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美 허들 못 넘은 HLB…'K-항암제' 다음 타자는?

홍효진 기자 2024. 5. 2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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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예상 주요 국산 항암제.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미국 허들을 넘는 첫 국산 항암제에 도전한 HLB가 고배를 마시면서 다음 타자를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오는 하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을 비롯해, 국내 바이오벤처들도 성과를 보이면서 미국 문턱을 넘는 '최초의 K-항암제'의 기대감은 여전한 분위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HLB는 간암 1차 치료제로 미국 FDA에 신약허가를 신청했던 자사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요법 관련 CRL(보완요구서한)을 지난 17일 수령했다. 리보세라닙 관련 별다른 문제 제기는 없었으나 ①캄렐리주맙 CMC(제조공정) ②임상 중 백인 비율이 높은 러시아·우크라이나의 현장 실사가 양국 간 전쟁으로 진행되지 못한 점 등이 미승인 배경이 됐다고 HLB는 전했다.

당초 HLB의 간암 치료제는 FDA 승인을 받을 '최초의 국산 항암제'란 점에서 의미가 큰 신약이었다. 그간 국내에선 △LG화학 '팩티브' △동아에스티 '시벡스트로' △SK케미칼 '앱스틸라' △SK바이오팜 '수노시' '엑스코프리' △대웅제약 '나보타' △한미약품 '롤론티스' △셀트리온 '짐펜트라' △GC녹십자 '알리글로' △휴젤 '레티보' 등이 FDA 문턱을 넘었지만, 항암제는 전무한 상황이었다.

기대했던 첫 국산 항암제가 불발되면서 업계 시선은 다음 타자로 넘어가는 듯 보인다. 특히 하반기 FDA 승인 여부가 가려지는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레이저티닙'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유한양행은 2018년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이노베이티브 메디슨(구 얀센)과 레이저티닙 관련 글로벌 판권 계약을 체결,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앞서 J&J는 지난해 12월 FDA에 레이저티닙과 자사 아미반타맙(제품명 '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신약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지난 2월 FDA가 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을 우선심사 대상에 올리면서 허가 여부 시점은 기존에 예상했던 오는 10월에서 8월로 앞당겨졌다. 레이저티닙이 허가받는다면 유한양행은 '첫 국산 항암제' 타이틀을 얻게 된다.

바이오벤처의 성과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의 고분자 나노입자 항암 신약 'SNB-101'은 지난 7일 FDA로부터 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패스트트랙 대상에 올랐다. 임상 2상이 끝난 뒤 가속 승인을 신청하거나 3상 후 우선심사 신청이 가능해 현지 시장 진출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전이성 대장암 항암 신약 '백토서팁'을 개발 중인 메드팩토는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요법에 대해 FDA로부터 올 초 임상 2b·3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알지노믹스의 간암 신약 후보물질 'RZ-001'의 경우 지난 1월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알지노믹스는 지난해 11월 FDA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교모세포종을 비롯해 적용 암종을 넓히고 있다.

기업마다 항암 신약 원천 기술과 표적 암종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만큼, 이번 미승인 사례가 다른 기업의 품목허가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한 신약 개발사 관계자는 "항암제 자체는 암종별로 (접근 방식이) 다른데다 원천기술이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T세포)인지 저분자인지 등에 따라 기술력 차이가 있다"며 "FDA 자체가 공평하고 보수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HLB 사례만으로 한국 바이오 업체 자체를 판단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선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력에 의문이 생길 수는 있다"면서도 "미·중 바이오 대립 여파로 중국 기업과 협력 중인 업체는 영향이 어느 정도 있겠지만 각 기업 사업화 전략과 기술 수준이 다른 만큼 직접적인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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