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유스데모크라시를 위한 시간

박지예 2024. 5. 2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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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예 동해시 청년도전지원센터 사업팀장

“저희 현직자 강연에 청년 정치인을 섭외하면 어떨까요?”

올해 초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총선을 앞둔 시기인 만큼 청년들이 생활 속 정치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강연을 위해 섭외 의견을 물었다. 평소 청년들이 궁금했던 부분도 질문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질문에 회의실 분위기는 어색해졌다.

“음, 관심 없을 것 같은데요. 그보다 강원도에 청년 정치인이 있어요?”

왜 관심 없을 것 같냐고 되묻자 자신의 직업과 실질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을 현직자 강연에 부르는 걸 청년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왜 청년들은 정치와 본인의 삶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리고 강원도에 청년 정치인은 정말 없을까?

정책 수립 전 정책 대상을 중심으로 인식 조사나 수요조사와 같은 사전 조사를 실행한다. 정책 대상의 필요와 욕구를 확인해 이를 반영하기 위함이다. 한 강원도 기초지자체에서도 청년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사전 조사를 실행했다. 조사 참여자의 80% 이상이 50~80대였고, 이를 바탕으로 청년정책이 수립됐다. 청년의 의견이 아닌 부모 세대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강원지역 출마자 중 가장 젊은 사람은 1976년생, 47세였다. 청년기본법에 따르면 청년은 19세 이상 34세 이하이고, 강원특별자치도 청년 기본 조례는 청년을 18세 이상 45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쯤 되면 ‘아니, 좀 더 관심 갖고 목소리를 내야지!’ 라는 개탄 섞인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며칠 전, 한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참여한 청년들에게 의견을 말해달라고 했으나 현장에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후 비대면으로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 의견이 올라왔다. 그 말미에는 ‘이렇게 말씀은 드리지만, 어차피 정해진 대로 진행될 테니 따르겠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내 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운동회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는 선생님에게 ‘선생님 이런 거 하면 어떨까요?’라고 이야기했을 때 순간 귀찮아하는 선생님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다른 친구들이 이야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선생님이 제일 처음 말했던 대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내가 중심이 돼야 하는 자리에서조차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험은 나만 가진 경험은 아닐 것이다.

정치 영역에서의 청년도 비슷하다. 청년정책조차도 청년이 중심이 안 되는 현 시점에서 내가 중심이기 어려운 정치에 문제의식을 갖고 의견을 개진하기란 쉽지 않다. 출마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 보니 선거에서 표심이 되지 않는 청년세대는 정치인들에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고, 정치인들은 투자 대비 수익률이 좋은 기성세대에게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내가 중심이기 어렵고 앞으로도 중심이 될 것 같지 않은 정치와 청년들이 멀어지는 와중, 안타깝게도 그들이 기성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가속화되는 사회 변화만큼 사회 문제 또한 지금보다 더 복잡해지고,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도 해결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정치가 삶에 와 닿지 않는 세대가 다수 층이 된다면, 앞으로의 사회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사회 참여를 위해서는 먼저 상황을 인식해야한다. 상황은 문제의식을 불러 일으켜야 하고 그때서야 비로소 의견이 생길 수 있다. 아직 상황조차도 제대로 청년들에게 가닿지 못하고 있기에 사회 참여를 배울 수 있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선거의 중심이 청년 세대가 충분히 고민하고 의견을 개진하며 정치에 출마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야 한다.

한 지역 청년은 이번 선거에 투표하지 않았다. 정치에서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하지 못해 투표하지 않는 걸 선택했다고 했다. 선거가 종료된 지금, 당선인들이 유권자들을 만날 시간은 더 많아졌다. 이권 다툼이 아닌 새로운 사회 참여의 시작을 위한 시간에 마음을 내는 총선의 연장이 있길, 그리고 다음 총선에서는 강원특별자치도 청년 출마자가 1명 이상이 되길 함께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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