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구하라 용기있는 여성"…알고보니 '버닝썬 게이트' 경찰유착 폭로 숨은 공신 [종합]

이지현 2024. 5. 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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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영국 BBC 월드 서비스의 탐사 보도팀으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BBC Eye'가 제작한 새로운 다큐멘터리 '버닝썬 -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는 개인적으로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유명 K팝 스타들의 성추문 취재에 나섰던 두 한국 여성 기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현재 BBC News 코리아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어로 시청할 수 있으며, 올해 6월부터는 BBC 뉴스 TV 채널에서 시리즈로 방영 예정이다. 또한, BBC스튜디오의 글로벌 디지털 뉴스 플랫폼인 BBC.com에서 기사를 읽을 수 있다.

앞서 BBC Eye는 라디오 시리즈 '음모: 버닝썬(Intrigue: Burning Sun)'을 통해 이러한 범죄와 맞서 싸운 주요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후일담을 기록했다. 이번 TV다큐멘터리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박효실, 강경윤 기자의 이야기를 일인칭 시점 묘사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두 기자는 개인적으로 엄청난 희생을 치른 끝에 동경의 대상으로 보였던 K팝 스타들이 저지른 끔찍한 성폭력 행각을 취재, 폭로했다.

지난 2016년 9월, 박효실 기자는 밴드 '드럭 레스토랑'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수백만 명의 사랑을 받았던 K팝 스타 정준영의 여자친구였던 한 여성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취재를 시작했다. 정 씨가 몰래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여성은 이내 고소를 취하했다. 박 기자에 따르면 이로 인해 대중은 이 여성에 등을 돌렸으며 정준영은 피해자가 되고 언론은 "악당이 되었다"고 한다. 박 기자는 "나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 기자는 온라인상에서 온갖 악성 댓글에 시달렸으며, 비난하는 이메일도 쏟아졌다. 이른 새벽부터 전화도 울리기 시작했다. 박 기자는 "전화를 받지 않으니 외설적인 사진을 담은 메시지가 날아들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박 기자에겐 도망칠 곳이 없었다. 당시 2차례 유산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그녀는 여전히 자녀가 없다. 이렇듯 박 기자가 사건 이후 후유증과 끝없이 이어지는 온라인 테러에 대처하고자 애쓰는 동안 정준영은 유럽 투어에 나서고, 새로운 음원을 발매하는 등 점점 더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2019년, 정준영을 둘러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다. 2016년 당시, 정 씨는 경찰 조사 중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설 포렌식 업체에 맡긴 바 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어느 날, 해당 휴대전화에 접근할 수 있던 익명의 제보자가 그 속에 담긴 데이터를 유출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 제보는 SBS의 연예부 기자인 강경윤 기자에게 전달되었다. 강 기자는 박효실 기자가 시작한 일의 끝을 보게 될 참이었다.

이 휴대전화 데이터엔 정 씨가 2015~2016년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정 씨가 다른 남성 K팝 스타들과 주고받은 충격적인 성적인 영상 및 의식이 없는 여성들을 촬영한 사진을 보게 된 강 기자는 "지금도 그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이 단체 대화방 멤버 중엔 록밴드 'FT 아일랜드'의 리드 기타리스트였던 최종훈도 있었다. 한 메시지에는 정준영, 최종훈 등이 함께 의식을 잃은 여성을 집단 강간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한편 강 기자는 휴대전화 데이터를 살펴보다가 대화방 멤버들이 왜 자신들은 법을 초월한 존재라고 느꼈는지 보여주는 단서도 발견하게 됐다. 일부 대화를 통해 이들이 고위 경찰 간부인 지인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카라 구하라가 버닝썬 수사에 큰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강 기자는 "도대체 그 단톡방에서 나오는 경찰이 누굴까, 그게 너무나 중요한 키포인트였다. 가장 풀리지 않는 문제였고 숙제이기도 했는데 구하라 씨라는 존재가 등장해 물꼬를 터준 것"이라 밝혔다.

"아직도 그날이 기억에 남는데 '기자님 저 하라예요'라는 목소리가 많이 기억이 난다. '정말 도와 드리고 싶어요'라더라. 너무 고마웠다"고 떠올리는 강 기자는 "구하라 씨와 최종훈 씨는 데뷔 때부터 친한 사이였고 승리 씨나 정준영 씨와도 어느 정도는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래서 그때 하라 씨가 했던 얘기는 본인이 친분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휴대폰을 할 때 본 게 있었는데 '걔네 거기에 진짜 이상한 거 많아요 기자님. 얘기하신 게 맞아요' 라고 얘기를 했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 해서 '사실 저는 경찰의 존재를 알고 싶은 것인데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혹시 이 부분에 대해서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했더니 구하라 씨가 최종훈 씨에게 전화를 걸어 그 부분을 대신 물어 봐줬다"고 밝혔다.

이후 강 기자는 최종훈에게 '경찰총장'의 신원을 확인해달라 했고 최종훈은 '경찰총장'이 윤 총경 임을 알려줬다. "구하라 씨는 굉장히 용기 있는 여성이었고 저한테 얘기했을 때 어떤 얘기를 했냐면 '저도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잖아요'(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관련자들의 체포가 이뤄지자, 다른 피해자들도 하나 둘 나서서 고소하기 시작했다. 이는 과거 정 씨의 전 여자친구가 처음 경찰에 신고했을 당시 대중이 어떻게 등을 돌렸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피해자들이 용감하게 나선 덕에 한때 대중 앞에서 자신들을 멋진 존재로 포장했던 슈퍼스타들을 상대로 주요 법정 소송이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정의가 실현되었음에도 강 기자 역시 박 기자처럼 온라인 괴롭힘의 표적이 됐다. 강 기자가 기사를 공개한 이후 곧장 시작된 이러한 괴롭힘은 법정 소송 내내 이어졌다. 유죄 판결이 나와도 완전히 잠잠해지는 건 아니었다.

강 기자는 자신과 박 기자가 폭로한 이 사건이 "K팝 산업에서 성과 권력이 어떻게 부패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경고"가 되었기를 여전히 바란다. 강 기자는 "우리는 거대한 연못에 작은 조약돌 하나를 던진 셈"이라며 "이젠 다시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길 바란다. 그래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훨씬 더 빠르게 이를 고발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BBC Eye 탐사보도 다큐멘터리 '버닝썬'은 카이 로렌스가 제작, 감독했으며 모니카 간시, 무스타파 칼릴리, 마크 퍼킨스, 카비타 푸리가 선임 프로듀서를, 마크 퍼킨스가 에디터를 맡았다. 6부작 오디오 내러티브 팟캐스트 '음모:버닝썬'은 전세계 팟캐스트 플랫폼을 통해 청취할 수 있다.

olzllove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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