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책]배우 최강희가 사랑을 배운 세 권의 인생책

CBS 오뜨밀 2024. 5. 19. 12: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배우 최강희

◇ 채선아> 평소에 책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누군가의 인생 책이라고 하면 한 번쯤 눈여겨보게 되죠. 인생의 한 시기를 즐겁게 해주고 때로는 굳건히 지탱해 주었던 책을 소개받는 <인생책> 코너. 첫 시간으로 최강희 배우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최강희> 안녕하세요.


◇ 채선아> 요즘 매일 <최강희의 영화음악> 프로그램 진행도 하고 유튜버로도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정말 바쁘실 것 같아요.

◆ 최강희> 바빠요. 그런데 다 고정 시간대가 있어서, 라디오는 생방이고 유튜브도 항상 정해진 날이 있어서 괜찮아요.

◇ 채선아>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강희의 매니저'로 최강희 씨가 나오셨어요.

◆ 최강희> (그 전과 비교할 때) 단점은 확실히 매니저분들의 소중함을 되게 많이 느꼈어요. 내가 약속 시간을 잘 지킨다고 생각했던 것도 다 매니저님들 덕분이었고, 나를 관리해줬던 것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꼈어요. 장점은 제가 다른 사람 신경을 되게 많이 써요. 결정을 빨리 못하는 편인데 빨리 얘기해 줘야 될 것 같고 그랬는데, (지금은) 제가 혼자 고민해서 그냥 "저 지금 못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고, 솔직해져서 좋은 것 같아요.

◇ 채선아> 최강희 님의 인생에서 지금이라는 시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최강희> 자립의 시기인 것 같아요. 남들이 20대, 늦으면 28살 때 겪는 자립을 저는 지금 남들보다 20년 늦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독립도 하게 됐고, 저는 스케줄을 세 번 확인해도 헷갈리고 영수증 정리할 때도 다섯 번 계산기를 두드리면 다섯 번이 다 달라요. (웃음)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다른 분들이 관리를 다 해주시다 보니까 어느 순간 생각을 놓으면 세월이 흘렀는데 이제 자립하는 것 같아요.

◇ 채선아> 본격적으로 인생책 얘기를 해보면, 요시다 슈이치 작가의 <동경만경>을 골라 오셨어요.

◆ 최강희> 저는 정확하게 2013년도, 그전까지는 소설만 읽었어요. 인생 책이라면 좀 더 근사해야 되지 않을까 엄청 부담됐는데 그래도 속일 수는 없잖아요. 이게 제일 재밌었는데 (웃음) 저의 청춘의 시기에 봤던 책이고 너무 공감이 많이 됐었고요. 스물 여덟살, 그쯤에 본 것 같아요. 제가 책을 읽게 된 이유가, 내향형인데 다른 사람을 알 방법이 없어서, 연기에 참고하려고, 어떤 사람의 버릇이나 행동 같은 걸 좀 빌려오려고 책을 읽게 됐어요. 아무래도 소설을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 채선아> 어떤 책인가요?

◆ 최강희> 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부두 노동자, 짐을 나르는 일을 하는 걸로 제가 기억하고 있어요.

◇ 채선아> 항상 땀 흘리면서 일하고.

◆ 최강희> 피부가 구리빛이고, 땀이 나고 되게 더웠다, 온도도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소설의 묘사로) 방의 시간과 공기도 느껴질 정도. 어느 정도로 이 침대가 뽀송뽀송한지, 습한 느낌인지까지 느껴질 정도로 묘사가 잘 돼 있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 채선아> 남자 주인공 료스케와 그 방을 찾아온 그리고 우연한 만남으로 만나게 되는 미오라는 여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더라구요.

◆ 최강희> 네. 마음의 관계를 서로 두려워하는 남녀가 마지막에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만 같은, 그리고 마음의 회복을 느끼는 것만 같은 엔딩을 맞이하는, 기분 좋은 한편의 미니 시리즈와 같은 연애 소설이에요. 요시다 슈이치 소설은 특히 섬세하게 감정이나 공간, 향기, 기분, 느낌까지도 표현이 잘 돼 있어서 제가 되게 좋아했어요.

◇ 채선아> 이 책을 인생책으로 꼽으셨길래 제가 읽으면서 어떤 부분 때문일까 상상을 해봤어요. 처음에 미오가 자기 이름을 료코라고 속이고, 기업에 다니는데 편의점에서 일한다고 속이면서 첫 만남을 갖거든요. 아예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는 경험이 어쩌면 배우라는 일과도 닿아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었거든요.

