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사태’ 정쟁 안된다는 정부는 떳떳한가 [현장에서]

박종오 기자 2024. 5. 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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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사태'의 파장이 일단 급한 불은 끈 모습이다.

정부가 정치 쟁점화를 우려하며 일본 라인야후의 공동 운영사인 네이버 지원에 뒤늦게 팔을 걷어붙여서다.

일본 정부가 초래한 라인야후 사태의 심각성에 견주긴 어렵지만, 지난 총선 때 벌어진 우리의 '내로남불'도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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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5일 개인 투자자 토론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라인야후 사태’의 파장이 일단 급한 불은 끈 모습이다. 정부가 정치 쟁점화를 우려하며 일본 라인야후의 공동 운영사인 네이버 지원에 뒤늦게 팔을 걷어붙여서다. 악명 높은 관치 문화를 가진 일본의 우방국 기업을 겨냥한 이례적 행정 지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외국 기업을 대하는 태도엔 문제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함용일 부원장(자본시장·회계 담당)은 최근 홍콩을 찾아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현지 간담회를 했다. 금융 당국의 ‘불법 공매도’ 처벌을 앞두고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우려가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금감원 제재를 계기로 검찰 압수수색, 임직원 구속 등 형사 처벌을 받게 될까 전전긍긍하자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금융 당국의 대대적인 불법 공매도 실태 조사는 올해 총선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외국계 금융사 2곳의 불법 공매도 적발 결과를 발표하며 “불법 공매도에 의한 시장 교란이 확인됐다. 대형 금융회사가 조직적으로 국내 법규를 위반한 심각한 사안”이라고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 “(불법 공매도를 한 이들이) 외국에 있다면 끌고 와서라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까지 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국내 증시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나선 배경이다. 시장에선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염두에 둔 정치적 결정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외국인들의 불법 공매도와 시세 조종으로 주가가 떨어진다는 불만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론은 달랐다. 총선 직후인 이달 초 금감원이 발표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불법 공매도 전수 조사 결과를 보면, 적발 사항 대부분이 실무자의 단순 실수이거나 시스템 결함 정도에 그쳤다. 금융 당국이 빼든 칼이 허공을 가르며 그간 제기된 의혹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것만 입증한 셈이다. 2020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불법 공매도는 그 동기가 ‘고의’일 경우 형사 처벌 대상으로 처벌 수위가 강화됐다. 지난해 10월 금감원에 적발된 글로벌 투자은행 2곳도 모두 서울남부지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국내 증시에 참여하는 외국 금융사들에 한국의 총선은 ‘남 일’이지만 선거 여파로 사법 리스크를 안게 된 셈이다.

외국 회사들이 이런 우려를 제기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탈중국’ 바람이 불며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아시아 거점을 홍콩에서 서울로 옮기기로 결정해 화제가 됐다. 당시 우리 정부도 외국 금융기관 등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외국 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런데 이때도 외국계 쪽에선 “한국은 금융 관련 사안을 모두 형사 사건으로 몰아간다”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태산이 울리고 들썩이더니 고작 쥐 한 마리가 나온 꼴’(태산명동에 서일필)이 된 금융 당국의 으름장으로 우리가 얻은 실익은 무얼까. 들끓는 여론을 겨냥한 정부의 ‘엄단’ 방침에 뒤에서 웃는 건 형사 사건 수사 권한을 쥔 검찰뿐이다. 일본 정부가 초래한 라인야후 사태의 심각성에 견주긴 어렵지만, 지난 총선 때 벌어진 우리의 ‘내로남불’도 돌아볼 일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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