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입점비 고공행진… 열기 식은 ‘푸드트럭’ [중고매물이 된 청년의 꿈 ③]

이호준 기자 2024. 5.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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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창업’ 아이콘 옛말⋯트럭 개조비 4년새 두배 ‘껑충’
축제·행사장은 하루 입점비만 150만원 폭등
장사할수록 적자 빚만 지고 결국 ‘눈물의 폐업’
이달 초 평택 소재 한 대학 축제 현장에서 영업하고 있는 푸드트럭 모습. 이진기자

 

#1. 요식업 분야 창업의 꿈을 키웠던 20대 A씨. 수천만원이 드는 상가 보증금과 월세를 부담하기엔 초기 자본이 3천만원밖에 없었던 A씨는 ‘푸드트럭’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4년 푸드트럭 관련 규제가 완화됐던 당시 900만원가량에 거래됐던 중고 ‘포터2(푸드트럭 영업용 자동차 모델)’는 A씨가 창업하던 2018년 2천만원까지 가격이 뛰어 올랐다. 그럼에도 상가 입점비보다 저렴하다는 생각에 A씨는 푸드트럭을 구매했지만, 트럭 가격 인상과 함께 개조 비용도 크게 올라 있었다. 2014년 1천만원에 불과했던 차량 개조 비용은 2018년 2천만원을 기록했다.

트럭 구입비에 개조 비용을 더하면 상가 임대와 비교했을 때 창업 비용이 큰 차이 없었지만, 이미 트럭을 구매한 A씨는 푸드트럭 창업을 중단할 수 없었고, 결국 A씨는 부족한 예산 1천만원을 은행에 대출 받아 푸드트럭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A씨는 2020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나며 1년도 채 장사를 하지 못하고 푸드트럭 운행을 중단, A씨에게는 빚만이 남게 됐다.

#2. 떡볶이 등 분식 메뉴를 앞세워 푸드트럭 사업에 뛰어든 B씨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지난 2019년 코로나19가 대유행하기 직전 창업을 한 B씨는 몇 번 운행조차 해보지 못한 채 차고지에 푸드트럭을 세워놓고 하루 2~3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푸드트럭을 구매할 때 들었던 은행 대출을 갚고 있었다.

길고 긴 코로나19 터널을 지나 지난해 정부의 엔데믹 선언과 함께 다시금 기지개를 켠 B씨. 다시금 푸드트럭 운행이라는 꿈을 꾸었지만 ‘입점비’라는 감염병 보다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2015년 당시 1일 10만원 수준이었던 축제 입점비가 10년 만인 올해에는 15배인 1일 150만원까지 폭등한 것이다. 1인분에 5천원인 떡볶이를 300인분 이상 팔아야 입점비를 겨우 낼 수 있는 것이다. B씨는 높은 입점비에도 축제에 참여했 높은 입점비로 인해 영업할수록 적자가 발생, B씨는 결국 푸드트럭 사업 폐업을 하게 됐다.

적은 금액으로도 창업할 수 있어 ‘소액 창업’, ‘청년 맞춤형 창업’으로 주목받던 푸드트럭이 불과 몇 년 사이 크게 뛴 개조 비용과 축제 입점비로 그 명성을 잃었다. 특히 많은 청년이 푸드트럭 창업으로 미래를 그렸지만, 널뛰어버린 창업 비용, 터무니없는 입점비에 이들은 좌절했다.

김진겸 우먼스푸드트럭협동조합 기획이사는 “원부재 가격 상승도 원인이지만, 특히 푸드트럭 창업 과정에서 개조 비용이 크게 올라 소액 창업은 옛말이 됐다”며 “그중에서도 행사 입점비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푸드트럭 사업자들이 운영조차 못 하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열린 한 대학 축제에 푸드트럭이 들어서 영업을 하고 있는 모습. 경기일보DB

지난 2014년 정부의 푸드트럭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상가 임대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소액 창업’, ‘청년 창업’으로 불리던 푸드트럭 사업에 나선 청년들은 불과 2~3년 사이 가파르게 오른 초기 창업 비용에 창업을 고민해야 했다. 더욱이 코로나19까지 발생하며 큰맘 먹고 나선 창업 시장은 수년간의 불황을 맞았고, 젊은 나이 큰 빚을 지게 된 많은 청년은 제대로 된 사업을 시작도 못 해보고 업계를 떠나야 했다.

