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뽑은 ‘수박’ 89명 찾아라”…‘명심(明心)통일’ 어긋나자 격한 반응

배민영 2024. 5. 20.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 후폭풍
강성 지지층 “禹 사퇴하라” 저격
李 “우린 언제나 전체 생각해야”
당원 탈당 러시 조짐에 달래기
당원행사서 ‘연임’ 질의에 웃음만
김경수, 盧 추도식 참석차 귀국
‘친문 구심점’ 제기엔 “더 배워야”

더불어민주당의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선출 경선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아닌 우원식 의원이 당선되자 강성 지지층이 우 의원을 ‘왕수박’이라고 부르는 등 ‘수박 몰이’를 재개했다. 이들은 비공개 투표에서 우 의원을 뽑은 현역 의원 및 당선자를 색출해야 한다며 벼르고 있다. 원내대표에 이어 의장 후보 선출까지 ‘명심(明心·이재명 대표 마음) 통일’을 하려던 계획이 어그러지자 당내에선 친명(친이재명)계가 이 대표 연임을 관철하기 위해 더욱 결집력을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꽃다발을 받고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우 의원이 의장 후보로 선출된 지 사흘째인 19일 강성 당원들은 경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을 이어갔다. 이들은 당원 게시판에 “이 투표는 원천무효”, “우원식 사퇴 릴레이에 동참한다”, “우원식 아직도 자진사퇴 발표 안 했나” 등 우 의원에 대한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도로 수박당”, “우원식 개XX를 옹호하는 것은 반민주세력” 등 격한 반응도 쏟아졌다.

당원들은 우 의원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진 89명의 의원 및 당선자를 ‘수박’으로 규정하고 색출 작업에 나설 태세다. 이를 위해 우 의원과 추 전 장관 중 누구를 뽑았는지 인증한 경우에만 정치 후원금을 입금해주자는 등 구체적 방법도 등장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단 뜻으로, 친명 그룹이 비명계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 대표는 이날 대전에서 열린 당원과의 행사에서 “우리는 언제나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며 “상대의 의견을 ‘틀린 것’이라고 단정하고 외면하면 그대로 끝”이라고 했다. 당원들의 ‘탈당 러시’ 조짐에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의장직에 도전하려던 친명계인 6선의 조정식 의원과 5선인 정성호 의원을 잇달아 만나 추 전 장관으로 ‘교통정리’를 시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체면을 구긴 모양새다. 친명계가 이를 만회하고 당의 ‘친명 직할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오는 8월 임기를 마치는 이 대표의 연임론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명계 한 의원은 “이번 경선 결과로 친명계는 더욱 결집을 도모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신속한 원 구성, 검찰·언론개혁 등을 우 의원에게 요구했다. “언제든지 의원들이 불신임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약속하라”는 압박도 했다.

野, 당원들 만난 자리서 ‘특검 수용’ 구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첫째줄 오른쪽)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19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원과 함께-민주당이 합니다’ 충청 콘퍼런스에서 ‘채 해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피케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실제로 이날 당원과의 행사 질의응답에서는 ‘대표직 연임’ 문제가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는 ‘연임해주세요’라고 적힌 질문지를 받아 들고는 “연임…”이라고만 읽고 즉답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황정아 대변인이 ‘연임하기로 한 것 아니냐’고 하자 이 대표는 소리 내 웃기만 했다. 이따금 터져 나온 당원들의 ‘연임’ 구호에 정청래 최고위원이 “방금의 외침, (저도) 여러분의 생각과 같다”며 바라볼 때도 이 대표는 반응하지 않고 넘겼다.

당내에선 의장 후보 경선에서 ‘명심’에 ‘반기’를 든 의원들을 가려내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흉흉한 뒷말마저 나온다. 한 3선 의원은 “원내대표나 의장 선출, 상임위 배정도 당원들의 승인을 받아서 하자는 건가”라며 반발했다. 인천대 이준한 교수(정치외교학)는 “지금의 민주당이 ‘희망을 주는 정당’이란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민주주의가 표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고, 결정된 것을 따르고, 다름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역지사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국 유학 중인 ‘친문(친문재인) 적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3일로 예정된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이날 인천공항으로 일시 귀국했다. 그는 ‘친문 구심점’으로서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워야 할 때”라며 말을 아꼈다. 국내에 머무는 동안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추도식에 참석한 뒤 영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르면 8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다.

배민영·최우석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