준영의 팬도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BBC 코리아 다큐멘터리 캡처

하지만 △성매매 알선 △성매매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업무상 횡령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폭행교사까지 총 9개 혐의를 받아, 1년 6개월 실형을 받았다.

정준영은 2016년 1월 강원도 홍천과 같은 해 3월 대구 등지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 2015년 말 연예인들도 들어와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여성과의 성관계를 몰래 불법촬영한 영상을 전송·공유한 혐의로 징역 5년과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복지시설 5년 취업제한이 선고됐다.

'정준영 단톡방' 멤버인 최종훈은 집단 성폭행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승리, 정준영, 최종훈 모두 현재 만기 출소한 상태다.

반면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버닝썬 게이트' 취재에 도움을 준 사실이 드러난 구하라는 전 연인 최씨와 불법촬영 피해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던 2019년 11월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최씨의 상해, 협박, 강요, 재물손괴죄만을 유죄로 인정하고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020년 7월, 2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고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최씨를 법정구속했으나, 역시나 '불법촬영'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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