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아파트 설계 버려야 도시 경관 산다”…GH 파격적 설계공모
한국 모든 도시의 아파트 단지 모습은 똑같다. 서울과 경기, 충남, 충북 등 지역은 달라져도 같은 건설사가 지은 단지는 찍어낸 듯 차이가 없다. 용적률·건폐율에 따라 층수와 부지 면적이 달라질 뿐이다. 통일된 외관 탓에 주택 가격은 입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이 같은 천편일률적인 틀을 깨기 위해 최근 파격적인 공모를 냈다. ‘안산장상 A6블록 공공주택사업 기본설계공모’ 지침서에서 “단조롭고 획일적인 건축설계를 지양하고 주동 타입별 차별화된 디자인·건축설계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아파트 단지 내 모든 동을 각각 다른 디자인과 설계로 지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아파트 단지 공모 지침서에 이런 내용을 담은 것은 GH가 처음이다.
지난 16일 만난 김세용 GH 사장은 “앞으로 GH가 수행하는 모든 공동주택(아파트) 사업에서는 똑같은 모습을 한 아파트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는 공공·민간 아파트 모두 발주하면 대형 건축사무소가 하나의 단위 평면을 ‘복사해서 붙여넣는 식’으로 한 블록을 다 설계했다”면서 “그게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관행이 도시 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면서 새로운 공모안이 나온 것이다. 안산장상 A6블록은 설계뿐 아니라 신청 자격에도 ‘특별한 제한’을 뒀다. 신진·여성건축사나 창업건축사 2곳 이상과 필수 공동수급체를 형성하도록 했다. 설계 기회가 대형 건축사무사에만 쏠리지 않도록 한 것이다.
김 시장은 “한국은 공동주택이 전체 주거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이 중 대다수는 아파트가 차지하는 독특한 주거 문화”라며 “아파트 중심의 주거는 건축 문화가 발전할 가능성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블록에 1000가구가 들어서는 아파트가 주요한 주거 형태가 되다 보니 대형 건축사무소에 소속된 1명의 건축사가 모든 디자인을 하게 되는 탓이다. 김 사장은 “1000명의 건축사가 실험적인 설계를 할 기회를 버리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학 건축과 학생의 절반이 여성인데도 현장에선 여성 건축사를 찾기 어려운 이유도 건축 설계를 경험할 기회가 주어지질 않아 버티지 못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봤다. 민간 부동산 시장에서 주도해 개선하기 어려운 이 같은 문제를 공공에서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이번 공모안을 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도시경관과 청년·여성 건축가의 기회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면서 “GH에서 이 방법을 성공 시켜 법제화까지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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