그럼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푸드트럭 창업에 나선 청년들은 엔데믹 이후 희망찬 미래를 꿈꿨지만, 그사이 올라버린 축제 입점비가 이들을 또다시 좌절하게 했고 결국 ‘소액 창업’과 ‘청년 창업’의 상징은 무너지게 됐다.

■ ‘청년 창업’ 옛말···가파르게 상승한 창업비용

지난 2014년 정부의 푸드트럭 관련 규제 완화와 동시에 푸드트럭 사업은 청년 창업의 상징적인 아이템이 됐다. 자유로운 이동과 젊음, 열정 그리고 손님과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장점이 있는 푸드트럭은 ‘청년’과 닮아 있었으며, 여기에 매력을 느낀 청년들은 접근성과 낮은 창업비용에 푸드트럭 창업을 결심했다.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중고차 매매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큰 부피로 구석을 버티고 있었던 트럭들이 날개가 돋친 듯 팔려 나가기 시작했다. 푸드트럭 영업용으로 제격이었던 중고 포터2 가격은 2015년 기준 평균 900만원으로, 일반 상가 창업에 드는 보증금보다도 저렴했고 개조 비용 역시 보통 1천만원 안팎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약 2천만원에 창업이 가능했던 푸드트럭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졌고, 많은 청년이 푸드트럭 창업에 뛰어들었다. 경기도 데이터드림에 따르면 지난 2015년 51건이었던 창업 수는 2016년부터 3년간 200건대 중후반에 머물렀고, 규제가 완화된 지 불과 5년 만에 경기도내 누적 푸드트럭 창업 건수는 1천건을 돌파했다.

창업 인기가 식을 줄 모르자, 중고 트럭값과 개조 비용이 자연스레 오르기 시작했다. 중고 포터2의 가격은 2015년 평균 900만원에서 2018년 2천만원까지 올랐고 특장 제작, 도색, 전기 및 내부 인테리어 등 차량 개조에 필요한 비용도 기존 1천만원에서 2천만원을 훌쩍 넘겼다. 매년 꾸준히 오른 푸드트럭 구입과 개조에 드는 비용은 2015년 2천만원에서 2018년 4천만원, 올해는 평균 5천만원 선이다.

푸드트럭 영업에 사용되는 원재료 가격도 오름세를 보였다. 20kg LP 가스통의 가격은 2015년 4만7천원에서 올해 6만5천원으로, 드럼 식용유(18L)의 가격도 5만2천원에서 6만7천원까지 가격이 오르며 창업 비용 부담을 부추겼다.

표=유동수화백

■ 일단 창업은 했지만…입점비에 또 한 번 좌절

푸드트럭이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는 사이 중고 트럭 가격, 개조 비용 등 창업 비용이 2배 이상 증가한 데 이어 입점비까지 올라 창업자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2014년 기준 영업 허가를 받은 푸드트럭은 전국에 6대. 전국의 모든 대학은 되려 푸드트럭 사업자에 5~10만원가량의 행사 참가비를 지급하면서 푸드트럭 모시기에 나섰다. 그러나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푸드트럭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어느 축제에서든 푸드트럭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대학을 비롯한 축제 주최 측은 푸드트럭 사업자에게 입점비를 받는 상황이 됐다.

푸드트럭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푸드트럭 입점비도 하루가 멀다하고 올랐다. 2015년 초 대학 축제 기준 1일 10만~15만원, 많게는 20만원 수준이었던 입점비는 코로나19가 끝나고 축제가 다시 열리기 시작하면서 올해 축제 입점비는 지난 2015년 입점비의 10배에 달하는 100~150만원이 됐다. 이마저도 업체 간 경쟁이 붙어 축제에 발도 못 붙이는 트럭이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 푸드트럭 폐업 신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창업한 1천386대의 도내 푸드트럭 중 536대(38.7%)가 폐업했다.

한국푸드트럭 소상공인 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푸드트럭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사이에 트럭 가격, 개조 비용이 올랐다. 이후에는 푸드트럭이 길에 널렸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대폭 늘어나면서 축제에 참여하려면 돈을 내고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게 됐다”며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단순히 ‘창업’은 쉬워졌지만, 결과적으로는 푸드트럭 업계의 생태계가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이진 기자 twogeni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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