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은 거북이암? ‘미분화 갑상선암’이라면 1년 생존율 20%도 안 돼

권대익 2024. 5. 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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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발표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10만 명당 68.6명이 발생해 3년 연속 암 발생 1위에 올랐다.

김 교수는 "갑상선암은 대부분 예후가 좋지만 미분화 갑상선암(역형성암)은 다르다"며 "미분화 갑상선암은 1% 미만으로 드물게 발생하나 악성도가 높고 원격 전이되면 예후가 대부분 불량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국내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의 60% 이상을 치료할 정도로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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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석모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
김석모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갑상선암은 대부분 예후가 좋지만 1% 미만으로 드물게 발생하는 미분화 갑상선암은 1년 이내 80% 이상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라고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얼마 전 발표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10만 명당 68.6명이 발생해 3년 연속 암 발생 1위에 올랐다. 전체 암 생존율은 72.1%인데, 갑상선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100.1%다. 100%가 넘으면 암 환자가 전체 인구보다 많이 생존한다는 뜻이다.

갑상선암은 대부분 진행이 더디고 예후(치료 경과)가 좋아 ‘거북이암’ ‘착한 암’ 등 좋은 수식어까지 따라다닌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쳐 분화도가 악화되거나, 발생 위치상 림프절, 기도나 식도, 심장과 뇌로 이어지는 주요 혈관 등으로 전이될 수 있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갑상선암 치료 전문가’ 김석모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갑상선암은 대부분 예후가 좋지만 미분화 갑상선암(역형성암)은 다르다”며 “미분화 갑상선암은 1% 미만으로 드물게 발생하나 악성도가 높고 원격 전이되면 예후가 대부분 불량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국내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의 60% 이상을 치료할 정도로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갑상선암 종류가 다양한데.

“갑상선암은 분화 갑상선암(90% 이상 해당·30~50대 여성에게서 흔히 발생), 수질(髓質)암, 미분화 갑상선암(역형성암), 기타 암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분화 갑상선암은 종양 형태가 유두(젖꼭지·papillary)처럼 한곳에 옹기종기 모여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갑상선 유두암(乳頭癌·papillary thyroid carcinoma)’과 소포에 생긴 주머니 모양의 ‘갑상선 여포암(濾胞癌·follicular thyroid carcinoma)’으로 세분한다.

그런데 환자가 1% 미만인 미분화 갑상선암은 진행이 매우 빠르고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에도 효과가 좋지 않다. 평균 생존 기간도 치료를 하지 않으면 3개월 미만이고 치료해도 대부분 1년 미만에 그친다. 1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가 20%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약한’ 암이다. 게다가 환자의 50% 정도가 원격 전이된 뒤 진단될 정도로 진단이 늦은 편이다.”

-미분화 갑상선암이 다른 갑상선암이나 갑상선 질환과 다른 점은.

“일반적인 갑상선암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10% 미만으로 대부분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발견될 때가 많다. 반면 미분화 갑상선암은 목소리 변화, 사레 걸림, 통증, 목 부위 종괴 등이 생겨 병원을 찾을 때가 많다.

미분화 갑상선암은 수술이 가능하다면 수술로 치료하고 이후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최근에 ‘차세대 염기 서열 검사’로 유전자 변이나 종양 변이 부담(tumor mutational burden) 등을 확인해 면역항암제나 표적항암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나 표적항암제로 치료하려면 암 진행 정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초음파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검사를 시행하는데, 영상의학과·핵의학과 도움이 중요하다.

또한 미분화 갑상선암의 정확한 병리 소견을 알아내기 위해 병리과 확인이 필요하다. 이후 방사선 치료를 위해 방사선종양학과의 역할이 중요하고 종양내과와도 긴밀히 협진하고 있다. 물론 수술은 내분비외과에서 시행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최근 동물 실험을 통해 미분화 갑상선암이 갑상선 유두암보다 글리타민 분해 효소(GLS) 발현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암세포는 생존하기 위해 글루타민을 주요 영양분으로 사용한다. 글루타민은 포도당 다음가는 세포 에너지원으로 꼽히며, 글루타민 분해 효소를 이용해 글루타치온(GSH)을 합성해 종양 세포에 각종 영양분과 에너지를 제공한다. 주요 암종에서 글루타민 분해 효소는 높게 나타난다.

연구팀은 글루타민 분해 효소를 억제해 암세포 영양 공급을 막으면 항암제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글루타민 분해 경로를 억제해도 미분화 갑상선암 세포는 여전히 살아남았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미분화 갑상선암이 ‘단일 탄소 대사 메커니즘’을 활용해 생존한다는 사실을 새로 알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글루타민 분해 효소 저해제(BPTES)와 단일 탄소 대사 메커니즘의 핵심 효소인 PHGDH를 억제하는 저해제(CBR-5884)를 동시에 투여하는 동물 실험을 시행했다.

그 결과, 암세포를 유지하는 활성 산소종(ROS) 균형이 무너져 암세포 사멸을 촉진했으며, 기존 단일 항암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항암 효과가 50%가량 향상된다는 사실이 관찰됐다. 이번 연구가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

-갑상선암 수술법은 어떤 게 있나.

“갑상선암 수술은 우선 수술 범위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수술은 갑상선 엽(葉) 2개를 모두 잘라내는 ‘갑상선 전(全)절제술’을 시행할지 아니면 암이 생긴 한쪽 엽만 제거하는 ‘갑상선 부분 절제술’을 시행할지 정해야 한다.

또한 갑상선 주변 림프절까지 전이된 것으로 의심되면 림프절까지 제거하는 ‘경부 림프절 곽청술(郭淸術·청소술)’을 시행할 때 갑상선과 가까운 중앙 경부(頸部) 림프절을 제거할지 측경부 림프절까지 제거할지 다양한 요소를 검토해야 한다.

수술 범위가 정해진 뒤에는 다양한 수술법을 고려할 수 있다. 초기 갑상선암일 때 수술은 미용을 생각해 내시경이나 로봇 수술법을 시행한다. 갑상선암의 경우 여성 환자가 80% 정도인데, 목 부위의 수술 흉터를 피하기 위해 전통적인 절개법 대신 내시경이나 로봇 수술을 택하는 젊은 여성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로봇 수술은 유륜과 겨드랑이(바바 수술)·겨드랑이·구강·귀 뒤쪽 등을 절개해 로봇 팔을 넣은 뒤 갑상선을 절제하는 수술이다. 15배 확대된 3차원 시야로 부갑상선과 신경을 정교하게 보존하기에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수술은 3박 4일 정도 입원이 필요하며, 퇴원하고 1~2주 후 병기(病期) 상태와 향후 치료 방향을 정한다.

목을 젖힌 상태에서 수술이 진행되므로 수술 후에 목과 어깨 부위에 통증을 느낄 수 있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게 좋으며, 수술 후 1주일부터 목 운동으로 유착을 예방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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