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멀리 갑시다"… 기술도 자금도 노하우도 '상생'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4. 5. 1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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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격화
中企 '수출장벽' 더 높아져
대기업, 전담부서 만들어 지원
삼성전자, 1.4조원 상생펀드
기술개발자금 저금리 대출
현대차 3차협력사까지 챙겨
휴가비 확대 등 복지증진
SK는 반도체 생태계 강화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최근 협력사와의 관계를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며 상생을 위해 힘쓰고 있다. 각 산업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수많은 협력사와 함께 구축한 사업 네트워크는 경쟁력 측면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른 수출·기술 규제 등 수출에 장벽이 되는 규제가 급증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풍부한 자금력과 인력으로 유연하게 대응이 가능한 대기업과 달리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대응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지난 2월 수출 100대 기업과 중소·중견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외 기술규제 전담 부서를 갖춘 대기업은 62.5%에 달했으나 중소기업은 39.6%에 불과했다. 수많은 협력사와 함께 갖춘 공급망 네트워크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대기업의 협력사 지원이 수출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글로벌 환경 규제로 친환경 전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협력사들의 대응력 향상도 대기업들의 과제 중 하나다.

주요 대기업들은 협력사들의 거래대금 지원 등 단순한 도움뿐 아니라 기술혁신과 인력 양성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고 있다. 협력사가 아닌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산업 생태계 조성과 고도화를 목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중소·중견기업에 자금·기술·인력·혁신 등을 지원하며 지속 성장이 가능한 상생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2022년에는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12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2012년부터는 삼성협력데이를 열어 삼성과 협력사가 서로 소통하며 동반성장 의지를 다지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4년 국내 기업 최초로 협력사 전담 조직을 신설해 △자금 지원 △기술·제조혁신 △인력 양성 △혁신 등 4대 분야를 중점적으로 지원해 왔다. 2005년엔 국내 기업 최초로 협력사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협력사 거래대금을 지원할 수 있는 펀드도 마련했다. 2017년에는 1·2차 협력사 간 거래대금 지원용 물대지원펀드를 5000억원 규모로 조성했고, 2018년에는 3차 협력사 전용 물대지원펀드를 3000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2010년부터는 1조40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협력사 기술개발·설비투자 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해주고 있다.

2009년부터는 국내 대학·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열고 있고, 삼성전자의 특허를 미거래 중소기업까지 개방했다. 지난해 8월까지 삼성전자가 무상 양도한 특허는 2000여 건에 달한다. 2013년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공동 투자형 기술개발 사업에 기금을 출연해 200억원을 지원해 왔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 상생협력아카데미를 통해선 제조·품질 혁신도 돕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업체와도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고용노동부, 중소협력사 10개사 등은 지난달 25일 서울 '기아360'에서 '대기업과 협력사 간 격차 완화와 약자 보호를 위한 두 번째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기아와 직접적인 거래관계가 없는 2·3차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와 근로여건 향상이 목적이다.

우선 현대차·기아는 중소협력사 복지 증진을 위한 재원을 출연하고 근로환경 개선, 휴가비 확대 등 협력사 여건에 맞춘 복지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협력사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을 위해 공동 어린이집을 최초로 설립한다는 목표다. 또 자동차 산업에 신규 진입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장기근속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하고, 산업 전환과 관련된 교육과 컨설팅도 확대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인재 양성 지원으로 미래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SK실트론은 구미 지역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구미시, 구미상공회의소와 'SK실트론과 함께하는 반도체스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업무협약식에는 유경숙 구미시 경제산업국장, 장동기 구미상공회의소 사무국장, 조경철 SK실트론 대외협력담당이 참석했다. SK실트론, 구미시, 구미상의는 반도체스쿨을 통해 구미시 12개 고등학교 2700여 명의 학생들을 교육해 미래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갈 지역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은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관련 협력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협력사에 탄소배출 감축 컨설팅을 지원하며 ESG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제3자 검증을 확대 실시한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공정 개선 △에너지 절감 기술 도입 △재생에너지 사용 등을 통해 생산 단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54.6%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LG전자는 협력사도 탄소배출 저감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협력사 15곳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지원하기로 했다. 6월까지 컨설팅을 진행하고 개선안을 도출·실행할 계획이다.

협력사 ESG 리스크 관리를 지원하고자 제3자 검증도 확대한다. 지난해에는 2개국, 50개사에서 진행했던 제3자 검증을 올해부터는 8개국, 72개 협력사에 제공한다. LG전자는 2021년부터 협력사를 대상으로 제3자 ESG 리스크 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00억원 규모의 ESG 펀드도 새로 조성했다. LG전자는 △탄소감축·저탄소 신기술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저감에 필요한 설비투자 등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위해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금융지원, 기술협력, 의료복지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협력사 경쟁력을 확보하고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협력사와 적극 소통하는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린 SCM 컨설팅과 탄소저감 협력을 하며 ESG 역량 제고도 돕고 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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