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인사’ 직후 잠행 깬 김건희 여사…169일 만에 사찰서 ‘미소’

이혜영 기자 2024. 5. 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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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부부, 회암사 사리반환 기념식 나란히 참석
대통령실 “조계종, 반환 큰 역할한 김 여사 참석 요청” 
檢 수사 지휘부 교체 후 공개활동 재시동…野, 공세 고삐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월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9일 만에 외부활동에 나서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휩싸인 후 잠행을 이어가던 김 여사는 최근 잇달아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보폭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김 여사의 재등장은 명품가방 수수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지휘부가 대거 물갈이 된 시점과 일치한다. 야권은 검찰 인사 이후 김 여사의 등장에 의구심을 표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19일 경기도 양주 회암사지(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제'에 나란히 참석했다. 

행사는 지난 4월16일 미국 보스턴미술관으로부터 가섭불, 정광불, 석가불, 나옹선사, 지공선사(3여래 2조사)의 사리가 100년 만에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감)한 것을 기념해 열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이번에 돌아와 모셔진 사리는 한국 불교의 정통성과 법맥을 상징하는 소중한 국가 유산"이라며 "한·미관계가 더 가까워지면서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국정 운영에 있어 국민을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반환된 사리들은 본래 양주 회암사의 지공선사 사리탑에 모셔져 있다가 일제강점기 불법 반출됐고, 이를 보스턴미술관이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남북불교계는 사리 반환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채택하고 협상에 나섰지만, 2013년 이후 논의가 중단됐다.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김 여사가 사리 반환 논의 재개를 요청했고, 지난달 보스턴미술관이 조계종에 사리를 기증하는 형태로 환지본처가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불교계에서 김 여사의 행사 참석을 간곡히 당부한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계종 측에서 사리 환지본처에 김 여사의 도움이 매우 컸다"며 "행사에 김 여사가 꼭 참석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월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서 헌등하고 있다. ⓒ 연합뉴스

169일 만에 외부행사를 재개한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헌등을 하고, 이동 과정에서 시민들을 향해 밝게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여사가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해 12월2일 조계사에 마련된 자승 전 총무원장 스님의 분향소 방문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순방 이후 명품가방 수수 논란 파장이 확산하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 여사는 지난 16일 캄보디아 정상 부부 방한 일정에 참석하며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김 여사는 지난 2월 고(故) 유재국 경위 유가족에 편지와 선물을 전달하고, 윤 대통령의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오찬에 함께 참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긴 했지만 모두 비공개 일정으로 소화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월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여사 '소환' 추진한 檢 지휘라인 물갈이 후 공개행보

김 여사가 공개 일정을 재개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검찰 고위직 인사 직후다. 지난 13일 법무부는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을 교체하고 임기를 불과 넉달 남겨둔 이원석 검찰총장 참모진을 대거 물갈이했다.

신임 중앙지검장에는 '친윤(親尹)'으로 분류되며 전주지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항공사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해 온 이창수 검사장이 임명됐다. 인사 여파로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검은 1~4차장이 모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상황이 연출됐다. 

김 여사 소환조사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수사팀과 지휘부 구성이 한꺼번에 바뀌면서 야당에서는 '김건희 방탄 인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가 캄보디아 정상 부부 방한 관련 일정으로 153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검찰 인사 직후 등장한 것에 대해 "참 공교롭다"고 지적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이후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사건에 대한 수사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갑자기 검찰 인사가 난다"며 "김건희 수사를 담당하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사실상 좌천됐고, 이 총장 참모들도 줄줄이 다른 곳으로 발령났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리고 어제(16일) 김 여사가 무려 153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참 공교롭지 않나"며 "톱니바퀴 맞물려가는 듯 돌아가는 것을 보면 김 여사가 수사를 받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 아니냔 의심이 저절로 들지 않겠나"고 공세를 폈다.

김 여사가 공식행사와 외부 활동을 재개함에 따라 점차 보폭을 넓혀갈 것이란 관측이다. 이달 말 개최가 유력한 한·중·일 정상회의와 내달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등 국내에서 열릴 주요 외교 행사에서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부터 해외 순방 일정이 계획돼 있는 만큼 이를 앞두고 연쇄적인 공개 활동이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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