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대사 못 보니 들으며 암기… 상대 표정도 기억해뒀다 끄집어내”
황반변성 등 이유 시각장애 4급 판정
연기 60년 노련미·노력으로 난관 극복
정확한 발걸음수 세며 동선 짜고 연습
희극 대본 공연 허가하는 검열관 역할
대본 검열의 과정서 대립 담은 2인극
“희극 빠져들어 본성 되찾는 과정 그려”
또 서서 돌아다니거나 앉아서 연기할 때 의자와 테이블 등 소품에 부딪히거나 무대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발걸음 수를 정확히 세며 동선을 짜 연습했다고 한다. 공연 내내 송승환이 퇴장은 한 번만 하고 계속 무대에 머무는 것도 공연 중 암전 속에 등장과 퇴장이 부담스러운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일본 스타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미타니 고키(63)가 지은 ‘웃음의 대학’은 전시 상황이란 이유로 관객에게 웃음을 전하는 희극 작품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권위적 검열관과 공연이 절실한 희극 전문 극단의 작가가 대본 검열 과정에서 대립하는 내용의 2인극이다. 1996년 일본 초연 후 요미우리 연극대상과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연극열전이 2008년 첫선을 보인 뒤 2016년까지 35만명 관객이 본 인기작이다.
검열관은 공연을 허가하지 않기 위해 “웃기는 대목은 모조리 삭제하라”며 작가가 들고 온 ‘로미오와 줄리엣’ 대본 수정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작가는 공연 허가를 받으려 무리한 요구를 계속 받아들인다. 작가가 제목을 ‘햄릿과 줄리엣’으로 바꾸고, “‘천황폐하 만세’를 꼭 집어넣어라”는 검열관 요구에 햄릿이 세 마리 말을 타는 설정을 한 뒤 이름을 각각 ‘천황’, ‘폐하’, ‘만세’로 지어 대본을 고치는 식이다.
이렇게 대본을 손질할수록 내용이 더 재밌어지고, 평생 웃음과 담쌓으며 국가주의의 하수인으로 살아온 검열관은 점점 연극의 매력에 빠지며 작가의 조력자가 된다.
송승환은 “공권력의 말단인 검열관 지위를 이용해 권력을 휘두르던 고압적인 관리가 검열하다 희극에 빠져들고 천진난만한 인간 본성을 되찾는 과정이 대사로 완벽하게 표현돼 있다”며 “배우가 대사와 그 상황에만 충실하면 코믹하게 보이는 좋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965년 KBS 연속극 아역배우로 시작해 연기 인생 60년을 앞둔 그는 ‘난타’ 등 공연 제작자와 연출가,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등 축제·예술 총감독으로도 종횡무진했다. 송승환은 “지금까지 (배우 생활 등을) 할 수 있었던 건 주변에서 많은 사람이 도와준 덕분”이라며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거나 의뢰를 받으면 최선을 다해 실천하는 쪽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장관직 등 각종 기관장 자리를 제안받기도 했지만 “양복 입고 넥타이 매는 건 체질에 안 맞아 10초 만에 다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웃음의 대학’ 공연은 6월9일까지이고, 배우 서현철(검열관 역)과 신주협(작가 역)도 번갈아 출연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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