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발목잡은 삼성전자…엔비디아가 분위기 바꿀까

한경우 2024. 5. 2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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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공급 무산 가능성에…사흘만에 '8만전자' 붕괴
삼성전자 약세에 코스피도 2720선으로 후퇴
"삼성전자, 컨콜서 허무맹랑한 공언하는 '구멍가게' 아냐"
사진=한경DB


삼성전자가 우리 증시의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한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도는 탓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종목이 힘없이 흘러내리자, 2800선 돌파를 바라보던 코스피도 2720선까지 뒷걸음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삼성전자는 7만7400원에 마감됐다. 지난 8일 8만1300원을 기록한 뒤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낙폭은 4.8%다. 8만원선을 회복한지 사흘만에 다시 ‘7만전자’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74% 하락했다. 지난 16일에는 장중 2773.46까지 오르며 2800선 돌파 기대를 키우기도 했지만, 17일엔 다시 1% 넘게 하락해 2724.62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주요 주가지수의 방향성은 코스피와 반대였다. 지난 9~17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2.3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23% 상승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43% 올라 사상 최초로 종가 기준 4만선을 돌파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1.53%)와 대만 가권지수(2.7%)도 강세였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02%나 치솟았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을 밑도는 등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부상한 덕이다.

우리 증시도 삼성전자만 빼고 보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 9~17일 6.69% 상승했다. 외국인이 506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714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부터 5거래일 연속 순매수했고, 삼성전자는 13일부터 4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삼성전자 주가를 찍어 누른 배경은 엔비디아로의 HBM 공급 무산 가능성을 시사하는 소문이다. 증권가와 반도체업계 안팎에선 지난 10일부터 삼성전자의 HBM이 엔비디아의 품질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HBM 관련 임원들이 엔비디아의 요청으로 미국에 급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불안감이 증폭됐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불안 심리가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난무하는 추측성 보도로 인해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과도하게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2분기 중 HBM 3E(4세대) 8단 제품의 매출 발생 가능성과 12단 제품의 양산 계획을 밝힌 걸 언급하며 “삼성전자는 책임자급 경영진이 터무니없는 계획을 공언하는 영세 사업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HBM 품질테스트와 관련된 소문의 진위는 오는 22일(현지시간) 열리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질문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인공지능(AI) 연산용 그래픽처리장치(GPU)의 향후 수요도 가늠해볼 수 있다.

시장의 기대 이상으로 AI용 GPU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엔비디아의 가이던스(자체 전망)가 나오면 HBM 관련 이슈와 별개로 삼성전자에 호재가 될 수 있다. HBM 수요와 범용 D램 수요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D램을 여러 겹으로 쌓아서 만드는 HBM을 많이 만들게 되면, 그만큼 범용 D램의 공급이 줄어든다. 시황 회복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HBM을 포함한 GPU용 D램 공급 초과율이 확대되고 범용 메모리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심화됐다는 시장조사기관의 최근 발표를 근거로, 삼성전자 D램 사업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15조9000원에서 17조8000억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도 10만5000원에서 11만원으로 올렸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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