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은 보이십니까”…‘1㎜ 고지’ 후 개인정보 넘긴 홈플러스의 배상책임은? [뉴스+]

이종민 2024. 5. 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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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 응모권에 '1㎜ 크기' 글씨로 동의를 구하고,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넘긴 대형 유통사가 소비자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강모씨 등 283명이 홈플러스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17일 확정했다.

2심은 경품행사 응모 고객에게 20만원, 사전 검토용으로 개인정보가 전달된 훼밀리 멤버십 카드 고객들에게는 1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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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 응모권에 ‘1㎜ 크기’ 글씨로 동의를 구하고,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넘긴 대형 유통사가 소비자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강모씨 등 283명이 홈플러스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17일 확정했다.
13개 시민·소비자단체들이 전달한 항의 서한. 경실련 제공
홈플러스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경품행사를 통해 712만건의 개인정보를 148억원을 받고 보험사에 넘겼다. ‘패밀리 카드’ 회원을 모집한다며 개인정보 1694만건을 수집한 뒤 보험사에 83억원에 팔기도 했다.

행사에서 홈플러스는 경품 행사에 응모한 고객에게 이름과 전화번호 외에도 보험 모집 대상자 선별에 필요한 생년월일, 자녀 수, 부모 동거 여부 등도 함께 쓰게 했다.

이 과정에서 행사 응모권 뒷면에는 개인정보가 보험사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내용을 1㎜ 글자 크기로 고지해 논란이 됐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과 별개 진행된 형사소송에서 한 시민단체는 재판부에 “판사님은 이 글씨가 보이십니까”라는 이름의 서한을 보내며 글자 크기를 1㎜로 적어 내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패밀리 카드’ 회원 중 개인정보 제삼자 제공 동의를 얻은 고객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보험사에 제공했다. 보험사는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보험 계약을 체결한 고객, 텔레마케팅 통화를 한 경험이 있는 고객 등을 제외하는 이른바 ‘필터링’ 작업을 거쳐 남은 고객정보에 대해서만 홈플러스에 수수료를 지급했다.

홈플러스는 필터링으로 자신들이 받는 수수료가 줄자 보험사에 개인정보 제삼자 제공 동의를 하지 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전 필터링’ 작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보험사가 사전 필터링으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고객 정보를 걸러주면, 홈플러스가 이 같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제삼자 제공 동의를 받는 방식이다.

경품 행사 응모 고객과 패밀리 카드 회원 중 일부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이후 홈플러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홈플러스의 불법 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주장하면서 1인당 50만~70만원을 배상해 달라고 청구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1심은 경품행사 및 훼밀리 회원 가입을 통해 개인정보를 제공한 자에게는 12만 원, 경품행사 가입자에게는 10만 원, 훼밀리 회원 가입자에게는 5만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배상 대상자는 모두 284명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의도적으로 응모권 내 개인정보 제삼자 제공에 관한 부분의 글씨를 작게 하는 방법으로 원고들이 경품행사의 주된 목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실질적으로 유효한 동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경품행사 응모 고객에게 20만원, 사전 검토용으로 개인정보가 전달된 훼밀리 멤버십 카드 고객들에게는 1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영리적인 동기에서 의도적으로 고객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유효하다고 보기 어려운 동의를 얻어 제삼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했다”고 봤다.

다만 개인정보 제삼자 제공에 동의하지 않거나 경품행사에 응모한 멤버십 회원은 배상 대상자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사전 필터링을 위해 보험회사에 제공됐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없는 이상 원고를 피해자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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