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으로 실종…생사 확인 안돼

이란 국영TV “사고원인은 악천후”
내무장관 “악천후와 험한 지형 탓 구조대 접근 지연”

(시사저널=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19일(현지 시각) 오후 추락했다고 이란 현지 언론과 외신 등이 보도했다. 수색 작업은 악천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내무부는 이날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서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가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TV는 악천후가 사고 원인이라고 전했다. 라이시 대통령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 이란 관리는 "라이시 대통령이 생사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이 헬기에는 라이시 대통령과 함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말리크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타브리즈 지역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모하마드 알하셰미, 경호원 등도 탑승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동아제르바이잔 주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뒤 타브리즈로 돌아오고 있었다. 사고 헬기와 함께 이동한 나머지 2대의 헬기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 중 날이 저문 데다 비와 짙은 안개 탓에 구조 헬기는 물론 드론을 띄우기도 어려워 도보로 접근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사고 접수 후 구조대 40개 팀을 급파했으나 악천후와 험한 산악 지형 때문에 수시간이 지났지만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사고 헬기 수색·구조를 위해 모든 자원과 병력 동원령을 내렸다. 이란 국영방송은 수색작업에 산악 훈련을 받은 공수부대가 투입됐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중동 등 우방국은 구조와 수색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사고 헬기에 탑승한 라이시 대통령과 관리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했다면서 "이번 사고가 국정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므로 이란 국민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전했다. 수도 테헤란과 이란 각지의 모스크에는 시민이 수백 명씩 모여 추락한 헬기에 탔던 라이시 대통령과 그 일행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탄 헬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란 국민들이 기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강경보수 성향 성직자 출신인 라이시 대통령은 2021년 취임했다. 취임 2년 뒤 이란 정부는 2022년 시작된 이른바 '히잡 시위' 국면에서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바 있다. 또 이란은 지난달 시리아 주재 영사관 피폭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초강경 이미지를 굳혀왔다.

미국과 유럽은 이번 사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지아주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고를 보고받았다고 백악관은 밝혔고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 사고 보도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란 대통령과 외무장관을 태운 헬기가 예기치 않게 비상 착륙했다는 뉴스를 보고 있다"며 "EU 회원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상황을 긴밀히 주시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