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검색 왕국’ 구글에 이상기류?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신화 기자(legend@mk.co.kr) 2024. 5. 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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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구글이 해마다 애플에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 혹시 아셨나요? 2022년에만 200억 달러(약 27조 3500억원)를 애플에 줬다고 하는데요. 아이폰의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로 설정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구글이 애플에 어느 정도 대가를 지급할 거라고 추측하는 사람은 많았어요. 애플이 꾸준히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채택해 왔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큰돈을 줬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꽤 최근 일이에요. 미국 정부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구글과 제조사 간 계약 내용 일부가 세상에 공개됐죠.

구글이 미국 정부랑 소송을 한다고?
구글과 애플의 거래 내용이 공개된 계기는 미국 정부가 2020년에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법(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한 법) 위반 소송이에요. 미국 정부는 구글이 검색 시장의 독점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판단한 거예요.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은 지난 2002년 아이폰에서 구글 검색 엔진을 무료로 사용하는 내용에 합의했어요. 그러다 3년 뒤엔 구글이 검색 광고를 통해 얻은 이익의 일부를 애플에 공유하기로 했어요. 구글 검색 광고는 검색 결과 페이지 상단·하단 등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광고를 말해요.

먼저 구글이 2021년에 애플에 180억 달러(약 24조 7000억원)를 지급했다는 사실이 공개됐어요. 아이폰 기본 인터넷 앱(사파리) 검색 광고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36%에 해당하는 금액이에요. 그리고 이달 2일에 공개된 문서를 통해 2022년엔 전년보다 20억 달러를 더 지급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죠.

이후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구글 대신 야후 등으로 기본 검색 엔진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구글 측이 ‘구글을 기본 설정으로 탑재하지 않으면 검색 광고 수익을 공유하지 않겠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구글은 이후 삼성전자와 미국 통신사 등 다른 기업에도 구글의 검색 엔진 채택을 조건으로 거액을 지급해 왔다고 해요.

주목받는 ‘세기의 반독점 재판’
이번 소송은 21세기 반독점 재판 중 가장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아요. 우선 미국 정부가 1990년대 후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제기했던 반독점 소송 이후 최대 규모예요. 거기다 최근 미국 정부가 거대 정보기술(IT)기업들의 독과점에 예전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서, 구글의 반독점 재판 결과가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전망 또한 많이 나온다고 해요.

워낙 규모가 큰 재판이지만, 미국 정부와 구글의 주장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돼요.

  • 미국 정부(법무부) : 구글은 검색 엔진의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해 애플·삼성전자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와 AT&T 등 이동통신사들에게 거액을 지급해 왔다. 이런 행위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 구글 : 애플에게 지급한 금액은 아이폰에서 구글 검색을 제공하기 위해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비용일 뿐이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클릭 몇 번으로 자유롭게 검색 엔진을 바꿀 수 있었지만, 구글이 최고의 제품이어서 선택해 온 것이다.
구글 왕국을 세운 검색 엔진
구글의 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 점유율은 90%를 훌쩍 넘겨요. 오랫동안 독점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누려왔죠. 그리고 이렇게 압도적인 지위는 구글이라는 거대 IT 기업 왕국을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기반이었어요. 구글이 유튜브 등 다른 사업으로 정말 많은 돈을 번다고는 해도, 아직 구글의 검색 엔진이 올리는 매출과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에요.

구글의 매출 구조를 보면, 구글의 검색·광고 부문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어요. 금액은 1750억 달러(약 240조원)에 달해요. 인터넷 검색 광고 수익이 여전히 구글을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에요. 구글의 ‘검색 왕국’이 흔들리면, 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미국 정부와의 재판에서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행위가 인정된다면, 구글의 셈법은 아주 복잡해질 수밖에 없어요. 구글이 시장 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회사의 일부를 분리하거나 사업 구조를 확 바꿔야 할 수도 있죠. 반독점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구글이 검색 사업의 일부를 매각해야 할 수도 있대요. 아직 구체적으로 결과를 예상하긴 힘들지만, 구글의 검색 왕국을 위협하는 큰 위협이 하나 생겨났다는 건 확실해 보여요.

미국 정부와 구글의 반독점 재판은 이달 초 최종 변론이 끝났고, 올해 안에는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여요. 물론 양측의 항소 여부에 따라 법정 다툼은 장기화할 수 있어요.

흔들리는 검색 왕국
이렇게 미국 정부와의 갈등을 걱정하는 동안 검색 시장에 쟁쟁한 경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구글에겐 부담이에요. 실제로 구글의 압도적인 검색 시장 점유율도 조금씩 위협을 받고 있고요.

정보 분석 사이트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달(4월) 구글의 세계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은 90.91%였어요.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2018년 8월(90.91%) 이후로 약 5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예요. 1년 전과 비교하면 1.91%포인트 하락했죠.

자료=스탯카운터
반면 한발 앞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검색 엔진에 도입한 MS의 검색 엔진 ‘빙’의 점유율은 1년 전보다 0.88%포인트 상승한 3.64%를 기록했어요. 얀덱스, 야후, 바이두 등 다른 검색 엔진도 구글이 잃은 점유율을 조금씩 나눠 가졌어요.

90%가 넘는 압도적 점유율에도 구글이 경쟁자들을 의식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AI 검색’이에요. 지금까지는 ‘구글 신’으로 불리는 구글 검색 엔진과 비교해 훨씬 나은 서비스를 찾기 힘들었다면, 앞으로는 여러 AI 기업이 차별화된 검색 서비스를 쏟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거든요.

늘어나는 ‘AI 검색’ 경쟁자들
구글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 기업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예요. 챗GPT의 확장형에 해당하는 AI 기반 검색 엔진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13일(미국 현지시간)에 전격 공개할 거라는 언론 보도에 업계가 떠들썩했죠. 구글의 최대 행사인 14일 ‘연례 개발자회의’ 하루 전에 발표해서 오픈AI가 구글에 한 방 날릴 거라는 예상이었어요.

물론 결과적으로 이 예상은 빗나갔어요. 오픈AI는 새로운 검색 엔진 대신에 챗GPT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GPT-4o’를 공개했죠. 오히려 구글이 다음날인 연례 개발자회의를 통해 생성형 AI인 ‘제미나이’를 구글 검색에 본격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발표를 했어요. 향후 구글의 검색은 수십만 개의 단어를 동시에 인식할 뿐 아니라, 카메라에 담긴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거라는 내용이었죠. 구글이 얼마나 ‘AI 검색’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이외에도 AI 검색 엔진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는 회사들은 꽤 있어요. 거대 기업뿐 아니라 신생 회사들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죠. 2022년 창업한 ‘퍼플렉시티AI’는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서 올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어요. 특히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투자를 받은 사실은 큰 주목을 받았어요. AI 검색 엔진의 성장 가능성 덕에 퍼플렉시티AI는 빠르게 유니콘 기업 대열에 합류했어요.

미국 정부와 ‘세기의 반독점 소송’을 치르면서, 떠오르는 경쟁자들의 도전을 받기 시작한 구글. 과연 20년 넘게 세계 검색 시장을 지배해 온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구글 신’의 시대는 저물게 되는 걸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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