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원 줄어든 스카우트, 도전·협동의 정신 다시 일깨울 때" [fn이 만난 사람]

정지우 2024. 5. 1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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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서울지방변호사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을 거쳐 한국기자협회 자문위원장, 세계한인무역협회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등을 두루 맡으며 '소통과 화합의 아이콘'으로 인식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는 올 초 연맹의 제안을 받고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난 2월부터 총재 역할을 수행 중이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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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입시경쟁·작년 잼버리 논란 등에
국내 스카우트 활동 바닥 쳤지만
여전히 수많은 지도자의 헌신 있어
한국스카우트, 이젠 새로운 100년 준비
방만한 인적·물적 조직 재정비 집중
청소년 이해하려 심리상담사 자격도 따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으로 무장한
대한민국 미래세대 육성에 헌신할

"스카우트 정신인 '도전과 개척정신' '협동과 화합'의 의식을 청소년들에게 키워주고 싶습니다.

제가 이 책임을 맡은 것은 지금까지 쌓였을지도 모르는 허물을 녹여줄 만큼의 봉사 기회를 신이 저에게 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스카우트연맹 사무실에서 만난 이찬희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59)의 말이다.

이 총재는 서울지방변호사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을 거쳐 한국기자협회 자문위원장, 세계한인무역협회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등을 두루 맡으며 '소통과 화합의 아이콘'으로 인식돼 왔다.

이찬희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스카우트연맹 사무실에서 연맹 운영계획과 건전한 청소년 양성계획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 올해는 0.6명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국가 운영의 중추적 역할로 자라날 청소년 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한정돼 있고, 사교육 경쟁 또한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소통과 협력보다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미덕이 되는 상황이다. '청소년다운 청소년이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는' 암울한 시대가 지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는 올 초 연맹의 제안을 받고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난 2월부터 총재 역할을 수행 중이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다양한 이력에 비춰 뜻밖의 행보라는 의견이 있다.

▲갑자기 총재가 된 것으로 오해들 하시는데 초·중학교 시절 보이스카우트로 활동한 평생회원이고, 직전까지 부총재이자 정관헌장개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역대 총재들은 백낙준, 김종필, 김석원 등을 비롯해 정·재계의 쟁쟁한 분들이다. 이들보다 나이나 경력 면에서 한참 부족한 사람이 총재가 되리라고는 정말 예상치 못했다. 가톨릭 신자인데 항상 신은 공평하다고 믿고 있다. 과분한 영광만큼 많은 수고를 하게 만드신 것이라고 믿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주어진 일들을 해왔다. 이번에도 그럴 마음이다.

―구체적인 경위는.

▲직전 총재이셨던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과 친분이 있었다. 2023년에 새만금에서 세계잼버리가 개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북한법을 연구하고 대학에서 강의하는 입장에서 항상 탈북민 자녀들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들이 전 세계에서 온 친구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우정을 나누는 경험을 하면 새로운 세계관을 열어주고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생각을 말씀드렸더니,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 사업도 추진하고 세계잼버리의 다양한 법률 문제를 조언할 필요가 있으니 부총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에는 현재 맡은 일이 적지 않은 데다가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 싶어서 완강하게 고사하였으나 위기에 처한 조직에 소통과 화합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니 헌신해달라는 부탁을 끝까지 거절하지 못했다. 직전까지 총재선거가 치열했는데, 이번에는 총재에게 강력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단독추대돼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그러고 보면 관운도 있는 것 같다.

―지난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에 대한 논란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이미 1991년 강원 고성 세계잼버리를 개최하면서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다. 또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국격을 높여 왔다. 하지만 새만금 세계잼버리 실패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리더십 부재다. 스카우트에 대한 이해나 대규모 국제행사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다. 물론 경험 많은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이 공동조직위원장으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대선으로 여야가 바뀌고 재선 의원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을 이끄는 총재가 몇 년의 준비기간에 조직위원장으로 참여도 못하다가 8월에 잼버리가 시작되는데 그해 2월에서야 5명의 공동조직위원장 중 1인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이제는 소모적인 책임소재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 국제적으로 추락한 대한민국과 스카우트연맹의 위상을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부총재로 활동하면서 열정과 헌신으로 묵묵히 자원봉사 활동하는 스카우트 지도자들을 보면서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 대원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희망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두 가지가 이제는 편히 살아도 될 만큼 정신없이 살아온 인생에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든 계기다.

