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안첼로티' 81년생 젊은 사령탑이 쓴 위대한 무패우승 역사…'절대 우승 못 하는' 레버쿠젠이 '무적의 팀'으로!

윤진만 2024. 5. 20. 06: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사진출처=바이어 레버쿠젠 SNS 캡쳐
사진출처=바이어 레버쿠젠 SNS 캡쳐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네버쿠젠(Never-Kusen)'은 '절대 우승하지 못하는 팀'이란 부정적 의미가 담긴 독일 클럽 레버쿠젠의 오랜 별명이다. 2001~200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DFB 포칼, 유럽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준우승 트레블'을 달성한 뒤, 조롱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손흥민(토트넘)이 몸담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레버쿠젠은 두 시즌 연속 리그 4위, DFB 포칼 8강, UCL 16강을 기록했다. 저력은 있지만, 우승권에서 먼 팀이 레버쿠젠이었다.

이젠 '네버쿠젠'의 '사전적 의미'를 수정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절대 우승하지 못하는 팀'이 '절대 패하지 않는 무적의 팀'이 되었기 때문이다. 레버쿠젠은 18일 홈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아우크스부르크와의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최종전(34라운드)서 2대1로 승리하면서 개막 후 장장 274일 동안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 놀라운 무패 행진을 완성했다. 34경기에서 28승6무, 따낸 승점만 무려 90점이다. 5경기를 남기고 구단 창단 120년만에 첫 분데스리가 우승을 조기 확정한 레버쿠젠은 분데스리가 최초의 무패 우승팀으로 거듭났다. 분데스리가 최다 우승팀에 빛나는 '1강' 바이에른 뮌헨도 하지 못한 대업적으로, 유럽 5대리그에선 1992년 AC밀란(이탈리아), 2004년 아스널(잉글랜드), 2012년 유벤투스(이탈리아) 이후 4번째다.

리그 승률 82.4%를 자랑한 레버쿠젠은 자국 컵대회인 DFB 포칼과 유럽클럽대항전인 유로파리그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아우크스부르크전을 통해 시즌 51경기 연속 무패를 질주했다. 23일 아탈란타와 유로파리그 결승, 26일 카이저슬라우테른과 DFB 포칼 결승전에서 패하지 않고 우승한다면 유럽 최초의 '무패 트레블'을 달성한다. 비록 유로파리그가 유럽 2부리그격이긴 해도, 큰 의미를 지니는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레버쿠젠은 이미 유벤투스가 12년전에 작성한 유럽 빅리그 최다 연속 무패(43경기) 기록을 뛰어넘었다.

놀라운 돌풍 중심엔 마흔셋 젊은 지도자 사비 알론소(스페인 출신)가 있다. 2022년 10월 강등권에 놓인 레버쿠젠 지휘봉을 잡아 명확한 아이디어와 사고방식으로 기적에 가까운 대반등을 이뤄냈다. 선수 시절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 뮌헨, 스페인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월드클래스' 선수로 인정받은 알론소 감독은 은사인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감독의 꼼꼼한 선수단 관리와 차분함,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의 전술적인 역량, 조제 모리뉴 전 AS로마 감독의 승리에 대한 열정 등 명장들의 장점까지 모조리 흡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진출처=ESPN

지난해 여름 공을 최대한 많이 소유하고 체계적으로 공간을 확보하는 새로운 축구색을 구축했다. 지능이 뛰어난 측면 자원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경험이 풍부한 수비형 미드필더 그라니트 자카, 장신 공격수 빅터 보니페이스 등을 영입했다. 이들은 최고의 선수였던 알론소 감독의 존재와 레버쿠젠이 2022~2023시즌에 선보인 흥미진진한 축구스타일에 매력을 느껴 이적을 결정했다고 입을 모았고, 하나같이 알론소식 볼 소유 시스템에서 최적화된 모습을 보였다. '독일 축구 최고의 재능' 플로리안 비르츠는 알론소 감독의 지도 아래 잠재력을 폭발했다. 레버쿠젠은 상대적으로 낮은 압박 시퀀스와 중원 볼컨트롤을 통한 높은 볼점유율로 경기 막바지, 시즌 막바지까지 에너지 레벨을 유지했고, 시즌 내내 이렇다 할 부상자도 없었다. 시즌 초반부터 좋은 결과로 자신감이 켜켜이 쌓이던 지난 2월엔 알론소 감독이 타팀 러브콜을 잠재우는 재계약을 체결하며 단결력을 높였다. 레버쿠젠 팬들은 홈 바이 아레나 앞 거리를 '사비 알론소 거리'로 칭하며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구단-감독-선수-팬이 하나가 된 레버쿠젠은 그렇게 뮌헨의 11연패를 저지하고 전인미답의 무패 우승을 작성했다.

반면 뮌헨은 골잡이 해리 케인과 센터백 김민재를 영입하며 공수를 보강하고도 팀 전력이 도리어 약화됐다. 뮌헨은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DFL 슈퍼컵을 시작으로 DFB 포칼, 분데스리가, 챔피언스리그를 차례로 놓쳤다. 뮌헨이 무관으로 시즌을 마친 건 2011~2012시즌 이후 무려 12년만이다. 알론소 감독이 충성을 맹세할 때,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이별을 발표했다. 뮌헨은 호펜하임과의 최종전서 2대4로 역전패하며 슈투트가르트에 2위를 내주고 3위로 시즌을 마쳤다. 후반기 들어 주전 입지를 잃은 김민재는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이다. 배울 게 많았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AFP연합뉴스

Copyright © 스포츠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