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사태’ 촉발한 일본 속내는? 개인정보·미래기술의 중국 유출 우려

박대원 일본통신원 2024. 5. 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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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메신저로 ‘생활 인프라’인데 ‘보안 허점’ 반복 노출이 日 국민 민감성 키워

(시사저널=박대원 일본통신원)

사태는 이렇게 시작됐다.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 합작법인 A홀딩스의 자회사에 해당하는 일본 라인야후가 5월8일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를 받았다. 내용이 문제였다. 사실상 '탈(脱)네이버화' 요구였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의 시스템 운용 등 전반적인 업무와 관련해 네이버와의 위탁관계를 종료하라는 요구가 나오자 큰 논란이 불거졌다. 그간 네이버의 일본법인 NHN재팬이 2011년 6월 '라인'을 출시한 이래 네이버와의 협력관계가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탈네이버' '탈한국' 등의 요구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 간 갈등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본 소프트뱅크에 라인을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 성남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건물 ⓒ시사저널 박정훈

日 언론 "日 정부 대응, 이례적 조치" 평가

이른바 '라인 사태'는 2023년 9월 이후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 클라우드와 협력사의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을 계기로 라인야후에서 약 52만 건의 개인정보 및 관련사 정보 등이 외부로 유출되자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대해 행정지도를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개인정보 유출 경위와 관련해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한국의 네이버 클라우드에 라인 서버 및 소프트웨어 등 운용업무를 위탁하고 있어,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해 라인야후가 관리하던 데이터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총무성은 올해 3월과 4월 두 차례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실시했고 일본 매체들은 이를 "이례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올해 3월5일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대한 첫 번째 행정지도를 실시해 네이버와의 시스템 분리 및 라인야후의 그룹 내 보안 거버넌스 강화를 요구했다.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에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50 대 50 지분으로 출자하고 있어 라인야후의 실질적인 모회사인 네이버에 대한 관리·감독을 충분히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라인야후는 4월1일 개인정보 누출의 원인이 된 네이버 업무위탁을 축소·종료함으로써 2026년 12월까지 네이버와의 시스템 및 네트워크 분리를 실시하겠다는 재발 방지책을 제출했다. 

그러나 총무성은 네이버 업무위탁을 축소·종료하는 건에 대한 구체적인 방책이 제시돼 있지 않다며 4월16일 두 번째 행정지도를 실시해 7월1일까지 구체적인 재발 방지 계획을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결국 라인야후의 이데자와 다케시 CEO는 5월8일 라인야후의 시스템 개발 및 운용 등 전반적인 업무와 관련한 네이버와의 위탁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및 네이버 클라우드와의 협력관계를 종료하고 라인야후의 독자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라인은 네이버 자본으로 설립된 일본 법인인 NHN재팬이 개발해 일본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인 직원이 다수인 일본 법인에 의해 개발되고 현지화됨으로써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라인이 '일본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왔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라인의 국적을 묻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견해를 꾸준히 밝혀온 바와 같이, 라인은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실제로도 일본뿐 아니라 대만이나 태국에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일본 내 라인의 실질적 운용 및 관리 측면에서는 2011년 6월 일본 내 서비스 개시 이후 네이버와의 협력관계가 계속되었다. 특히 한국 내 데이터센터에 각종 데이터가 보관되는 등 시스템 및 네트워크 분야에서 네이버 및 네이버 자회사에 주요 업무가 위탁돼 왔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시사저널 박은숙·EPA 연합

신용정보까지 유출되자 안전성 문제 더 부각

그러나 네이버 일본 법인인 LINE(NHN재팬에서 네이버재팬을 거쳐 LINE으로 상호 변경)이 2018년 8월 인공지능(AI) 기술개발 업무를 중국 상하이에 있는 업체에 위탁한 이후, 해당 업체를 통해 고용된 중국인 관계자들이 일본 서버에 보관된 라인 이용자의 개인정보 및 일부 대화 내용에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는 점이 2021년 3월 밝혀지면서 중국으로의 정보 유출 문제가 부각되었다. 특히 중국 정부가 2017년 국가정보법을 제정한 이래 민간기업이 보관하는 데이터가 중국 정부에 전달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자 LINE은 중국 측 업체와의 위탁관계를 끊고 해외에서의 일본 서버 접근을 차단하기로 했다. 

이처럼 중국 측 위탁업체의 데이터 접근 문제가 보안상 허점으로 지적되면서 라인 대화방 안에서 공유된 이미지나 동영상 및 결제정보 등 데이터가 한국 내 데이터센터에 보관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서비스 개시 초기부터 실시돼 왔던 네이버 및 자회사로의 업무위탁으로 인한 보안상 리스크에 대해서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LINE 측은 한국에 보관 중인 데이터를 일본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후에도 라인의 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 이용과 관련해 약 13만 건의 개인정보 및 신용카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등 보안상 취약점이 부각되면서 일본 정부는 라인의 안전성에 대해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3년 9월 이후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 클라우드 및 그 협력사의 보안상 문제로 또다시 약 52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하자 일본 총무성은 이례적으로 두 차례의 행정지도를 실시했다. 국민 메신저이자 일본의 생활 인프라로 자리매김한 라인이 보안상의 여러 허점을 노출하고 있으니 이에 대한 시정조치로서 네이버와의 위탁관계 종결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라인 사태가 크게 주목받는 가운데 2018년 8월부터 인공지능 기술개발 업무와 관련해 LINE 측이 업무를 위탁한 업체가 사실은 LINE이 중국에 설립한 중국 법인인 '라인 디지털테크놀로지(상하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업체가 아닌 네이버의 일본 법인인 LINE이 설립한 중국 법인의 관리 아래서 보안상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이처럼 시스템 보안 문제가 부상할 때마다 네이버와의 관계가 지적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대해 '차별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는 점과 해당 내용이 '경영권 관점'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총무상의 사후 설명(5월10일)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례적인 행정지도로 확대된 '라인 사태'가 한일 관계에 긴장을 유발하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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