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에게서 봉사하는 삶을 배운다”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2024. 5. 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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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耳順)쯤의 사람들을 감동하게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작가가 해녀의 삶을 기록한 15년의 세월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작가는 이런 상황이 늙어서 현장을 떠나는 해녀들의 삶과 이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잘것없이 대접하던 해녀의 삶에서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꽃피게 된 오늘을 보았다. 그런 삶을 표현해 내기에 버려진 나무젓가락과 수명을 다한 골판지야말로 환상적 도구였다. 버려지고 홀대받는 존재 속에서 희망의 빛을 끌어내는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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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경영 전도사’ 한익종의 해녀 찬양기 《발룬티코노미스트》

(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이순(耳順)쯤의 사람들을 감동하게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그들 역시 풍상의 시간을 지내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국내 최고 대기업의 '신경영 전도사'를 무너뜨린 곳은 의외의 장소였다. 삼성 비서실을 시작으로 쉰 살에 인생 2막을 마치고 제주를 탐한 한익종씨는 결국 제주 해녀들의 모습에 빠져 인생 3막을 결정했다.

한씨는 조용히 바다로 향하고 태왁(바다에서 몸을 뜨게 하는 부이)과 물갈퀴 등에 의지해 바닷속에 들어가 물질을 한 후 숨비소리를 내면서 오르는 제주 해녀들의 모습에 빠졌다. 그리고 15년의 장고 끝에 그 기록인 《발룬티코노미스트》를 출간했다. 그가 본 해녀의 삶은 함께하는 삶이었다. 한씨가 만들어낸 발룬티코노미스트(봉사하며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란 용어에 걸맞은 삶이었다.

발룬티코노미스트│한익종 지음│여성경제신문 펴냄│145쪽│1만6800원

"인생 전반부가 사자와 같은 투쟁적 삶을 통해 돈, 명예, 지위, 권력을 추구했다면, 인생 후반부는 자아실현과 사회적 기여를 통한 자존감의 유지를 추구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작가는 긴 시간 제주 해녀들을 추앙하면서 소중한 가치를 얻어낸다. 물질을 하다가 큰 전복을 봤다고 절대 들숨 들이킬 때까지 있으면 안 된다는 것, 소중한 바다가 썩어가고 있다는 것, 나이가 적거나 많거나 나눌 때 더 행복한 것 등 소중한 진리들이 피어나는 현장을 생생한 그림으로 그려냈다. 그리고 "당신이 경쟁과 투쟁으로 점철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다른 이와의 경쟁과 투쟁을 멈추십시오. 남과 투쟁하지 말고 자신을 고립으로 몰아넣는 에고와 싸우십시오"라고 말한다.

작가가 해녀의 삶을 기록한 15년의 세월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해녀들이 새롭게 나오지 않아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주 해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게 됐다. 해녀의 힘든 일도 있지만, 날로 황폐해져가는 바닷속 오염으로 인해 수확도 줄어드는 것이 빤히 보였다. 작가는 이런 상황이 늙어서 현장을 떠나는 해녀들의 삶과 이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칠성판 짊어지고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쓰는 일이라고, 그렇게 위험한 일이라고 얘기는 하지만 바다는 나의 즐거운 집이자 놀이터다."

작가의 이야기는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려 골판지에 그린 그림 58편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좋은 펜도 많은데, 그는 왜 이런 방식을 택했을까.

"보잘것없이 대접하던 해녀의 삶에서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꽃피게 된 오늘을 보았다. 그런 삶을 표현해 내기에 버려진 나무젓가락과 수명을 다한 골판지야말로 환상적 도구였다. 버려지고 홀대받는 존재 속에서 희망의 빛을 끌어내는 작업이었다."

작가는 해녀들의 지혜를 그림과 말로 전한다. 책의 왼쪽에는 작가 시점, 오른쪽은 해녀 시점의 글을 담았다. 왼쪽 페이지에서 작가는 그가 직접 마주한 인생 3막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를 이야기한다. 오른쪽 페이지에서는 해녀가 오늘의 물질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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