◆ 최강희> 맞아요. 실제로 저는 누군가 너무 만나고 싶거나 보고 싶어도 너무 긴장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연기할 때 너무 행복했던 건, 내가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는 그 순간. 그 순간만큼은 너무 쾌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반대로 나 자체로도 용납을 받고 싶다는 소망도 있었죠. 그게 대리만족이 됐던 것 같아요.

이 책을 보고, 책의 배경인 곳에 가서 '어딘가에 이 주인공들이 있겠지' 하는 걸 느끼고 싶어서 (소설의 배경인) 오다이바에 책을 가지고 여행 갔던 기억이 나요. 이 책을 오랜만에 펼쳐보니까 (직접 찍어온) 사진도 끼어 있더라고요. 주인공들이 여기 어디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그만큼 제가 순수하게 봤던 것 같아요.


◇ 채선아> 어떤 생각이 드셨길래 거기까지 찾아가 볼 생각까지 하셨을까요?

◆ 최강희> 그 주인공들을 너무 응원하게 됐어요. 제가 너무 공감이 됐나 봐요. 사랑에 약간 겁이 많고 관계 중심적인데 그 관계를 잘 해내지 못하는 것 같은 부분에 저 스스로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 주인공들이 속으로는 너무나 예쁜 사랑을 하고 싶었지만 겁이 나서 서로를 감추고 적극적으로 못 다가서고 했던 모습들이 되게 공감이 됐어요. (소설을) 드라마 보듯이 봤어요. 너무 머릿속에 잘 그려지면서 '내가 가장 재밌게 본 드라마의 엔딩은 동경만경'이다.

제가 책을 선정하면서 뭘 느꼈냐면 '얘는 나의 시절 인연이다' 어떤 관계에 집착하게 되잖아요. 나이가 들면 어떤 관계는 떠나기도 하거든요. 내가 아무리 붙잡아도 얘랑 계속 늙을 때까지 친하고 싶은데, 서로 잘못한 게 없는데 더 이상 할 말도 없어지고, 또 다른 친구들이 생기고, 예전에는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멀어지고 싶지 않고, 이유를 알고 싶고, 되돌리고 싶은데 그렇게 될 수 없는 인연들이 있더라고요. '그것이 시절인연이다. 시간처럼 흘러가는 거다' 그러면서 마음이 좀 편해졌는데 이 책도 나의 시절 인연이구나. 지금은 내가 이 책이 그렇게 재밌지 않을 수 있어도 이때 나랑 통했던 책이란 생각이 들어요.


◇ 채선아> 네. 그리고 그 다음에 가져오신 책이 팀 켈러의 <결혼을 말하다>네요.

◆ 최강희> 사랑을 좀 배워보고 싶었어요. 글로 (웃음) '누군가를 준비돼서 만나면 좋지 않을까' 그런 갈망에서 일단 성경을 읽으면서 사랑이 너무 궁금해졌고 그러면서 사랑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몇 가지 책을 추천받았는데 거기에 팀 켈러 책이 많더라고요. 지금 읽고 있는데 '이것은 나의 인생 책이다' 읽으면서 줄도 엄청 쳤어요. 그래도 완전히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 책이) 저를 되게 변화시켰어요. 항상 '내가 하는 사랑이 진짜 사랑일까?' 이런 질문이 있었고 '사랑을 좀 잘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좀 정립한 것 같아요.

제 이상형이 뭐였냐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사람, 긴장되게 안 하는 사람 눈치 보게 안 하는 사람이었는데요.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는 없었고 '이런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는 있었어요. '이런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하는 것은 저한테 불안감을 주잖아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은 내가 갈망하는 것을 채워주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섬기는 거구나.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부족한 부분을 돕고 싶다. 그렇다면 너무 재밌겠다'

◇ 채선아> 혹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이라든가 부분 읽어주실 수 있을까요?

◆ 최강희> 너무 많은데요. "사회생활에서조차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겠다는 뜻을 단념해야 비로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도 원작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는 결코 오리지널이 되지 못합니다. 도리어 그저 진실만을 말한다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오리지널이 되어 있을 겁니다. 자신을 버리면 참다운 자아를 찾게 될 것입니다. 생명을 버리면 얻게 될 것입니다. 버리지 않고 움켜진 걸 진정으로 소유하게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 글을 읽고서는 방송할 때면 몸이 되게 편해졌어요. 꼭 사랑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내가 남들한테 어떻게 보일까'가 아니라 '나 자체가 고유성을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인데 무언가가 되려고 하는 행위 자체가 오리지널에서 멀어지는 거구나' 자기 자신이 매력이 있는 거잖아요.


