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이면 됩니다'…진보하는 '복합제' 개량신약

권미란 2024. 5.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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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142건 허가건수 중 62.7% 차지
만성질환→다양한 질환으로 개발 확대
각기 다른 성분 의약품을 합치는 복합제 개량신약이 2개 성분에서 나아가 3~4개 등 다수 성분을 더한 복합제 개발로 이어지는 추세다.

개량신약은 혁신 신약보다 개발하는데 필요한 기간과 비용이 적은 반면 제네릭(복제의약품)보다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시장 진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각기 다른 성분 의약품을 합치는 복합제 개량신약은 2개 성분에서 나아가 3~4개 등 다수 성분을 더한 복합제로, 고혈압 등 만성질환 중심에서 다양한 질환으로 진보하고 있다.

제네릭보다 높은 약가…독점판매기간 등 혜택

개량신약은 이미 허가 받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이나 약효는 비슷하지만 안전성, 유효성, 유용성(복약 편의성 등) 등을 개선한 의약품을 말한다. 1개의 개량신약을 개발하는데 평균 10억~40억원의 비용과 4~5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의약품은 개량신약 외에 혁신신약과 제네릭으로 구분된다. 혁신신약은 개발에 성공하면 높은 수익이 보장되지만 개발기간만 10~15년이 걸리고 최소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실패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제네릭은 개발기간 2~3년, 개발비용 2억~3억원으로 가장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개발이 가능하지만 약가가 낮은데다 특허만료와 동시에 다수 제네릭이 쏟아져나와 출시 초기부터 경쟁이 치열할 수 있다.

개량신약은 혁신신약과 제네릭의 중간지대에 있다. 개발비용 10억~40억원을 투입해 기존 제품을 개량한 제품을 내놓는데 보통 4~5년이 걸린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고, 비용이 턱없이 많이 들거나 적게 들지도 않다.

무엇보다 개량신약은 개발유형에 따라 4년 또는 6년간 후발의약품의 진입이 불가능한 재심사(일종의 자료보호 및 독점권 보장) 기간이 보장된다. 새로운 효능효과, 새로운 염(의약품 주성분의 촉매제) 또는 이성체(분자식은 같으나 분자 내에 있는 구성원자의 연결방식이나 공간배열을 다르게 배열) 등으로 허가 받은 경우 4년, 새로운 조성(여러가지 성분을 혼합한 복합제), 새로운 투여경로, 제제개선(제형·함량·용법·용량) 등은 6년의 재심사 기간이 부여된다. 

복합제 허가비중 62.8%…대부분 '만성질환'

개량신약 제도가 도입된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내 허가를 받은 개량신약 건수는 총 142건이다. 유형별로는 △새로운 조성 89건(62.7%) △제제개선 34건(23.9%) △새로운 투여경로 7건(4.9%) △새로운 염 또는 이성체 7건(4.9%) △새로운 효능효과 5건(3.5%) 등이었다.

개량신약 유형별 허가 비중. /그래픽=비즈워치

개량신약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새로운 조성', 곧 복합제다. 한 알로 다수 약물을 복용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 개량신약 가운데 부가가치가 가장 높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있고 환자들은 복용하기 편한데다 약값 부담은 줄어들어 선호도가 높다. 결국 제약사의 수익 증대로 이어지는 셈이다.

기존 복합제 개량신약들은 만성질환 3대장으로 꼽히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중심으로 개발돼 왔다. 초기에는 단일약제를 처방하지만 점차 1개 치료제로는 질환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2개 이상 치료제를 병용투여하는 것에 착안해 개발됐다. 무엇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혈관에 영향을 미쳐 1개 질환에서 다른 질환까지 확산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약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지난 2009년 한미약품이 고혈압치료제 성분인 로사르탄과 암로디핀을 결합한 '아모잘탄'을 내놨다. 국내 복합제 개량신약의 포문을 연 제품이다. 한미약품을 필두로 종근당, 보령, 녹십자, 대웅제약 등 다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관련 2제, 3제 복합제를 출시했고 4제 복합제 등 차기 품목 개발도 진행 중이다. 

점안제·전립선비대증 등 개발 확대

최근에는 만성질환에서 나아가 복합제 개발 분야가 다양한 질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앞서 한미약품은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위장관 장애·출혈 부작용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아스피린에 위식도역류질환에 사용되고 있는 프로톤펌프억제제(PPI)를 조합한 '라스피린캡슐'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 지난 2월 출시했다. 현재 한국파마와 지엘팜텍(공동개발), 보령도 아스피린과 PPI 복합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에 항혈전제 성분인 '클로피도그렐'을 합한 복합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클로피도그렐은 위장출혈 등 위장관계 부작용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어 위장관을 보호하는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을 잡고 있는 PPI제제는 항혈전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어 병용투여가 어려웠다. 반면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K-CAB)인 케이캡은 PPI제제와 달리 약물상호작용 우려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휴온스는 항염 작용을 하는 '사이클로스포린'과 안구 보호 작용을 하는 '트레할로스'를 복합한 안과용 점안제 'HU-007'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탈모치료제 성분인 '두타스테리드'와 발기부전치료제 성분 '타다라필'을 복합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의 임상 3상을 마치고 올해 품목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대원제약은 비스테로이드성(NSAIDs) 소염진통제 '펠루비'와 마약성 진통제 성분인 '트라마돌'을 합친 복합제를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량신약은 이미 허가된 의약품의 단점을 개선해 안전성, 유효성, 유용성 등을 높인 약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회피하고 독점권도 보장된다"면서 "만성질환 복합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만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른 질환분야에서도 여러 성분을 조합한 개량신약을 개발하는 추세"라고 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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