―그렇다면 당면 과제와 향후 계획은.

▲가장 큰 문제는 새로 가입해야 하는 청소년 대원 감소다. 코로나19로 인해 몇 년 동안 신입 대원이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입시지옥과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 새만금 세계잼버리의 실패로 인한 부정적인 시각이 생긴 것도 문제다. 또 국가나 자치단체의 예산 지원도 전혀 없는 데다 학교에서 지도자로서 청소년 대원을 육성해야 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가산점을 비롯한 지원제도가 전혀 없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 때문에 스카우트 활동이 바닥을 쳤다면 이제는 위로 떠오를 시간이다. 행사는 실패했지만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아직도 우리나라에 스카우트가 있고, 많은 청소년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홍보했다. 현직 대통령이 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이고, 국회 안에도 스카우트의원연맹이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자원봉사를 하는 전국의 수많은 지도자의 열정과 헌신이 있다. 총재가 된 후 기업이나 자치단체에 각종 후원을 요청하러 다니는데 생각보다 훨씬 호응이 좋아서 큰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관심과 지원을 바탕으로 현재 방만한 스카우트연맹의 인적·물적 조직을 정비하고 청소년을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총재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청소년을 더 많이 확실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최근 청소년심리상담사 자격까지 취득했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한국스카우트연맹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주춧돌을 놓고,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끌어나갈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청소년을 육성하는 데 헌신했다는 총재 할아버지로서 기억되고 싶은 것이 지금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소망이다.

―스카우트 활동이 청소년에게 주는 영향은.

▲인생관을 형성할 어린 시절에 대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키운다는 것은 그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서도 얻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한국 청소년들은 콘크리트로 된 학교와 학원을 셔틀처럼 오가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이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성적 지상주의의 압박 속에서 제대로 인성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회적 병폐 때문이다. 이제는 인공지능(AI) 시대이다. 암기나 교과서 위주의 지식에서 벗어나 창조와 융합을 하는 인재가 세상을 이끌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가진 청소년 양성이 필요하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가지고 자란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미래의 대한민국에 희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다.

―정치적 유혹도 있었을 텐데.

▲솔직히 말하면 지난 총선에서도 여러 진영에서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경험을 했고,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의 전국 조직인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전 세계 70개국 148개 도시에 지부를 두고 있는 글로벌 조직인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OKTA)의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니 정치권에서 매력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정치에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해 완곡하게 고사했다. 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대한변협회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정치권에 발을 담그는 것은 회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현재 맡고 있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나 SBS시청자위원회, 한국스카우트연맹 모두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리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을 소개한다면.

▲한국스카우트연맹은 1922년 창립된 국내 최고, 최대의 청소년 단체다.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의 하나로 청소년을 계몽하자는 취지로 조선소년군과 소년척후단이 모태가 되어 설립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1억명의 지도자와 대원이 가입돼 있다. 우리나라도 최규하 전 대통령 때까지는 현직 대통령이 명예총재를 했고, 2023년 다시 보이스카우트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명예총재를 맡고 있다. 당초 보이스카우트로 출발했으나 2001년부터 여성들도 참여하면서 한국스카우트연맹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현재는 남녀 대원의 비율이 비슷하다. 18개 지방연맹과 종교를 기반으로 하는 4개의 특수연맹이 있는데, 자원봉사를 하는 지도자와 연령에 따라 비버 스카우트, 컵 스카우트, 스카우트, 벤처 스카우트로 나눠진다. 올해는 한국스카우트연맹 중앙이사회에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인 김영미 한국여성변호사회 사무총장과 부장판사 출신인 양재호 김앤장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 양 변호사는 유엔대표부에서 근무하는 등 글로벌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 이찬희 총재 약력 △서울 용문고등학교 △연세대 법대 학사·석사·박사과정 수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사법연수원 30기 수료 △제94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제50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SBS시청자위원회 위원장 △세계한인무역협회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 △한국기자협회 자문위원장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현)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현)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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