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로 체험하고 엔진 소리 듣고…중고차도 ‘인터넷 쇼핑’ 시대

권재현 기자 2024. 5. 2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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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카가 운영 중인 100% 온라인 구매 서비스 ‘내차사기 홈서비스’ 화면. 누적 이용 고객이 71만명을 넘어섰다. 케이카 제공
케이카, 작년 온라인 매매 56.7%
사상 처음 대면 판매율 넘어서
테슬라·혼다 ‘100%’ 온라인으로
매장 미운영으로 유통비 절감
‘대면 판매’ 선호도 여전히 높아
온·오프라인 절충형 나오기도

자동차 시장에서 온라인 거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자동차를 딜러를 통하지 않고 구매하려니 썩 내키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편리성과 신뢰성이 점차 부각되면서 비대면 거래가 자동차 판매 및 유통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잡아가는 양상이다.

이러한 흐름은 중고차 시장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지난해 판매액 기준 38조원으로 신차(68조원)의 절반 규모에 그쳤다. 하지만 거래량으로 보면 신차(176만대)보다 약 1.5배 더 많은 255만대가 거래된 걸로 집계됐다. 이 중 모두 14만2978대를 팔아 전체 시장 기준 5.6%, 유효시장(개인 간 직거래를 제외한 사업자 거래 대수) 기준 11.5%의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차지한 케이카(K Car)는 지난해 중고차 소매 판매 기준 온라인 거래 비율이 56.7%로 사상 처음 대면 거래 비율을 앞질렀다고 한다.

케이카가 운영 중인 온라인 중고차 구매 서비스 ‘내차사기 홈서비스’의 누적 이용 고객도 71만명을 최근 넘어섰다. 이는 국내 전체 중고차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약 80%에 해당하는 것으로, 3차원(D) 촬영 시스템 ‘3D 라이브 뷰’, 24시간 결제 가능한 ‘맞춤형 즉시 결제’, ‘3일 책임 환불제’ 확대 운영, 사후 관리까지 책임지는 품질보증 연장 서비스 ‘케이카 워런티’ 등을 통해 소비자 신뢰와 서비스 경쟁력을 높인 결과라고 케이카는 설명했다. 내차사기 홈서비스 이용 고객 중에서 차량 확인 후에 환불을 신청하는 비율도 10명 중 1명 미만 수준이라고 했다.

케이카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차량을 구매한 고객의 95%가 오프라인 직영점을 전혀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결제까지 완료하는 패턴을 보인다”며 “차량 실물을 보지 않고도 구매를 결정할 만큼 필요한 모든 정보를 온라인에서 충분히 얻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구매자들도 케이카의 웹사이트 또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관심 차량 정보를 사전에 수집한 다음 지점을 방문하는 추세여서 온라인 채널의 영향력과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레몬마켓(쓸모없는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으로까지 불렸던 중고차 시장의 위상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개별 매매 업체 위주였던 중고차 시장에 대형 중고차 플랫폼과 완성차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이런 변화를 촉진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차량 진단과 검수, 차량 추천, 중고차 재고 관리 시스템 전반에 스며들면서 ‘자칫하면 호구 되기 십상’이라는 식의 선입견이 우선 많이 사라졌다. 내·외부 사진만으로 번호판, 옵션, 주행거리, 세부 모델 등의 정보를 자동으로 판별할 수 있어 차량 정보의 신뢰성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중고차 인증 판매에 뛰어든 현대차·기아는 가상현실(VR) 등 기술을 모바일 앱에 적용했다. 소비자들은 현장에 가지 않고도 앱을 통해 차량 내·외관을 ‘360도 VR 콘텐츠’로 보고, 시동을 걸 때 나는 엔진 소리와 진동도 들을 수 있다.

신차 시장에서도 완성차 업계의 온라인 판매 기조는 강화되는 추세다. 테슬라를 필두로 여러 수입차 회사들이 이미 100% 온라인 판매에 뛰어들었다. 테슬라는 2019년부터 국내 최초로 자사 신차 판매 채널을 전량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소비자들은 딜러숍을 건너뛰어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직접 차를 구매한다. 테슬라의 ‘첨단’ 이미지에, 알뜰 소비를 위해서라면 모든 사양에 대한 사전 조사와 복잡한 계약 등의 수고도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체리슈머(적정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하려는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소비자)’ 열풍이 겹치면서 테슬라의 온라인 판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혼다코리아도 지난해 4월 ‘혼다 온라인 플랫폼’을 열고 국내 자동차 판매 방식을 100% 온라인으로 바꿨다.

스웨덴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역시 모든 차량을 온라인으로 팔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가세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스토어’를 통해 신차, 중고차의 한정판 모델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이 같은 완성차 업계의 변화는 유통 과정을 축소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면 인건비와 오프라인 매장 운영 비용 등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시장의 ‘가격 정찰제’는 가격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소비자들한테도 혜택으로 돌아간다. 기존 수입차 시장에선 할인 경쟁이 빈번해 같은 차량도 지점과 딜러에 따라 수백만원씩 가격 차이가 나곤 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소비자들이 일일이 발품을 팔아가며 매장을 돌아다녀야 했다.

물론, 온라인 판매 전환을 가로막는 제약 요인도 있다. 일자리 감소를 이유로 노조와 대리점 등의 반대가 거세다.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딜러의 얼굴을 마주 보고 정제된 설명을 듣고 싶어하거나 특별한 대접을 원하는 한국적 특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르노코리아가 하반기 신차 출시를 앞두고 영업 담당 명칭을 ‘세일즈어드바이저’로 변경하고 이달 공개 채용에 나선 것도 고객과의 접점 확대를 통한 판촉 강화 차원이다.

아우디의 공식 딜러사인 바이에른오토는 서울 강서구에 있는 메이필드호텔 서울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었다. 오는 25일과 26일 메이필드호텔 서울의 벨타워 가든에서 열리는 ‘디오니소스 와인 페어’에 공식 파트너사로 참여해 호텔 숙박과 아우디 차량의 주행 경험을 결합한 ‘바이에른X메이필드 숙박 패키지’ 등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런 점에서 온라인 판매를 부분적으로 확대한 BMW의 시도는 대면과 비대면 거래의 장점을 섞어 절충점을 찾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BMW 샵 온라인’에서 차량 구매를 예약하면 오프라인 딜러와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을 통한 판매량이 2020년 500대에서 2021년 5251대, 2022년 6891대, 지난해 1만5853대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BMW코리아와 BMW의 국내 공식 판매 7개사는 자동차 유통 및 판매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국내 스타트업인 ‘에피카’의 지능형 통합 관리 서비스 IWS(Intelligent Workshop System) 소프트웨어를 지난해 도입했다. 자동차 유통의 첫 단계인 예약과 시승부터 끝 단계인 AS센터의 입고와 출고 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BMW코리아의 전국 서비스센터 시스템을 전면 전환하기 위해서라고 에피카는 밝혔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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