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장세훈 기자 2024. 5.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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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가 칸 초청작 제작…미디어 환경 대처의 산물
레드카펫의 화려함 이면 제작팀 헌신도 엿봤으면

‘이걸요? 왜요? 제가요?’ 요즘 유행하는 MZ세대의 ‘3요’다. 직장 상사의 업무 지시에 ‘3요’로 되묻는 젊은 직원들의 반응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영화 청년, 동호(Walking in the movies)’가 제77회 칸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된 후 쏟아진 질문을 요약하면 딱 이 ‘3요’에 해당하겠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이걸요?’다. 언론사, 그것도 신문사가 세계 최고 권위의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을 제작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이 질문은 지금까지 국제신문이 다큐멘터리 영화에 쏟은 열정과 그동안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리라 본다. 국제신문이 처음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는 2020년의 ‘청년졸업 에세이’였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커뮤니티 비프에서 상영됐다. 2021년에는 ‘10월의 이름들’을 제작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제26회 BIFF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다시 한번 ‘언론사 제작 다큐’로 화제를 모았다. 2022년에는 야구도시 부산,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를 둘러싼 팬들의 ‘애증’을 유쾌하게 풀어낸 스포츠 다큐멘터리 영화 ‘죽어도 자이언츠’를 제작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아 극장 개봉한 작품으로, 국내 신문사가 제작한 영화가 대형 배급사를 통해 관객과 만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올해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영화 청년, 동호’가 제77회 칸영화제 칸 클래식 부문에 초청돼 지난 16일 공식 상영됐다. 이 모든 게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그동안의 역량이 바탕이 되었다. ‘이걸요?’라는 질문은 그동안의 작업에 대한 축하로 생각하고 싶다.

또 다른 질문은 ‘왜요?’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오늘날 미디어산업이 처한 환경에서 찾고 싶다. 최근 미디어산업은 급변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또 다른 크나큰 도전이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제때 따라가지 못하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많은 언론사가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영화 청년, 동호’를 제작한 부서가 소속된 국제신문 디지털 부문은 콘텐츠 강화로 방향을 잡았다. 디지털 부문을 플랫폼으로 성장시켜 위기를 극복하기엔 인적 물적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자연스레 콘텐츠 강화로 방향을 잡았다. 콘텐츠 강화로 방향을 설정한 후 신문사에서는 다소 낯선 분야인 다큐멘터리 영화에 도전하게 됐다. 다큐멘터리는 영상기록물이라 신문의 기획기사를 영상기록으로도 남기고 싶었다. 또, 기획기사를 영상콘텐츠로 만들어 보다 많은 영상세대에게 알리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제가요?’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때마다 ‘제가요? 왜요?’라는 물음이 하루에도 수없이 찾아왔다. 그만큼 다큐를 만들면서 많은 복병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시작부터 완성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었다. 자료 수집과 섭외, 촬영과 편집 등 곳곳이 풀기 힘든 난관의 연속이었다. 그때마다 마음속에 ‘끝까지 밀고 나가야지’라는 채찍과 ‘제가요?’라는 반항의 두 자아와 씨름해야 했다. 특히 ‘제가요? 왜요?’라는 반항의 자아는 포기하고픈 달콤한 유혹이었다.

영화가 종합예술이듯 다큐멘터리도 일종의 종합예술이다. 기획부터 촬영 편집 등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노고와 땀이 조화를 이룰 때 좋은 작품이 만들어진다. 이들의 수고와 헌신이 없다면 결코 좋은 작품은 기대할 수가 없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어느 하나 녹록지 않았는데 묵묵히 자기 분야에서 힘을 보태며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이뤄낸 모두의 작품이다.

영화제의 레드 카펫은 화려하다. 그 화려함은 힘든 과정을 이겨냈기 때문에 더 빛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화려함 이면에는 묵묵히 소임을 다해온 이들의 헌신이 있다. 레드 카펫을 보면서 이들의 수고와 땀도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5월의 신록이 유난히 아름다운 날이다. 사람들은 녹색의 향연에서 아름다움을 생각한다. 희망을 생각한다. 어쩌면 영화 같은 삶을 꿈꾸고 있을 지도 모른다. 화려한 삶을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다큐멘터리 같은 삶은 각광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다큐멘터리는 있는 사실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같은 삶을 인생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참여하고 보니 다큐멘터리에는 현실의 고단함이 녹아 있어 슬프다. 칸영화제 초청작과 상영이라는 기쁨보다는 ‘해냈다’와 ‘끝났다’라는 일종의 안도감이 푸르른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빛처럼 스며든다. 그렇게 힘들었던 시간은 가고 5월의 칸은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다. 그 사람들이 다큐 영화를 통해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고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세훈 편집국 디지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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