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가격을 알려드립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2024. 5. 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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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22년 법률 플랫폼 ‘나의 변호사’ 서비스를 론칭했다. ⓒ연합뉴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하도영이 그랬다. “살면서 절대 아끼지 말아야 할 돈이 변호사 비용이야”라고. 이 땅의 모든 변호사가 환호할 법한 대사였다. 크게 틀린 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변호사가 달라는 대로 다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변호사 앞에서 호구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래서 묻게 된다. 살면서 절대 아끼지 말아야 할, 적정한 수준의 변호사 비용이란 대체 얼마인가.

어떤 사건에 이미 연루된 사람이라면 그 사건의 올바른 처리를 위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 대략 어느 정도인지 먼저 가늠해보는 게 좋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과 그 사건이 내 삶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들이 수임료를 산정하는 기준이 대체로 어떠한가도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내 경우, 일단 사건 결과에 따라 당사자가 얻게 될 경제적 이익, 혹은 당하게 될 경제적 손해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소송에서는 곧 ‘소가(소송 목적의 값)’가 기준인 셈이다. 소가는 민사소송법이 재판 결과에 따라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는 변호사 보수를 산정할 때도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기준은 ‘사건의 난이도’다.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쟁점이 많은 사건일수록 변호사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그만큼 비용도 올라간다. 나는 이 난이도 판단에 예상되는 감정노동의 수위도 고려한다. 사건을 맡으면 의뢰인과 자주 소통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어렵거나 불편할 수 있겠다 싶을 때는 평소보다 높은 금액을 제안하게 된다는 소리다.

변호사 조력이 꼭 필요한 사건이지만 당사자의 경제적 여건이 매우 좋지 않을 경우, 미리 정해둔 최소 비용을 제안하기도 한다. 공익적 가치가 큰 사건이라면 그조차 되지 않는 비용으로 사건을 맡기도 하고, 무료 수임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다만 그러한 판단에는 신중을 기하게 된다. 돈을 적게 받거나 아예 받지 않는다고 하여, 사건에 투여해야 할 노동의 정도나 사건에 대해 가져야 할 책임감까지 덜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변호사마다 각자의 기준을 갖고 있으니, 상담을 의뢰한 변호사에게 직접 수임료 산정 기준을 물어볼 수도 있다. 납득이 되는 비용이라면 마땅히 감내하는 게 좋다. 다만 그 납득의 배경에는 변호사의 인지도나 과거 이력, 사무실(로펌)의 크기나 이름값 같은 것보다는, ‘그 변호사 개인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게 살펴져야 한다.

비싼 수임료 내는 대형 로펌이 꼭 정답일까?

법률 분쟁의 대부분은 책임감과 실력을 갖춘 변호사 한두 명이 필요하고, 대체로 그것으로 족하다. 대형 로펌과 사건 위임계약을 맺더라도 그 사건의 처리는 사실상 변호사 한두 명에게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 명성이나 과거 이력을 앞세운 변호사들 중 일부는 단지 ‘영업’을 할 뿐 사건 처리에는 별로 관여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에는 사건 처리를 위한 실무가 변호사가 아닌 이에게 맡겨지기도 한다.

간혹 ‘시장가가 어떻다’고 말하는 변호사도 있다고 들었다. 대략 ‘남들도 이 정도는 받는다’는 취지로 하는 말일 테지만, 그 시장가라는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일을 놓고도 변호사들이 부르는 값이 정말 제각각이다. 그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을 우연히 알고서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그러니 여러 변호사를 만나 상담을 하고 그가 제안하는 수임료 액수도 들은 뒤, 결국 그 정도의 비용을 치를 만한 사건과 변호사인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게 옳다. 아울러, 반드시 이겨야 할 사건이라면 큰돈을 들고 대형 로펌을 찾아가야 한다는 믿음, 그렇게 해도 안 되는 사건이라면 어차피 질 사건이었다고 치부해버리는 마음 등 변호사 업계를 혼탁하게 만드는 오래된 관념들은 이제 좀 사라지면 좋겠다. 내가 작은 사무실 변호사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정말이다 .

임자운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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