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병원 갈 때 신분 확인…의협 "국민·의사 모두 불편한 법" 불만

정심교 기자 2024. 5. 19. 14: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일부터는 병·의원에 방문할 때 신분증이나 건강보험증 등 본인임을 입증할 증명서를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병·의원이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을 경우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하는 데다, 환자가 신분증명서를 가져오지 않았을 경우 환자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진료비 전액'을 부담한 후 14일 이내에 신분증과 기타 요양기관 요구 서류(진료비 영수증 등)를 다시 가져와 건강보험 적용 후 금액으로 다시 정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라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10월 20대 초반 중국인 유학생으로 추정되는 A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약 봉투 사진. 해당 약 봉투엔 30살 이상 차이 나는 65년생 박모 씨의 이름으로 처방된 사실이 확인된다. A씨는 약제비 4만2880원 가운데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적용받아 1만7840원을 지불하며 "자신이 한국에서 직접 샀는데, 너무 싸다"며 즐거워했다. /사진=샤오홍슈 캡처

20일부터는 병·의원에 방문할 때 신분증이나 건강보험증 등 본인임을 입증할 증명서를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개정된 건강보험법에 따라 환자 신원 확인 절차를 의무화한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 제도'가 이날부터 시행돼서다. 하지만 정부의 대국민 홍보가 미약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로 인한 병·의원 현장에서의 혼란이 커질 것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의사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9세 이상 환자는 '본인임을 확인시킬 신분증명서'를 병·의원에 보여줘야 한다. 인정되는 신분증명서로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모바일 신분증 △건강보험증(종이) △모바일 건강보험증 △장애인등록증 △외국인 등록증 등이다. 단, '신분증 사본'은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병·의원 등 요양기관에서 환자가 성명, 주거지, 주민등록번호 등 단순 정보만 적어 내도 진료받을 수 있었다. 타인의 건강보험증을 빌렸거나 도용하는 경우를 솎아내기에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해 중국인의 건보 먹튀 실태를 추적하던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2022년 건강보험증 대여 도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 해 586명이 건강보험증을 부정 사용해 적발됐는데, 그중 10.6%(62명)가 '중국인 등 외국인'이었다. 이들이 부정 사용한 금액은 8000만원으로 전체(6억2800만원)의 12.7%에 달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자격이 없거나, 타인 명의로 향정신성 의약품을 확보하기 위해 건강보험증 등을 대여·도용하는 부정수급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분 확인용으로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모바일 건강보험증'에서 심각한 허점이 발견됐다. 본인 휴대전화가 아니더라도 인증번호만 입력하면 타인의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스마트폰에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모바일 건강보험증엔 사진이 부착되지 않아, 타인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도용해도 본인확인이 어렵다는 한계도 제기된다. 이에 18일 건보공단은 "타인 명의의 휴대폰에 설치되는 문제는 도용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인 명의의 휴대폰에만 설치되도록 기술적으로 보완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로그인이 유지되는 동안은 부정 사용 우려가 있으므로 로그인 유지 시간을 단축하겠다"라고도 했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의사들의 불만도 쏟아졌다. 병·의원이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을 경우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하는 데다, 환자가 신분증명서를 가져오지 않았을 경우 환자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진료비 전액'을 부담한 후 14일 이내에 신분증과 기타 요양기관 요구 서류(진료비 영수증 등)를 다시 가져와 건강보험 적용 후 금액으로 다시 정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라서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4일 회원들에게 배포한 포스터.

전국 14만 의사들이 회원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제도 시행 6일 전인 지난 14일, 부랴부랴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를 제작해 회원들에게 배포하며 "요양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의협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늑장 홍보로 인해 대국민 홍보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으로 일선 현장에서는 신분증이 없을 경우 (진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해 (이런 내용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환자들의 불만과 항의가 우려된다"며 "제도 시행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도 예외 규정 등 세부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의료현장의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또 의협은 "건강보험 수급자 자격 관리는 건보공단의 고유 업무인데, 이를 요양기관에 떠넘겨 불필요한 행정 부담과 책임을 전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우 자격, 본인 확인에 따른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데 우리는 요양기관에 책임과 비용 부담까지 전가하는 것에 매우 참담하다"며 "회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회 차원의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다"고 알렸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