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재개발 반대” 인천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빨간불’ [집중취재]

김지혜 기자 2024. 5. 1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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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주거지 공공 개발 사업이지만⋯주민 찬반 갈등에 사업 ‘지지부진’
높은 분양가에 원주민 정착 어렵고⋯지역 안팎 “재정착 위주 대책 마련”
19일 인천 미추홀구 제물포역 북측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대상지에 사업추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조병석기자

 

“한 동네에서 수십년을 살아온 주민들이 견원지간이 됐어요.”

19일 오전 10시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94의1 제물포역 북측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구역 일대. 곳곳에 ‘사업을 즉각 취소 하라’ 등 사업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골목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뤄진 일대 지장물 조사에 반대하는 ‘주인 허락 없이 지장물조사 시 경찰 고발’ 현수막도 있다. 이곳에는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과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각자 단체를 만들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주민 A씨(54)는 “이 곳을 떠나 살만한 사람들은 찬성하는데, 남고 싶은 주민들은 반대하고 있다”며 “사촌보다 친한 주민들이 이젠 얼굴만 봐도 싸운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부평구 부평동 910의5 일대 굴포천역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구역도 마찬가지. 다가구주택 곳곳에는 사업을 환영하는 현수막과 주민대표에게 항의하는 사업 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곳도 주민 단체가 2개로 나뉘면서 서로 갈등도 극심해지고 있다. 주민 B씨(60)는 “세입자 원주민은 동네를 떠나야 하는 탓에, 토지주는 보상가가 낮아 다른 곳에 비슷한 땅을 못 사기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에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이 주민 갈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인천도시공사(iH)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나서 역세권 노후·저층 주거지를 재개발, 청년과 신혼부부 위주의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9~2031년까지 제물포역 인근 9만9천612㎡(3만132평)에 3천410가구, 동암역 5만㎡(1만5천125평)에 1천730가구, 굴포천역 주변 8만6천133㎡(2만6천여평)에 2천530가구 등이 들어선다.

하지만 사업 승인 및 보상 단계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공공개발인데도 아파트 분양가가 비싸 원주민들이 계속 이곳에 정착하기 쉽지 않은데다, 보상가도 낮아 타 지역으로 이주해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입자들은 이사비 지원만 있다보니, 생활환경이 보다 열악한 원도심으로 옮겨갈 수 밖에 없다.

A씨는 “뒷편 빌라에는 홀몸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데, 다들 개발된다는 소문에 뒤숭숭하기만 하다”며 “제 집 없는 어르신들이 또 이사를 가야한다는 소식에 울상을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건설비 급증과 함께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지면서, 이들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구역에선 주민들의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현재 이들 사업들은 모두 준공 및 입주시점인 2029~2031년의 기한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 안팎에선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의 장점인 속도감을 유지하기 위해선 주민간 갈등 해소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윤환 인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 연구위원은 “개발에 주민 갈등은 불가피하지만, 공공개발인데도 원주민 재정착 위주의 이주대책이 없다보니 주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 보상이나 이사비 지원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에 원주민의 일정 비율을 보장해 갈등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iH 관계자는 “보상 단계에서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등 갈등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세입자 이주 관련 문제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LH 관계자 역시 “원주민 재정착 등을 염두해두고 주민들과의 협의하겠다”며 “사업을 속도감 있게 끌고 나가겠다”고 했다.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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