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캐스팅·장기 공연… ‘대극장 연극 시대’가 왔다

이태훈 기자 2024. 5. 2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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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화 출연진 대극장 공연, 내달부터 잇달아 무대에

연극은 늘 소극장의 장르로 여겨졌다. 우리 공연계에 대극장 연극이 드물었던 건 스타 배우 여러 명을 ‘멀티 캐스팅’하고 화려한 무대와 음악으로 관객을 유혹할 수 있는 뮤지컬과 달리, 오롯이 서사와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해야 하는 장르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여름은 다르다. ‘벚꽃동산’(연출 사이먼 스톤), ‘햄릿’(연출 손진책), ‘맥베스’(연출 양정웅) 등 대형 연극 3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극장에서 개막한다<그래픽>. 대중적 인기 높은 스타 캐스팅으로 장기간 공연하고, 티켓 값이 만만치 않은 것도 공통점이다.

그래픽=정인성

◇스타와 함께, 길고 비싸게

‘벚꽃동산‘을 공연하는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의 LG시그니처홀, ‘맥베스’를 올리는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각각 객석 수 1200석이 넘는다. 두 작품 모두 공연 기간이 한 달 이상. ‘햄릿’을 공연하는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은 약 700석 규모로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지만, 공연 기간은 가장 긴 석 달에 육박한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 원작 ‘벚꽃동산’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연출가로 첫손에 꼽히는 사이먼 스톤이 재창작해 내달 4일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난다. ‘칸의 여왕’ 배우 전도연이 27년 만에 연극에 도전하고, 그 파트너가 이제는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박해수라는 점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스톤은 영국과 네덜란드의 국립극장,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과 함께 작업해온 연출가.

제정 러시아 말기 몰락해가는 귀부인 ‘류바’와 농노에서 부유한 상인이 되는 젊은 ‘로파힌’의 이야기였던 원작은 고전을 초청받은 나라의 이야기로 다시 풀어내는 스톤의 작업 방식으로 재창작됐다. 원작의 귀부인 ‘류바’ 역할은 십여 년 전 아들이 죽은 뒤 미국으로 떠났다가 서울로 돌아온 여자 ‘송도영’으로 바뀌어 전도연이 연기한다. 원작의 ‘로파힌’은 한국 캐릭터 ‘황두식’으로 재해석돼 배우 박해수가 맡았다. 7월 7일까지, 4만~11만원.

◇연륜·열정 다 눈부신 ‘햄릿’

9일부터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햄릿’은 창작진과 배우들의 명성만으로도 눈이 부실 지경이다. 우리 연극계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만 14명이 참여한다. 이호재, 전무송, 박정자, 손숙, 김재건, 정동환, 김성녀, 손봉숙, 남명렬, 박지일, 길해연 등 배우 수상자만 11명. 연출 손진책, 무대 디자이너 이태섭, 프로듀서 박명성 등 창작진에도 이해랑상 수상자 3명이 포진했다. ‘배우1′ 역의 박정자, ‘배우2′ 역의 손숙, ‘무덤파기’ 역의 김재건 등 무대에서 잔뼈 굵은 역전의 용사들이 오직 무대에 대한 열정으로 조연·단역 가리지 않고 참여한다.

연극 '햄릿'에서 주인공 '햄릿'을 연기하는 배우 강필석과 이승주, '오필리어' 역의 루나. /신시컴퍼니

여기에 ‘대학로 스타’ 강필석과 이승주가 ‘햄릿’을, 걸그룹 f(x) 출신의 배우 루나가 ‘오필리어’를 맡는 등 신구의 조화가 매력 포인트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번지 점프를 하다’, ‘스위니 토드’ 등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강필석은 셰익스피어와 경쟁하던 당대의 극작가가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든다는 기발한 발상의 뮤지컬 ‘썸씽로튼’으로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자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이승주 역시 ‘엠.버터플라이’, ‘세인트 조앤’, ‘벚꽃동산’, ‘튜링머신’, ‘와이프’ 등 예술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무대에 서온 인정 받는 배우다.

최근 제작 발표회에서 올해 이해랑상 수상자인 ‘폴로니우스’ 역의 박지일 배우는 오늘도 호재 형, 무송이 형, 정자 누나, 숙이 누나, 이런 분들과 연습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농담을 했다. 이 배우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9월 1일까지, 6만~9만원.

◇황정민, 무대 위 권력욕 화신으로

영화 ‘아수라’의 안남시장, ‘서울의 봄’의 전두광 등 권력욕으로 일그러진 남자를 자주 연기했던 배우 황정민은 ‘맥베스’로 김소진, 송일국과 함께 7월 13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선다. 그가 셰익스피어 막장 드라마 중에서도 최강 권력욕의 화신이라 할 비극의 주인공 맥베스를 어떻게 표현할지 관심이 쏠린다. 소극장 학전의 ‘지하철 1호선’으로 무대를 배운 그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연기로 일가를 이룬 뒤에도 ‘오이디푸스’ ‘리처드 3세’ 등 고전 연극을 꾸준히 해왔다. 비주얼과 연출적 아이디어에서 늘 높은 평가를 받아온 양정웅 연출은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이라는 초자연적 힘에 의해 권력에 이끌린다. 어쩌면 시대를 앞서간 오컬트물이라고 할 수 있다”며 “대극장에 걸맞은 확실한 비주얼의 무대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8월 18일까지, 4만4000원~1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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