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MLCC 강자' 삼성전기, 매출 '1조' 향해 가속 페달

백유진 2024. 5. 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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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 내재화·고신뢰 MLCC로 시장 공략에 속도
제품군 늘려 점유율 확대…로봇·우주항공도 넘봐
/그래픽=비즈워치

삼성전기가 올해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용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매출 1조원 달성 목표를 세우기 위해 전장용 제품 라인업 확대와 차별화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변화하는 전자산업 흐름에 맞춘 체질 개선의 일환이다. 기존까지는 IT 영역에 집중했다면,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서버·전장 사업에 역량을 모으는 것이다. 나아가 다가올 메가트렌드 시장인 AI(인공지능)용 서버, 공장 자동화 로봇 등 산업용 제품에 대한 준비에도 속도를 낸다.

*MLCC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가전제품, 전기자동차 등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 대부분 사용되는 부품이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AP, IC) 등 능동부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한다. 또 전자제품 안에서 신호간섭(노이즈)을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MLCC의 크기는 머리카락보다 얇아 육안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최신 스마트폰에는 1000여개, 전기차는 1만8000개~2만개 정도 들어간다. 전자부품 중 가장 작은 크기지만 와인잔을 채우면 수억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고부가 부품이다. MLCC가 삼성전기의 실적을 책임지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이유다.
와인잔에 담긴 MLCC. 이정도 양의 가격은 3억원 정도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전장 부품 핵심은 '신뢰도' 

지난 17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김위헌 삼성전기 MLCC개발그룹장 상무는 삼성전기 MLCC 사업의 강점으로 '원재료 내재화'를 꼽았다. 

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에 MLCC의 핵심 원자재를 자체 개발·제조하는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을 신축해 2020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MLCC 핵심 기술인 원재료를 직접 개발하고 내재화할 수 있는 업체는 극히 소수다.

김 상무는 "부산사업장의 경우 MLCC에 공급되는 원자재를 내재화해 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며 "생산뿐 아니라 개발할 때도 자체 원료를 통해 개발하고 있고,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안정적인 MLCC 공급 체제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장용 MLCC는 사람의 생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내구성을 필요로 한다. IT용 MLCC와 역할은 비슷하지만, 사용환경이 극명히 다른 셈이다. 

고사양 전장용 MLCC의 경우 고온(150℃ 이상) 및 저온(영하 55℃)의 환경, 휨 강도 등 충격이 전달되는 상황, 높은 습도(습도 85%)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에 전장용 MLCC는 IT 제품 대비 개발 기간이 약 3배 정도 길게 소요되고, 가격도 3배 이상 비싸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김위헌 삼성전기 MLCC개발그룹장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MLCC 평균 수명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김 상무는 "유전체 두께를 두껍게 만들고, 입자 크기를 작게 만들어 저항을 높이고 결함이 없는 유기체를 활용해 내전압을 낮추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기계적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부 설계 구조도 변경하는 등 외부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설계 구조를 통해 IT와는 다른 고신뢰성 제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MLCC의 고용량화를 위해 유전체, 내부전극 두께 감축과 유전체 미세구조 균일화도 꾀하고 있다. MLCC의 경우 크기는 작으면서 저장하는 전기의 용량을 크게 만드는 것이 경쟁력이다.

김 상무는 "삼성전기는 체적당 용량을 3~4년마다 약 2배씩 증가시키고 있고, 내부 전극 두께도 2년마다 30% 이상씩 감소시키고 있다"며 "IT와는 많이 달라 확실히 차별화해 관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돋보기로 확대한 MLCC./사진=백유진 기자 byj@

올해 전장용 MLCC 매출 1조 목표

이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삼성전기는 전장용 제품 라인업을 확충, 전장용 MLCC의 비중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기는 2016년부터 산업·전장용 MLCC를 생산하기 시작한 뒤, 2020년 자동차 파워트레인용(동력전달계) 3종과 제동장치에 들어가는 MLCC 2종을 개발했다. 2021년에는 ADAS용 MLCC 2종을 개발했고, 2022년에는 자동차 파워트레인용 MLCC를 13종으로 확대했다.

올해는 16V급 세계 최고용량의 ADAS용 MLCC 2종과 1000V 고압에 견딜 수 있는 전기차용 전장 MLCC 등을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기 전장 MLCC 적용 가능 분야./사진=삼성전기 제공

공격적인 제품 확대에는 고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도 MLCC 수요 증가에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내연기관 대비 MLCC 소요원수가 최대 2배 수준에 달한다. 시장조사기관 TSR에 따르면 전 세계 전장 MLCC 시장은 지난해 4조원에서 2028년 9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고성장에 발맞춰 삼성전기는 올해 전장용 MLCC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전체 사업 중 전장 관련 매출 2조원을 달성하는 게 최종 목표다. 올해 3월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삼성전기 장덕현 사장은 이같은 새해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나아가 삼성전기는 IT용 초고용량 기술과 전장용 고신뢰성 기술을 합쳐, AI용 서버, 공장 자동화 로봇 등 산업용 제품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김 상무는 "IT의 고집적화 기술과 전장의 고신뢰성 기술을 복합화하면 새로운 응용처에도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며 "로봇, AI, 우주항공 쪽 개발에도 집중해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로봇 시장이 성장할 경우 전장에 못지않은 MLCC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김 상무는 "로봇은 네트워킹이 굉장히 중요해 전장용과 동급 사양의 MLCC가 들어간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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