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품 아니지만 럭셔리…Z세대에게는 이것도 명품 [스프]
"에러헌 하울(Erewhon haul)을 시작합니다!"
500만 팔로워를 가진 틱톡커 알릭스 얼(Alix Earle)이 스무디, 버팔로 카울리플라워, 치킨 페스토 샌드위치, 치킨 누들 수프를 소개한다. 해당 영상은 600만 조회수와 60만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틱톡에서 에러헌 하울은 많은 이들이 업로드하는 주제다. 2024년 2월 기준 #Erewhonhaul 해시태그는 5,490만을 훌쩍 넘는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대체 에러헌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에러헌은 LA 지역 기반의 럭셔리 슈퍼마켓 체인이다. LA 인근 지역에만 매장을 두고 있으며, 미국에서 천연 및 유기농 식품을 판매한 미국 최초의 매장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 유기농, 건강식 식품들을 취급하며,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생소한 식물 기반 식품이나,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식료품을 구비하고 있다. 실제로 다른 슈퍼마켓과 비교하여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스틴 비버의 아내이자 인플루언서인 헤일리 비버와 함께 만든 'Strawberry Glaze Skin Smoothie' 구매 붐과 같은 현상이 더해지며, 전 세계 Z세대들을 에러헌으로 모으고 있다.
일상의 럭셔리화 : Daily Luxury
[ https://www.usinflationcalculator.com/inflation/current-inflation-rates ]
한편, 전통적인 관점에서 럭셔리는 기본적으로 사치재(luxury goods)다. 사치재는 필수재(essential goods)와는 상반된 개념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재화다. 하지만 앞서 기술한 최근 국내외적 사회경제의 변화는 이러한 기본 명제를 뒤바꿔 놓았다. 럭셔리의 특성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뉴럭셔리는 꼭 사치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 Baby Boomers: Restaurants: 38%, Travel: 37%
- Gen X: Restaurants: 39%, Groceries: 34%
- Millennials: Groceries: 41%, Travel: 36%
- Gen Z: Groceries: 38%, Beauty and personal care: 37%
출처: https://www.thestreet.com/retail/young-people-spend-more-money-on-this-essential-than-anything-else
[ https://www.thestreet.com/retail/young-people-spend-more-money-on-this-essential-than-anything-else ]
나만의 의미가 부여된 희소성 : Epistemological Scarcity
이러한 물질적 희소성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는 많은 연구에서 검증된 사안이다. 1975년 버지니아대 스티븐 워첼(Stephen Worchel) 교수는 두 유리병에 같은 쿠키를 10개, 2개씩 나눠 담은 후 대학생들에게 선택하도록 했더니, 2개가 담긴 유리병의 쿠키에 대한 선호도가 유의하게 높았고 지불 의향 가격도 25%나 높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실질적으로 희소성을 부각하여 소비자 수요를 자극하는 것은 아주 오래된, 전통적인 접근이다.
반면에 새로운 럭셔리의 경우에는 희소성의 정도가 소비자 개인의 의미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를 인식론적 희소성(epistemological scarcity)이라고 한다. 즉, 물리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거나 경험할 수는 있지만, 소수가 제품에 자신만의 희귀한 경험이나 의미를 더해 희소성을 내면화한다. 물질적 소유보다는 개인적 의미에 더 중점을 두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러한 성향은 Z세대에게 두드러진다. Z세대에게 소비에서 중요한 가치는 '관심사'일 뿐 유명 브랜드 그 자체가 아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실시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총 1,900여 개의 브랜드 중 각 세대의 50% 이상이 알아보는 브랜드의 숫자는 Z세대의 경우 그들 부모 세대에 비해 크게 줄었다. 대중이 잘 모르는 브랜드를 발굴하여 소비하는 경향도 다른 세대보다 강한 편이다. 사회가 '좋다'고 합의한 브랜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브랜드를 직접 평가하고 선택하는 세대가 바로 이들인 것이다.
실천 혹은 노력이 덧대어진 럭셔리 : Luxury Practice
하지만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럭셔리는 구매 중간 과정에서도 실천적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존재한다. 맨체스터대학의 베니스터와 동료들은 새로운 럭셔리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천적 관점에서 봐야 함을 설파했다. 특히 이들은 일반적 제품도 럭셔리가 될 수 있게 만드는 소비자들의 특별한 다섯 가지 행위를 밝혀냈다. Protecting(보호하기), Displaying(전시하기), Caring(돌보기), Collecting(수집하기), Nurturing(기르기)가 그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신발을 전시장에 컬렉션을 모으면서 즐거움을 얻는 소비자가 있다고 치자. 그 소비자에게 수집 행위는 필연적이다. 그가 수행하는 친밀한 실천적 의식이 그 물건들을 더욱 특별하고 럭셔리한 제품으로 부각시켜주기 때문이다.
처분 과정에서도 새로운 명품이 부각되기도 하는데, 'Vintage Luxury Buttons'가 대표적이다. 기성품인 명품 액세서리를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명품 브랜드 의류의 단추에 부자재를 달아 귀걸이 목걸이 등 액세서리로 업사이클링한 제품을 구매 혹은 판매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최대의 수공예품 매매 플랫폼인 Etsy에서는 '샤넬 단추', '루이비통 단추' 등 명품 단추 매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용이 완료되어 제품을 처분하기보다, 명품 단추를 액세서리로 바꾸는 행위를 추가하여 자신만의 럭셔리로서 가치를 배가시키는 소비인 셈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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