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부진 찬바람에 ‘콧대 낮춘’ 수입차[자동차]

최지영 기자 2024. 5. 20.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벤츠·BMW 전기차라인
최고 25% 대규모 세일전
지프·폭스바겐도 잇따라
올 1분기 수입차 판매량
작년 동기보다 8% 감소
수요둔화 극복에 안간힘
BMW의 ‘X3M’

국내 수입 자동차 업계가 앞다퉈 할인 경쟁에 돌입했다.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 흐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수입차 신규 수요 감소에 따른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파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수입차 1, 2위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일반 승용차, 전기차 등을 대상으로 할인율을 최대 20%까지 적용한 가운데,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앞다퉈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이어가면서 이 같은 판매 전략이 수입차 시장에 ‘순풍’을 일으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업계와 온라인 신차 구매 플랫폼 겟차 등에 따르면, 현금 할인율 기준으로 가장 적극적인 할인 정책을 펴는 브랜드는 벤츠다. 벤츠는 특히 고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대규모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모델별로 살펴보면 벤츠 ‘EQE350+’는 정가(1억350만 원)보다 25%(2580만 원) 할인된 777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EQS 450 4MATIC’ SUV는 출고가 1억5410만 원에서 22%(3350만 원) 할인된 1억2060만 원에, ‘EQA 250’ AMG 라인은 7360만 원에서 20%(1470만 원) 할인한 5890만 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현재 전기차는 8500만 원 이상인 경우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시장 수요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응으로 보인다.

벤츠 최상위 브랜드인 마이바흐까지 할인 대열에 동참했다. ‘마이바흐 S 680 4MATIC’(2023년식)은 출고가가 3억7500만 원이지만, 현재 9370만 원(할인율 25%) 할인해 팔고 있다. 벤츠는 이전까지 ‘정가 판매’ 전략을 추구해 왔지만, 수입차 신규 수요가 움츠러들자 기존의 판매 전략을 대폭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BMW도 할인전을 펼치고 있다. 할인 폭이 가장 큰 모델은 ‘X3M 컴페티션’으로 정가(1억2320만 원)보다 23%(2800만 원) 할인한 9520만 원에 팔리고 있다. 중형 SUV 전기차인 ‘iX3 M’ 스포츠카는 8260만 원에서 17%가량 깎인 6828만 원에 판매하고 있고, 대형 전기 세단인 ‘i7’은 등급별로 차이가 있으나 대략 13%대의 할인율을 적용, 정가보다 2350만 원 싸게 살 수 있다. 주력 차종인 ‘i5’ 시리즈는 11∼12%가량 할인해주고 있다.

다른 업체들의 할인 판매 현황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프는 출고가가 7600만∼8400만 원대인 ‘그랜드 체로키 3.6’ 시리즈에 대해 20∼22% 선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레니게이드 1.3 리미티드 FWD’는 4550만 원이지만 500만 원(11%)을 할인해 주고 있다. 폭스바겐의 ‘아테온 2.0 TDI 프레스티지’ 모델은 출고가(5800만∼6300만 원대)에서 16%가량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아우디는 준대형 세단 ‘A6’(6900만∼9500만 원대)에 17%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수입 자동차 업계가 대규모 할인에 나선 건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등 자동차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체 수입차 판매량은 7만6000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8만2000여 대)과 비교해 약 8% 감소했다. 특히 고금리, 고물가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수입차 업체들이 ‘수요 둔화’에 따른 소비 부진을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반면 브랜드만의 ‘무할인 정책’을 이어가는 업체들도 있다. 일본 토요타는 캠리, 하이랜더 등 일부 모델에 한해 1.4∼1.6%의 할인만 적용하고 있고, 렉서스를 대표하는 ‘ES’도 최대 2∼3% 할인만 가능하다. 스웨덴 볼보의 경우 ‘XC60’ ‘V60’ ‘S90’ ‘S60’ 등 대부분 모델에서 사실상 할인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할인 판매보다는 차량 모델 다양화 등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