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디데이, 버티는 전공의들… “흉부-신경외과부터 마비 우려”

조유라 기자 2024. 5.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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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 3개월, 전문의 배출중단 위기
정부 “면허정지, 전공의 행동에 달려”
전공의 대다수 “안 돌아가” 선 그어
전문의 적은 필수의료과 타격 클듯… “10년뒤 심장수술 의사 멸종 우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발표에 반발하며 병원을 이탈한 지 20일로 3개월이 됐다. 대통령실은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은 전공의의 행동 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며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전공의 대다수는 “법원 결정에도 달라진 건 없다”며 버티는 모습이다. 의료계에선 전공의 이탈이 길어져 전문의 배출이 중단될 경우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안 그래도 지원자가 적은 필수의료 분야부터 마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전공의들 “법원 결정으로 복귀 안 해”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16일 서울고법의 기각·각하 결정은 의료개혁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사법절차 내에서 인정받은 것”이라며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선 20일까지 복귀해야 하는 만큼 전공의들도 돌아올 결심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 “휴가 휴직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소명을 거쳐 (20일 데드라인이) 일부 조정될 여지는 있다”며 다소 늦더라도 돌아와 달라고 촉구했다.

전문의 수련 규정에 따르면 전문의 자격을 따려면 1년의 수련 기간이 필요하다. 또 매년 2월 말까지 수련을 마치는 게 원칙이지만 공백이 있는 경우 추가 수련을 5월 말까지 마쳐야 전문의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올해 레지던트 3, 4년 차의 경우 병원을 이탈한 시점부터 3개월 이상 지나면 수련을 내년 5월 말까지 마무리할 수 없게 되는 만큼 전문의 자격 취득도 1년 늦어지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휴가나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한 달 정도 수련 기간을 제외할 수 있는데 그래도 6월 20일경까지는 복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공의 대다수는 요지부동이다. 18일 울산대 의대와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이 함께 연 의료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공의들은 대부분 “돌아가지 않겠다”는 반응이었다. 한성존 아산병원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법원 결정이 전공의 복귀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또 정부가 한 달 더 유예기간을 줄 수 있다고 시사한 걸 두고도 “기한을 두고 싸우는 게 아니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도 ‘탕핑(躺平·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일관하는 전공의들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의사단체 등의 소송을 도맡고 있는 이병철 변호사는 18일 전공의들을 향해 “법원에 탄원서 하나를 낸 적이 있느냐. 너희는 유령이냐”라며 비판했다.

● “흉부외과·신경외과부터 붕괴”

전공의들이 다음 달 20일경까지도 안 돌아오면 내년 전문의 배출이 중단되는데 이 경우 전문의 수가 적은 필수의료과부터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올해 새로 배출된 2727명 중 흉부외과는 30명(1.1%), 신경외과는 93명(3.4%)에 불과하다. 또 전국적으로도 활동 중인 흉부외과 전문의는 1170명, 신경외과는 3089명뿐이어서 전문의 배출이 중단될 경우 전국 곳곳에서 수술과 진료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대형병원이라고 하지만 뇌혈관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4명밖에 없는데 그중 한 명은 올해가 정년”이라며 “외과 수술에 최소 3, 4시간이 걸리는 만큼 교수 혼자 할 수 없고 전문의가 도와야 하는데 전문의가 충원되지 않으면 수술 건수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전국에 흉부외과 레지던트는 100명가량인데 상당수가 수련을 포기하면 10년 뒤 국내에서 심장이나 폐 수술을 할 의사가 멸종되다시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의협은 22일 법원 결정과 관련해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대한의학회와 비공개 긴급 총회를 열고 총파업 등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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