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하이브-어도어 사태와 ESG경영

2024. 5. 19. 1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변호사

지난 4월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난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사이에서 체결된 계약과 관련된 분쟁이며 상당 부분 법원에서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한계와 약점, 아티스트를 둘러싼 기획자들 사이의 갈등이 대중에 공개되면서 하이브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시가총액은 1조원 넘게 증발했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 중 필자의 관심을 끌었던 점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관련 내용이었다. 요즘 K팝 아이돌 앨범에는 랜덤 포토카드가 들어있는데, 팬들은 오로지 랜덤 포토카드를 얻으려고 앨범을 여러 개 구입한 다음 포트카드만 챙기고 앨범은 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앨범수요가 늘어나는 점에서 좋지만, 필요 이상으로 생산돼 그대로 버려지는 앨범이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ESG경영 측면에서 개선될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하이브를 비롯한 대형기획사들은 앨범의 소재를 환경친화적 소재로 전환하는 등 ESG경영 측면에서 관리를 해오고 있으나, 민대표는 근본적 문제해결방안이 아니라며 꼬집은 것이다. 물론 이번 사태는 그 자체로 S(사회), G(지배구조)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SG경영 관련 하이브가 추진하는 일을 알고 싶다면, 하이브가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된다. 그 내용 중에는 하이브가 추구하는 조직문화, 즉 구성원들의 다양성 추구, 자율적 환경 속에서 최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경영철학이 포함돼 있고, 앨범 소재 친환경 전환에 대한 내용들도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이러한 내용을 과거 사회공헌활동보고 정도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담기는 ESG경영 관련 정보는 이제 기업의 장기적 가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늠하는 중요 정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시점을 2026년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지난달 말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하면서 ESG공시 제도 도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렸다. 이미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는 ESG정보 공시기준을 발표했고, 대부분 공시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우리 기업도 내년부터는 해외 ESG 공시제도의 영향권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도 자발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면서 ESG경영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렇게 공개된 정보는 결국 외부평가의 대상이 된다. 이번 기자회견 사태에서 언급된 포토카드 관련 이슈 역시 단 한 사람의 입이 아니라 하이브가 공식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기술된 내용이기에 평가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비단 엔터테인먼트 뿐만 아니라 앞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야 하는 모든 기업은 ESG정보공개의 의미와 잠재된 리스크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진정성을 갖고 상당한 비용을 들여 시도한 ESG경영 정책이라도 공개되는 순간 누군가로부터는 ESG워싱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그와 관련해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미국 컬럼비아대학이 공동 발간한 '글로벌기후소송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 65개국에서 2180건 기후소송이 제기됐다. 2024년 블룸버그로(Bloomberg Law) 리포트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 사이에 진행된 미국 내 소송 중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관련 소송 건수는 총 100건이 넘고,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이러한 현상은 향후 우리 기업들이 ESG 정보공시에 더 신중을 기해야하는 이유기도 하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변호사 jhoh@onelawpartner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