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식칼럼] 축소사회와 지방소멸
인구 유출 악순환 차단 급선무
남은 사람들 위한 정책들 세워
지역소멸 막고 전환점 찾아야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는 산업혁명 이후 인구 증가가 식량 증산을 앞질러 기근과 빈곤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유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1960년대 초 인구 증가가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빈곤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로 인구 증가 억제정책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잉인구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계속 증가했고, 과학기술 발달과 대량생산체제의 뒷받침으로 사회는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축소 사회’는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사회 전반의 위축을 의미한다. 인구 감소는 상점, 의료 시설, 교육 기관 등 각종 인프라의 축소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인구 유출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따라서 ‘축소 사회’ 대응 전략의 핵심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역의 ‘소멸’을 막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축소된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떠나지 않고 행복하게 살게 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사람들이 떠난 빈자리를 정비하여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즉, 유휴 공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주민들의 문화·여가 공간을 확충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공공 인프라를 조성하는 한편, 주거 공간과 생활 공간을 인구 규모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 특산물 개발이나 관광 자원 발굴을 통해 주민들의 소득 기반을 안정화하고, 교통 인프라를 정비하여 지역 내외의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다각도의 노력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축소 사회’에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최근의 저출산 추세가 장기화된다면 인구 감소는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우리의 미래를 뒤흔들 것이다. 현재는 농촌과 소도시에서 소멸을 우려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수도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중·대도시 모두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농촌과 소도시에 비해 중·대도시의 인구 축소 과정은 더 끔찍할 것이다. 대량 공급된 아파트, 건물, 산업단지 등이 비게 되면 그야말로 폐허 상황을 방불케 할 것이다.
과거 인구 성장기에는 수요 관리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미래 인구 감소에 대비하여 공급 관리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모든 지역에서 인구 감소와 그로 인한 사회 축소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 경우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쇠퇴와 비효율을 최소화하여 주민들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여, 보다 살기 좋은 지역 사회를 만들어가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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