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지 발리의 낯선 리조트 이름들…뜻풀이 해보면

신혼여행지로 인기 있는 발리는 리조트 선택이 여행 성공의 9할을 차지한다. 발리는 큰 섬이다. 해변도 많고 숙소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발리를 경험할 수 밖에 없다.

발리 유명 리조트들은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이름을 많이 쓰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부분 지역은 이슬람교를 믿지만 발리는 힌두교가 지배적인 곳이어서다. 특히 발리는 힌두교 문화 속에서 크고 작은 종교와 문화 행사가 연중으로 열리는 곳이다. 꾸따나 스미냑 등 발리 공항 인근에서 우붓 쪽으로 이동시에 항상 교통 정체가 있는데 많은 경우엔 힌두교 행사 행렬이다.

발리 곳곳서 볼 수 있는 짜낭사리(Canang Sari)라는 풀잎으로 엮은 작은 접시에 꽃과 소박한 먹거리를 담아 집안 곳곳을 돌며 의례를 지내는 것으로 발리인들은 하루를 시작한다. 제주도의 2.5배 크기의 섬에 힌두교 사원은 2만 개가 넘는다.

오는 6월 15일 부터 한달간 열리는 발리 아트 축제(Bali Arts Festival)는 볼거리가 많다. 발리 예술과 문화를 보전하기위해 1979년 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서깊은 축제로 미술품과 수공예품 전시, 정통 발리 요리 경연대회, 세미나, 전시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발리 만의 독특한 종교적 색채는 유명 리조트 이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더 물리아, 물리아 리조트&빌라(The Mulia, Mulia Resort & Villas)의 물리아는 산스크리트 어로 가치(worth)라는 뜻이다. '더 물리아'는 치환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더 물리아는 그 이름에 걸맞게 축구장 40여개의 압도적인 규모에 4개의 레스토랑, 5개의 바, 6개의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프라이빗 풀을 갖춘 발리 전통 가옥 느낌의 스위트 룸으로만 720 여개의 객실을 운영 중이다.

아야나 리조트 발리 (AYANA Resort Bali)의 아야나는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로운 피난처'를 의미한다. '아름다운 꽃'이라는 의미도 있어 여자아이 이름으로도 자주 쓰인다. 석양이 아름다운 짐바란 만에 위치해 신혼여행 커플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야나 빌라스, 아야나 리조트, 아야나 스가라 , 림바 바이 아야나 총 4개의 리조트가 모여 있다. 11개의 수영장과 레스토랑과 바를 합쳐 약 17개의 식음료 시설을 갖춘 대규모 멀티플렉스다. 국내 예능에도 자주 소개됐던 아름다운 일몰을 보면서 시원한 맥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발리 선셋 명소 락바(Rock Bar)로도 유명하다.

더 사마야 발리 (The Samaya Seminyak Bali)의 사마야는 산스크리트어로 '거룩한 약속', '긴밀한 유대감', '운명적인 연결'을 뜻한다. 허니무너들에게 어울리는 이름이다. 전 객실 풀빌라로 이뤄진 럭셔리 대형 리조트로 발리 3대 레스토랑 중 하나인 '브리즈 레스토랑'이 있다.

우마나 발리(Umana Bali)의 우마는 산스크리트어로 힘, 에너지, 영양, 조화, 사랑, 아름다움, 헌신이라는 뜻이고, 'na'는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라는 희망을 담은 어미다. 우마는 모성을 상징하는 힌두교의 신인 파르바티(Parvati)의 별명이기도 하다. 전 객실 72채에 개인풀과 자쿠지를 보유한 발리의 유일한 리조트다.

짐바란 뿌리 발리(Jimbaran Puri, A Belmond Hotel, Bali)의 뿌리는 발리의 중요한 문화유산인 '거룩한 왕궁' 혹은 '요새'를 뜻한다. 짐바란 해변에 위치한 짐바란 뿌리 발리는 왕궁이라는 이름답게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발리 감성이 물씬 풍긴다. 동양인 투숙률이 낮고, 뿌리 발리 고객들만 이용 가능한 단독 해변을 보유하고 있다. 트래블+레저(Travel + Leisure) 선정 2020년 '인도네시아 톱 5 리조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우붓에 있는 바이스로이 발리(Viceory Bali) 리조트의 바이스로이는 '~을 대리하여'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접두어인 'vice-'와 군주를 뜻하는 프랑스어 'roi'에서 파생한 이름이다. 19세기 후반부터 1940년 중반까지 우붓왕국이 있었다. 왕국은 사라졌지만, 왕족의 후손들이 소유한 넓은 땅에 세워진 리조트들의 이름에는 인도네시아어로 '왕', '군주' 혹은 세습된 왕가의 이름을 붙인 경우가 많다. 리버 뷰와 정글 뷰를 동시에 갖춘 인피니티 풀로 유명해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명소다. 2022년 트립어드바이저의 '여행자의 선택' 부문 1위로 꼽힌 바 있다.

더 까야나 빌라 (The Kayana Villa)에서의 까야나는 '아름답다'는 의미다. '순수한 열쇠의 수호자'라는 뜻도 지녔는데, 진취적인 매력을 뜻해 여러 나라에서 여성의 이름으로도 사용된다. 스미냑 중심에 위치해 유명 비치클럽인 '포테이토 헤드'까지 도보로 5분 거리다. 발리 최고 맛집이 몰려있어 MZ 여성들에게도 특히 인기 있는 리조트다.

난디니 정글 리조트 & 스파 발리(Nandini Jungle By Hanging Gardens)의 난디니는 '충만한 기쁨'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어근인 'nand'에서 유래했다. '기쁨을 가져다주는 사람'을 의미한다. 힌두교의 파르바티 여신의 영원한 동반자(Ashtanayika) 중 한 명을 지칭하기도 한다. 신혼부부들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객실에는 정글 전망을 볼 수 있는 테라스가 있다.

아리아두타 발리 리조트(Aryaduta Bali)의 아리아두타는 인도네시아어로 '대사(大使)'라는 뜻이다. 유흥가인 꾸타 지역에서 가장 대표적인 럭셔리 리조트다. 리포 몰에 붙어 있어 번화가와 해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가성비가 높은 것으로 이름 나 있다. 공항까지 거리도 가까워 첫날과 마지막 숙박으로 가장 즐겨 찾는 리조트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