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차이나’로 눈 돌린 대기업들, 중간 성적표는 ‘B’

오종탁 기자 2024. 5. 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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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시장 공략에 박차

(시사저널=오종탁 기자)

대(對)중국 수출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저마다 '넥스트 차이나'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아직 노력만큼 실적이 따라와 주지 않고 있어 실질적인 '열매'가 절실한 상황이다.  

시사저널이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주요 계열사 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의 최근 넥스트 차이나 시장 실적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당시 사장) 등이 지난해 6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매출 비중·시장점유율 등 아직은 파이 작아  

삼성전자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넥스트 차이나 시장에서 2021년 33조6671억원, 2022년 42조5114억원, 2023년 32조6262억원의 매출(별도 기준)을 올렸다. 매출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오히려 답보 상태에 놓인 것이다. 같은 기간에 중국 매출도 지속적으로 감소한 가운데 전체 매출은 2021년 59조7247억원에서 2023년 42조2007억원으로 14.7% 줄어들었다.  

특히 베트남 공략에 박차를 가해왔음에도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매출이 지지부진한 건 삼성전자에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50% 이상이 베트남에서 생산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도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삼성의 베트남 누적 투자액은 약 25조원에 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 삼성전자 연구개발(R&D)센터를 2022년 12월 준공식에 이어 이듬해 6월에도 방문하며 베트남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국내 반도체 수출을 이끄는 SK하이닉스는 중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 싱가포르, 대만, 홍콩, 인도 등에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을 기준으로 중국 법인(16조3234억원)과 미국 법인(19조5880억원) 매출이 전체 해외 법인 매출의 78.9%를 차지하는 등 편중이 심하다. SK하이닉스의 넥스트 차이나 시장 매출 규모를 살펴보면 싱가포르 법인은 2조6868억원, 인도 법인은 555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LG전자의 넥스트 차이나 시장 매출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4.5%)와 중동·아프리카(-2.1%), CIS(독립국가연합·-24.4%) 등에서의 매출이 모두 1년 전보다 감소했다. 아시아(7조4880억원), 중동·아프리카(3조2873억원), CIS(1조495억원) 매출 규모도 내수(34조2720억원), 북미(20조3475억원), 유럽(12조1293억원) 등 주요 수출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에 R&D 법인을 신설하고 넥스트 차이나 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었다. 향후 UAE 특성에 맞춰 모빌리티, 로봇, 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현지 정부 주도 B2B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넥스트 차이나 국가 중 하나인 인도에서 판매가 인상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는 2022년 인도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인기를 등에 업고 전년 대비 9.4%의 판매 신장률을 일궜다. 인도 시장 점유율은 14.5%로, 현대차의 해외시장 점유율 중 가장 높았다. 인도 내 판매량(55만2512대)도 중국(25만423대)을 두 배 이상 앞섰다. 미국(78만675대), 한국(68만8884대), 유럽(58만6680대) 등 3대 시장을 넘볼 정도다. 다만 인도 시장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것은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현대차에 인도 판매 실적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은 전사 차원의 프로젝트가 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4월23일(현지시간)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에 있는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현대차·기아 업무보고를 받고 양사 인도 권역 임직원들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 만남은 현대차의 인도 100만 대 양산 체제 구축, 전동화 본격 추진 등을 앞두고 현지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정 회장이 해외에서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갖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인도에서 지속적으로 시장 점유율 2위를 달성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며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돌파구 찾아가는 현대차·롯데  

중국 사업 실패로 절치부심한 롯데쇼핑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었다. 두 나라를 '전략적 진출 국가'로 선정하고 신규 점포 개점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왔다. 롯데쇼핑은 현재 베트남에서 백화점 3개, 할인점 16개, 영화관 45개를, 인도네시아에선 백화점 1개, 할인점 48개를 운영 중이다.

가장 점포가 많은 할인점은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나타내며 롯데쇼핑의 수익성 개선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있다. 올 1분기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의 해외 매출액은 4281억원, 영업이익은 1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1%, 34.4% 증가했다. 베트남에서의 영화관 사업 매출도 점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롯데는 넥스트 차이나 시장에서 그룹 전체의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롯데는 주력 신사업으로 이차전지, 바이오 테크놀로지, 메타버스, 수소에너지 등 4개 분야를 꼽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4월17일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 있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마트팩토리를 찾아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점검하고 현지 임직원들에게 "말레이시아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세계 최고 품질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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