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김호중 팬덤은 그 일당들의 '또라이'짓을 옹호하는 걸까

박진규 칼럼니스트 2024. 5. 19. 15: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호중, 음주운전 못지않게 ‘팬심’위반죄가 크다

[엔터미디어=수사연구 박기자의 TV탐정] 2020년 <미스터 트롯>은 단순한 트롯오디션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울적했던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준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우승자 임영웅 못지않게 장민호, 영탁, 이찬원, 정동원, 김희재 그리고 김호중이 지닌 드라마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무명 시절의 어려움부터 할아버지를 잃은 소년의 슬픔까지 애절한 노래와 함께 시청자에게 다가간 것. 노래실력과 무대매너는 탑이었던 김수찬이 톱7에 들지 못한 건 애달픈 드라마가 부족해서인가 싶었을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김호중의 이야기는 그가 성악천재 건달을 주제로 한 한석규, 이제훈의 영화 <파파로티>의 모델이란 게 알려지면서 더 화제가 됐다.

당연히 <미스터 트롯> 톱7의 팬덤은 어마어마한 규모였으며 그 팬덤은 지금도 꾸준히 이어진다. 임영웅은 전국노래자랑 스타였을 때나 연예계 황제 규모의 팬덤을 가진 지금이나 성실한 싱어로서의 모습으로 팬들의 마음을 뿌듯하게 하는 스타다. 또 임영웅이 있기에 그의 콘서트 티켓으로 자녀들은 효도티켓을 부모에게 선물할 수 있다.

21세기 대중문화에서 팬덤은 방구석 '덕후'이상의 힘을 지녔다. 21세기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역시 팬덤을 통해 성장한 빅스타다. 그런데 그녀가 과거의 팝스타와 다른 점이 있다. 과거의 팝스타 마돈나와 마이클 잭슨의 팬덤과 그녀의 팬덤은 다르다. 마돈나나 마이클 잭슨은 팬들이 닿지 못할 높이에 있는 우상이었다. 마돈나는 수많은 화려한 스캔들로 마이클 잭슨은 외계인 같은 매력으로 그 아우라를 만들었다. 반면 테일러 스위프트는 팬들과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면서 팬덤의 세력을 키워왔다. 그녀의 연애사와 일상의 감정들이 자작곡이 되고, 팬덤은 자신들이 살면서 느낀 감정과 똑같은 감정을 공감하며 테일러 월드에 빠져든다. 스타와 팬덤의 관계 우상과 추종자가 아닌, 거대한 가족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BTS의 글로벌한 성공 역시 결코 팬덤 아미와 분리할 수 없다. 아미는 BTS가 글로벌 스타가 되기 이전부터 그들을 지지하고 키워왔다. BTS 역시 늘 그런 아미를 위한 애정표현을 잊지 않는다. 이렇게 21세기의 팬덤은 스타를 키우고, 스타를 지지하며, 그와 호흡하는 산소 같은 존재다.

그렇기에 스타 역시 팬덤을 무시하고는 결코 성장할 수 없다. 반면 팬덤은 스타를 옥죄는 사슬 같은 역할을 할 때도 있다. 기획사에서 아이돌의 열애설에 조마조마 하는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

그럼에도 팬덤은 늘 위기에 몰린 스타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미스터 트롯>의 김호중 팬덤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호중의 드라마틱한 과거와 성악 베이스의 묵직한 목소리,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수줍어하던 모습은 골수팬들이 그를 아끼는 이유들이었다.

이후 김호중은 군입대 이전에 몇 차례 사건사고가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덤은 그의 노래와 무대를 지지해 주었다. 하지만 김호중은 이번에도 그를 위기에서 구해준 팬덤의 마음을 외면했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반대편 도로 택시를 충돌한 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김호중과 매니저는 운전자 바꿔치기를 했고 차량 블랙박스의 메모리카드를 의도적으로 분실한 의심도 받고 있다. 이후 20시간이 지난 후 경찰에 자수했다. 국과수는 '사고 후 소변채취까지 약 20시간이 지난 것으로 비춰 음주 판단 기준 이상 음주대사체가 검출돼 사고 전 음주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변 감정 결과를 전했다. 이에 대해 김호중은 '술잔에 입은 댔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라는 말을 남겼다.

스타의 사생활 기반 스캔들이나 '또라이'짓은 사실 어느 정도까지는 가십으로 볼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스타를 보고 웃고 흥미로워하며 지루한 세상을 견딘다. 하지만 이번 김호중의 뺑소니와 운전자 바꿔치기는 명백한 범죄다. 그 방식 역시 일반인이 보기에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전개다.

다만 김호중의 음주운전 혐의는 CCTV 등으로 음주 사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상황에 따라 무죄가 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에 그는 '팬심'을 그것도 과하게 저버렸다. 팬덤 월드에 만약 팬심위반죄가 존재한다면 그는 분명 형량이 높은 유죄 아닐까? 물론 이번에도 김호중의 팬들 중 많은 분들이 내 새끼 고생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우상의 손을 잡아주겠지만 말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MBC]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