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불안에 고통스러운 당신…“좋고 싫음을 분리하려 애쓰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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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거나 싫다고 분별하며 좋은 것은 가지려 하고 싫은 것은 버리려 하는 그 마음이 우리를 행복하지 못하게 한다."
이미 마음을 터득해 분별이 사라진 규기 스님의 경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진우 스님은 "코를 골든 개미가 온 방 안을 돌아다니든 잠을 청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따로 고락을 분별하지 않으니 마음이 불편하거나 기분이 상하는 일도 없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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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거나 싫다고 분별하며 좋은 것은 가지려 하고 싫은 것은 버리려 하는 그 마음이 우리를 행복하지 못하게 한다.”
한국 선명상 연구와 보급에 앞장서 온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신간 ‘개미의 발소리’(조계종출판사·사진)를 펴냈다. 책은 일종의 선명상 수행서다. 진우 스님은 현대인들이 스트레스와 고민, 불안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를 ‘감정’에 갇혀서라면서 “현상과 대상으로부터 감정을 분리하라”고 조언한다. 즉, “고락(苦樂)의 분별업을 버리라”는 것이 책의 요지다.
불교에서 인생은 ‘고통의 바다’에 비유된다. 또, 괴로움(苦)과 즐거움(樂)이 되풀이되는 ‘고락의 윤회’ 다. 책은 이를 벗어나야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스님은 그 방법을 108가지 이야기를 통해 일러준다. 자신의 경험을 비롯해 신도들의 사연과 선불교에서 전해오는 설화, 어린 시절 읽은 우화 등을 동원해 이 시대에 선명상이 필요한 이유와 그 수행법을 쉽고 흥미롭게 설파한다. 예컨대, 제목으로 쓰인 ‘개미의 발소리’편을 보자. 이는 현장법사의 권유로 출가한 규기 스님(632∼682)의 일화다. 규기 스님은 자신의 코골이 탓에 잠을 못 잔 도선율사가 다음 날 핀잔을 주자, 자신은 개미의 발소리까지 들었다고 응수한다. 이미 마음을 터득해 분별이 사라진 규기 스님의 경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진우 스님은 “코를 골든 개미가 온 방 안을 돌아다니든 잠을 청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따로 고락을 분별하지 않으니 마음이 불편하거나 기분이 상하는 일도 없다”고 풀이했다. 즉,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묵묵히 제 할 일을 하자”는 뜻이다.
책은 진우 스님이 2008년 용구산 몽산선원에서 참선 수행을 하던 시절부터 매일 새벽 써내려간 글 중에서 선별한 것이다. 스님은 이를 주변 지인들에게 하나, 둘 문자로 보내줬는데, 읽은 후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그리고 어느새 스님의 단상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백 명에 이르게 된 것. “실생활과 참선의 괴리를 불식시켜 보겠다는 호기”가 작동했다고 당시를 돌아본 스님은 “바른 법에 따라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자는 것이다”라며 집필 계기와 출간 의도를 설명했다.
현대 사회는 무엇이든 호오(好惡)와 시비(是非)를 가르게 한다. 이에 부응하려 발버둥 치는 사람들에게 스님은 “아무리 분별을 하고 좋은 쪽으로 방향을 틀더라도 실익이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두고 ‘허무주의’라고 하는 비판에 대해서는 “참으로 본말이 전도된 생각이 아닐 수 없다”며 “허무주의란 절대적 가치나 진리가 없다고 보는 입장인데, 불교에 절대적 가치나 진리가 없다고 보는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책은 스님이 불교의 지혜를 명상 형식으로 전하기 위해 전심을 다해 온 까닭에 대해서도 밝힌다. 그것은 스님의 말대로, ‘수행’이 이제 “세상의 고통을 뿌리째 뽑아버리기 위한 인간의 마지막 노력” 중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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