◇ 채선아> 혹시 MBTI가 INFP이신가요?

◆ 최강희> (웃음) 맞습니다. 저는 INFP예요.

◇ 채선아> (웃음) 저도거든요. 들으면서 저도 연애할 때 힘들었던 점을 생각해 보면 어떤 사람이 되려고 자꾸 꾸며내는 게 힘들었던 것 같거든요.

◆ 최강희> 맞아요. 그래서 되게 긴장되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더 매력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이 책은) 크리스찬이 아니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성경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성경처럼 살려고 하면 불편함이 올 때가 있잖아요. 이렇게 참고서처럼 전 너무 좋았어요.

◇ 채선아> 이 책의 오리지널로 따지면 성경이 아닐까 싶은데요?

◆ 최강희> 성경이 저의 첫 번째 인생책이예요. 저를 변화시키기도 했고 가장 재미있기도 하고 너무 좋기도 하니까 2013년도까지 제가 소설을 읽었다 그랬잖아요. 2013년도에 하나님이 알고 싶어졌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성경만 읽었어요. 한 구절 한 구절이 나를 변하게 하는 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 채선아> 성경을 만났던 2013년, 2014년 이 시기가 좀 특별한 때였을까요?

◆ 최강희> 저를 사랑할 줄 모르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나를 좋게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우울증이 왔어요.

◇ 채선아> 성경을 통해서도 뭔가 사랑하는 법을 배우신 것 같네요.

◆ 최강희> 성경 한 권이 저한테는 러브 스토리 같거든요. 이 지구에서, 세상에서 이웃과 사랑하고 배우자라는 사람을 만나서 내가 또 더 깎이면서 깨끗하고 아름다워지는 과정이 인생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 채선아> 지금 추천해 주신 세 권이 다 사랑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요. 심리적으로도 어떨지 궁금해요. 자립하는 20대 초반에는 불안하고 항상 미래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았던 저는 그런 고민이 있거든요.

◆ 최강희> 전 지금이 제일 불안해요. 그런데 그게 되게 좀 묘해요. 겪어야 될 시기에 못 겪어서 그런지 몰라도 내려놓는 것과 자립하는 것을 같이 만나다 보니까 불안한데 한편으로는 평온해요. 전문가와 상담해봤었는데 제가 약간 불안정한 심리 상태가 있고 주의력 결핍이 있는데 우울증이 전혀 없고 자살의 위험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뒤뚱거리지만 어떤 부분은 성장하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되게 안전하구나'를 느껴서 되게 뿌듯했어요. 제가 뭔가에 도전한다는 용기가 또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좀 어른이 돼가는 것 같아요.

이미 나이는 어른이지만 이 시기가 진짜 값지다고 생각해요. 가끔 마음이 너무 힘들 때나 다들 슬럼프도 있고 하잖아요. 그럴 때는 '이 일을 잠깐 내려놓고 싶다.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빨리 변하니까 그러면 내가 잊혀질 수도 있고 그럼 다른 직업을 구해야 될 수도 있는데 그러면 평탄하게 못 살아가는 거잖아요. 누가 저를 다 해주지 않으니까. 한 번쯤은 꼭 내가 할 줄 알고 싶었어요.


◇ 채선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많은 직업을 경험하고 계시잖아요.

◆ 최강희> 제가 크게 돈 욕심이나 야망이 있는 편이 아니어서 공백기를 갖는 동안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보면서 안 돼도 먹고는 살 수 있으니까 그냥 물 흐르듯 놓여진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렇게 살고 있어요. 제가 청소하는 모습이 되게 행복해 보여서 많은 사람들이 힐링됐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에 사람들이 SNS 많이 하고 하면서 남들이랑 비교도 많이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건 다 가공된 이미지인데 거기에 자신을 비교하는 삶을 너무 많이 사는 거 아닐까.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행복하거든요.

◇ 채선아> 그런 마음에서 유튜브를 운영하고 계신 거고 지금까지 책 세 권의 이야기를 다 들어봤는데, 책을 고를 때 강희 님의 기준이 있을까요?

◆ 최강희> 그 시기에 같이 하고 싶은 친구 같아요. 내가 이렇게 순수했던 시절에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죠. 골치 아픈 얘기보다 지금은 무언가를 배우고 싶고 나한테 무언가를 알려주는 친구가 너무 또 좋은 것 같아요.

◇ 채선아> 네. 여기까지, 배우 최강희 씨의 인생 책 만나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강희> 감사합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 오뜨밀 jopd@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