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를 만진다면”…이토록 노골적인 ‘은밀한 밤’ 한권에 담았다고? [Books]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5. 19.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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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우리가 서로 말을 한다면, 그것은 밤, 그러니까, 우리 내부에 있는 밤 덕분이고, 우리가 서로를 만진다면, 그것은 일상적인, 그러니까 우리 눈에는 하늘에서 온 것처럼 보이는 외부의 밤 덕분이다."

그러던 어느날, 유괴한 자의 얼굴이 궁금해 참을 수 없었던 프시케는 사랑을 나누고 잠에 든 어느날 밤, 몰래 발끝으로 등잔불을 들어올렸다.

19세기 프랑수아 에두아르 피코는 손에 잡힐듯 우아한 두 남녀를 그려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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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인 밤 / 파스칼 키냐르 지음 / 류재화 옮김 / 난다 펴냄
프시케와 에로스를 그린 폼페이 벽화.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
“만일 우리가 서로 말을 한다면, 그것은 밤, 그러니까, 우리 내부에 있는 밤 덕분이고, 우리가 서로를 만진다면, 그것은 일상적인, 그러니까 우리 눈에는 하늘에서 온 것처럼 보이는 외부의 밤 덕분이다.”

이토록 노골적으로 사랑, 남녀가 보내는 밤을 찬양하는 책이 있을까. 놀랍게도 이 농염하고도 은밀한 책의 저자는 ‘은밀한 생’ ‘세상의 모든 아침’을 쓰고 ‘떠도는 그림자들’로 공쿠르상을 받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 파스칼 키냐르다.

키냐르는 이 두꺼운 양장본의 책 속에 193점의 그림을 모았다. 화가는 미켈란젤로, 코레조, 루벤스, 렘브란트, 마그리트, 피카소, 호퍼 등 위대한 서양화가들의 작품부터 신윤복, 우타마로, 석도 등 동양 대가들의 작품까지 동서고금을 관통한다. 작가가 애정을 갖고 모은 이 그림은 모두 사랑에 관한, 사랑을 나누는 사람을 그리고 있다. 키냐르는 “이 그림들을 수집하면서, 결코 지치지 않는 기쁨을 느꼈다”라고 썼다.

그리스 신화 속 프시케의 이야기를 보자. 프시케는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어떤 구혼자도 없었다. 하여, 아버지는 신탁에 조언을 구했고 신탁은 신부로 단장시켜 암벽에 전시해두면 누군가 나타나 신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암벽에 전시외어 잠이든 프시케는 어떤 괴물에 유괴당해 신비한 궁에서 혼자 살았다. 목소리들이 노예처럼 그녀의 말에 복종했다. 으슥한 밤이 되자 보이지 않는 남편이 그녀를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날, 유괴한 자의 얼굴이 궁금해 참을 수 없었던 프시케는 사랑을 나누고 잠에 든 어느날 밤, 몰래 발끝으로 등잔불을 들어올렸다. 빛 아래 잠든 큐피드가 드러났다. 휴식을 취하는 벗은 몸의 젊은 남자를 하며 프시케는 환희작약한다. 그런데 뜨거운 기름 한 방울이 신의 오른쪽 어깨 위에 떨어졌다. 놀라서 잠이 깬 사랑의 신 큐피드는 새가 되어 날아가 버리며 말했다. “나 또한 쉽게 잊는 자, 극도로 단순한 영혼이오. 나, 이제 달아나오.”

큐피드와 에로스를 숱한 화가가 그렸다. 16세기 자코포 주치는 르네상스풍의 정밀화로, 피에르폴 프뤼동은 18세기에 거친 드로잉으로 그렸다. 19세기 프랑수아 에두아르 피코는 손에 잡힐듯 우아한 두 남녀를 그려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화부터 시작해 종교와 문학, 역사 속 많은 사랑의 서사와 성적 욕망을 다룬 그림과 그 그림을 둘러싼 이야기를 거장은 들려준다. 후반부에서는 에로티시즘을 넘어 죽음을 그리며 잠과 꿈, 지옥들, 세계의 기원 등에 관한 이야기도 나눈다. 시적인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회화 속을 유영하나가는 이 책을 통해 키냐르는 회화라는 예술 장르와 에로티시즘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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