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대학 찾은 바이든 “평화 시위 지지”…등 돌린 학생들

이본영 기자 2024. 5. 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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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미국 대학생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 대학 졸업식 연설로 즉각 휴전을 주장하며 청년층 달래기를 시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유서 깊은 흑인 대학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모어하우스대에서 한 졸업식 연설에서 즉각 휴전과 인질 석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된 기업들에 대한 각 대학의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천막 농성 등 전국적 학생 시위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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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역사가 미국의 역사”…등 돌린 청년·흑인 표심 달래기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모어하우스대에서 19일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 위 연단에 선 이)이 졸업식 연설을 하는 동안 한 교직원이 등을 돌린 채 주먹을 들고 있다. 주먹을 들어올리는 행위는 인종 차별 등 부정의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용된다. 애틀랜타/AFP 연합뉴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미국 대학생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 대학 졸업식 연설로 즉각 휴전을 주장하며 청년층 달래기를 시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유서 깊은 흑인 대학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모어하우스대에서 한 졸업식 연설에서 즉각 휴전과 인질 석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가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가슴 아프다”며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또 자신은 항구적 평화를 위해 ‘2국가 해법’을 추구한다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세계에서 가장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 중 하나”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된 기업들에 대한 각 대학의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천막 농성 등 전국적 학생 시위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난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시위를 지지한다”며 “당신들의 목소리는 전달돼야 하며, 난 그것을 듣겠다고 약속한다”고 했다.

항의 시위가 본격화한 이래 바이든 대통령이 대학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내놓은 메시지는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청년층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2일 시위에 대해 첫 입장을 밝힐 때 평화 시위는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기물 파손, 무단 침입, 창문 깨기, 캠퍼스 폐쇄, 수업과 졸업식 방해는 그 어느 것도 평화 시위가 아니다”라고 했을 때와는 어조가 달라졌다.

애초 졸업식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으나 행사에 방해가 될 정도의 항의는 없었다. 에이비시(ABC) 방송 등이 전한 현장 상황을 보면, 일부 학생들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거나 무슬림식 두건을 쓰고 참석했다. 일부 학생들은 바이든 대통령 연설 때 돌아앉고, 등을 돌리고 주먹을 치켜든 교직원도 있었다. 그가 명예 학위를 받을 때 퇴장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 학교에서는 가자지구 전쟁 항의 움직임이 크지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뜨거운 환영을 받는 분위기도 아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졸업생 대표가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연설을 할 때는 큰 박수가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모어하우스대를 졸업식 연설 장소로 고른 것은 조지아주가 경합지인데다 흑인 남성들만 다니는 학교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흑인들한테 92%의 몰표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여론조사에서 6개 경합주 흑인 유권자들의 20% 이상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등 흑인들 민심이 심상찮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흑인들의 역사가 미국의 역사”라며 흑인 민심에도 호소하려고 노력했다. 흑인들을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중용했다며 “내 기록을 확인해보라”거나 “언젠가 모어하우스대에서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고도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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