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평생 내도 64만원, 공짜 기초연금도 64만원”...서민들 뿔났다 [언제까지 직장인]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2024. 5. 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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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고용 불안을 느끼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도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어찌하든 자신의 주된 커리어를 접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다가오게 마련입니다. 갑자기 다가온 퇴직은 소득 단절뿐 아니라 삶의 정체성마저 집어삼킬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준비 하느냐에 따라 ‘인생 2막’의 무게와 행복감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은퇴 전에는 부(富)의 확대가 우선이라면 은퇴 후에는 ‘현금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리나라 직장인의 가장 기본적인 소득 창출 수단은 국민연금 입니다. 이에 격주로 연재하는 ‘언제까지 직장인’에서는 몇 회에 걸쳐 국민연금테크(국민연금 + 재테크)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 보겠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 기초연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 뉴스1]
“행복한 노후를 위해 더욱 세심한 정책을 펼치겠습니다. 노후 소득을 지원하는 기초연금을 제 임기 내 40만원까지 인상하는게 목표입니다.”(5월 3일 어버이날 윤석열 대통령 기념식 축사)

“1000만 어르신 시대를 맞아, 어르신의 삶도 더욱 꼼꼼하게 챙기겠습니다. 임기 내에 기초연금 지급 수준을 40만원으로 인상하겠습니다.”(5월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일주일 새 두 번이나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뜻을 천명하면서 각계각층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올해 33만원 수준인 기초연금액은 매년 물가상승률이 반영돼 수년 내에 40만원을 넘어서게 되는데 이 기간이 인위적으로 단축,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라는 지적입니다. 노인 700만명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4조8000억원 추가돼 총 30조원에 육박하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현재의 기초연금 제도는 노후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22년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는) 보다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납세자 부담 가중 없이 저소득 고령층에게 더 많은 기초연금액을 줄 수 있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진행한 국민연금 개혁 숙의토론에서 김수완 강남대 교수는 “학력·소득·자산 수준이 높아지면서 노인 70% 선정 기준이 15년 전 68만원에서 지금은 그 3배가량인 213만원이 됐다”며 “빈곤한 노인에게 더 줄 수 있는 기초연금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초연금은 돈을 낸 것에 비례해 받는 국민연금 등 일반적인 연금체계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기초연금은 국민 세금인 국비와 지방비로 지급됩니다. 올해 기초연금 지급액은 물가 인상분을 반영해 1인당 최대 33만4810원(부부 53만5680원) 주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밝힌대로 기초연금 40만원이 현실화하면, 대상이 되는 부부는 감액(20%)을 적용받더라도 64만원을 수령합니다. 이는 평생 보험료를 내고 손에 쥐는 국민연금 평균액(64만원)과도 같아, 박탈감이 생기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더욱이 국민연금을 타는 사람의 절반 정도가 매월 받는 수급액이 40만원 정도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국민연금 수령액에 따라 기초연금을 깎는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감액’ 독소 조항이 존재합니다.

연계감액으로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의 150%(2023년 말 기준 약 49만원)를 초과하면 기초연금이 최대 50% 줄어듭니다. 연금이 삭감되는 수급자는 40만명 안팎으로 기초연금 수급 전체 노인의 약 6% 수준입니다. 이들의 평균 기초연금 감액 규모는 월 7만원 정도인데, 한 푼이라도 아쉬운 노후에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진 = KBS 화면 캡처]
국민연금 수령자들은 “연계감액제도 탓에 기초연금으로 50% 덜 받고, 또 연 2000만원 넘게 받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도 탈락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직장인 이모 씨는 “굳이 국민연금을 타고자 의무가입 기간을 채울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노후준비를 위해 십수년간 아껴서 돈을 부었는데, 오히려 이 같은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감액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기초연금만 40만원으로 인상하면 당장 국민연금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영세 자영업자 등의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장기체납’을 하거나 ‘납부 예외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놀고 먹어도 年400만원 받는데”…자발적 가입자 ‘감소세’
-“공짜로 기초연금 연 400만원을 받는데, 누가 국민연금에 자발적으로 가입하겠나.”(직장인 박모 씨)

-“남편이 국민연금테크 하고 싶다고 얘기 꺼내길래 말렸어요. 놀고 먹어도 월 64만원 나오는 기초연금이 있는데 뭐하러 하냐고 했어요.”(직장인 김모 씨)

-“요즘 국가 정책들을 보면 ‘노세노세족(族)’이 현명할 듯합니다.”(자영업자 이모 씨)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내 기초연금을 기존 30만원에서 40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재천명 하면서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들 입니다. 이러한 불만들이 계속 쌓이면서 국민연금에 자발적으로 가입하던 사람들의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자발적 가입자 감소에는 인구 감소와 직장 취업에 따른 사업장 가입자 전환 등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금 수령액이 연간 2000만원 넘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대상에서 탈락하는데다,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속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사진 = 연합뉴스]
최근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국민연금 임의가입자(32만5411명)와 임의계속가입자(52만1983명)를 합한 자발적 가입자 수는 84만7394명입니다.

국민연금 자발적 가입자는 2022년 1월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가 뚜렷합니다.

앞서 2017년 67만3015명, 2018년 80만1021명, 2019년 82만6592명, 2020년 88만8885명, 2021년 93만9752명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나 이듬해 1월 94만7855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줄곧 떨어지고 있습니다.

자발적 가입자 중 ‘임의가입자’는 18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 중 전업주부, 학생, 군인 등 소득이 없어 의무가입 대상에서 빠지지만 본인 희망으로 가입한 사람입니다.

‘임의계속가입자’는 의무가입 상한 연령(만 60세 미만)이 지났으나 계속 보험료를 내며 만 65세 미만까지 가입하겠다고 신청한 사람을 말합니다. 자발적인 선택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통합니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40만원’이 일종의 임계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진 = 연합뉴스]
복수의 관계자는 “기여금, 즉 보험료를 안내도 자격요건만 갖추면 매달 기초연금을 노인 단독가구는 40만원(노인 부부가구는 부부 감액 20% 적용해 64만원)을 받는데, 굳이 최소 10년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면서까지 ‘용돈 수준’의 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럼,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중 어느 쪽이 노인 빈곤 해소에 더 효과적일까요.

김연명(교수)·주수정(박사과정) 중앙대 연구팀이 학술지 ‘비판사회정책(81호)’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 ‘국민연금 성숙과 기초연금의 노후소득보장 효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기초연금 보다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팀은 “분석결과는 제5차 재정계산에 따른 연금개혁 방안과 관련해 연금의 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득비례 연금인 국민연금의 가입 기간 확충과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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